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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못 살리면 감방 간대이!”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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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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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12월 대한민국은 박정희 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을 새 대통령으로 하는 제3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 당선인은 정부조직법을 가다듬으며 그때까지 없던 부총리 직제 신설을 지시했다. 이는 국무총리 부재시 그 업무를 대행하고 평소에도 총리가 위임하는 사무를 처리하는 등 총리의 과중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목적인 듯했다. 하지만 경제기획원(현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하여금 부총리를 겸임케 한 점에서 박 당선인의 진짜 의도가 드러난다. 경제 성장을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부총리를 앞세워 경제 부처들을 장악하려 한 것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1993년 2월∼1998년 2월 재임). 취임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을 불러 “경제 못 살리면 감방 간대이!”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영삼 전 대통령(1993년 2월∼1998년 2월 재임). 취임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을 불러 “경제 못 살리면 감방 간대이!”라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PB란 영문 약칭으로 더 유명한 경제기획원은 원래 2공화국 장면 총리 정부에서 처음 만들었다. 정부 예산안을 짜고 각종 정책 수립에 필요한 통계를 작성하는 것이 임무였다. 3공화국 들어 기획원 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들보다 높은 부총리를 겸하면서 EPB는 날개를 달았다. “정책 조율”이란 명분 아래 경제 부처들을 수족처럼 부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1960∼1970년대 한국 경제의 고도 성장을 견인한 EPB의 공로는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 다만 부총리 권위를 앞세워 경제 부처는 물론 안보·사회 담당 부처들 ‘군기’까지 잡으려 한 EPB의 과오는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개입을 초래한 경제 위기가 터지고 이듬해인 1998년 출범한 김대중(DJ)정부의 경제부총리 직제 폐지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정당과 정치인들은 경제를 살려 선거에서 이기고 정권을 연장해야 하는 숙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DJ는 임기 말인 2001년 재경부 장관을 다시 부총리로 승진시켰다.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경기를 부양해 국민 지지를 얻으려면 부총리의 일사분란한 지휘 아래 모든 경제 부처들이 가용한 정책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결과일 것이다. 이는 현 이재명정부까지 이어져 지금도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을 흔히 ‘경제 사령탑’이라고 부른다. 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새롭게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형일 현 재경부 1차관을 향해 “추석 물가를 못 잡으면 지명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일 똑바로 하라’는 경고임이 틀림없다.

1일 국무회의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인 이형일 재경부 1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게 “추석 물가를 못 잡으면 지명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1일 국무회의에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인 이형일 재경부 1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게 “추석 물가를 못 잡으면 지명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경제 못 살리면 감방 간대이!’ 1998년 출간된 책의 제목인 동시에 이 대통령 발언을 듣고 새삼 떠올린 어구다. 이는 경남 거제 출신인 김영삼(YS)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한 말로 알려져 있다. 경제부총리를 감옥에 보내겠다는 뜻은 아니란 얘기다. YS를 비롯해 정부 수립 후 ‘경제 전문가’로 불릴 만한 이가 대통령을 맡은 적은 없다. 이 대통령도 경제 살리기에 관한 한 일단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에게 의존해야 할 것이다. 관건은 경제 분야의 컨트롤타워로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줘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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