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이란 무엇인가/셸리 케이건/장석봉 옮김/바다출판사/3만8000원
전쟁과 차별, 기후위기, 인공지능(AI)의 책임까지 복잡한 윤리적 판단을 요구하는 문제가 끊이지 않는 시대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정의를 말하고, 서로를 향해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덕적 판단이 시대와 문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면 ‘옳고 그름’은 결국 개인적 취향이나 사회적 약속에 불과할 수 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로 국내 독자에게 잘 알려진 셸리 케이건 예일대 철학과 석좌교수의 신간 ‘도덕이란 무엇인가’는 이 불편하면서도 근본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다.
케이건은 이번 책에서 객관적 도덕의 존재를 의심하는 ‘도덕 회의주의’와 맞선다. 도덕 회의주의는 객관적인 도덕적 진리가 존재하는지, 존재하더라도 인간이 그것을 알 수 있는지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입장이다. 책은 “사람들이 끝없이 도덕 문제를 두고 다투는데, 어떻게 정답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익숙한 반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도덕적 불일치, 문화상대주의, 진화론적 설명, 도덕적 직관에 대한 불신 등 회의주의의 논거를 하나씩 검토하며 해답을 찾아간다.
케이건은 사람들 사이의 견해 차이가 크다는 사실과 객관적 진리가 없다는 결론은 같지 않다고 말한다. 과학에서도 이론은 충돌하고 오류는 반복되지만, 그렇다고 자연세계에 객관적 사실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도덕적 논쟁이 지속된다는 사실 역시 우리가 답을 찾는 과정이 어렵다는 뜻일 수는 있어도, 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도덕적 판단도 이유와 논증, 비판적 검토를 거쳐 더 나은 결론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던지는 질문은 구체적이다. 자기방어를 위한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위험에 빠뜨려도 되는가, 진화가 공감과 공정성의 감각을 만들었다면 그 감각은 진실을 가리키는가, 아니면 생존을 위한 착각에 불과한가 등이다.
이에 대해 케이건은 섣불리 처방을 내리지 않는다. 대신 이런 질문을 통해 우리가 왜 어떤 행동을 옳거나 그르다고 판단하는지,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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