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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문 여는 한마디 “잘 지내시나요”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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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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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특수청소 업체와 함께 고립사 현장을 찾았다. 나날이 심화하는 사회적 고립 문제를 진단하는 ‘닫힌 문 너머’ 심층기획을 취재할 때다.

 

업체로부터 주소를 받은 순간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기자가 거주하는 집에서 2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본 한 임대아파트였다. 매일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골목의 한 집에서 누군가는 홀로 세상을 떠나 일주일이 넘어서야 발견됐다. 취재 대상이라고만 생각했던 고립사가 내 이웃의 일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고립?은둔 문제가 ‘우리의 일’이라는 생각은 여러 당사자를 만나면서 분명해졌다. 이들은 처음부터 세상과 단절된 사람들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직장에 다니며 가정을 꾸렸다. 사업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 이도 있었다.

 

장한서 사회부 기자
장한서 사회부 기자

그 평범한 삶을 무너뜨린 것은 실직과 사업 실패, 이혼과 사별, 가족과의 갈등, 갑작스러운 질병 같은 일이었다. 하나의 어려움을 버텨도 또 다른 문제가 겹치기도 한다. 사람들과 연락하는 횟수가 줄고 밖으로 나가는 일도 뜸해졌다. 그렇게 하나씩 관계의 끈을 놓다 보니 어느 순간 혼자 남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저마다의 사연은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우리도 직장을 잃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수 있다. 갑자기 아플 수도 있다. 지금은 단단해 보이는 그 관계도 예기치 못한 일로 느슨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문을 닫고 침묵하는 동안 우리도 ‘괜찮겠지’라며 자연스레 관심을 끊지는 않았을까. 그래서 대학동 고시촌에서 본 모습은 더욱 기억에 남는다.

 

무료 도시락을 건네며 “몸은 좀 어때요”라고 안부를 묻고, 평소 마주치던 사람이 며칠째 보이지 않으면 전화를 건다. 도움을 받던 주민이 어느 순간 다른 주민에게 도시락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누군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사람을 다시 세상 밖으로 불러내고 있었다.

 

고립을 해결하는 책임을 이웃의 관심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정부의 촘촘한 복지제도와 지역사회의 안전망도 필요하다. 하지만 제도가 닿기 전 주변 사람이 먼저 발견할 수 있는 고립도 있다. 연락이 뜸해진 사람에게 한 번 더 연락하고,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이웃에게 안부를 묻는 작은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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