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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에서 출발한 거대한 관현악…BSO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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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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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저작에 영감을 받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896년 작곡한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트럼펫과 팀파니가 장엄하게 울려 퍼지는 첫 부분 ‘일출’이 특히 유명하다. TV 프로그램 시그널로 친숙하고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인류 진화의 역사를 압축해 보여주는 장면에 사용됐다. 이후 종교와 동경, 기쁨과 열정, 학문, 회복, 춤 등을 표제로 한 음악이 이어진다. 니체의 철학을 그대로 옮겼다기보다 인간과 자연, 지식과 신앙, 정신의 문제에서 출발해 거대한 관현악적 세계를 구축한 작품이다.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BSO제공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BSO제공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BSO)가 9월 8일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58회 정기연주회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오충근 예술감독의 지휘로 연주한다. 이번 공연은 R.슈트라우스의 작품만으로 프로그램을 꾸몄다. 오페라 ‘장미의 기사’ 음악에서 가져온 왈츠와 호른 협주곡 1번을 거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전곡으로 이어지며 작곡가의 여러 얼굴을 한 무대에서 보여준다.

 

첫 곡은 ‘장미의 기사 모음곡’ 중 왈츠다. R.슈트라우스가 1910년 완성한 오페라 ‘장미의 기사’의 1·2막 음악 등을 토대로 지휘자 아르투르 로진스키가 1944년 편곡했고 작곡가가 출판을 허락한 작품이다. 빈 왈츠의 우아함과 관능적인 선율, 후기 낭만주의 특유의 풍성한 관현악법이 압축돼 있다. 거대한 음향뿐 아니라 세밀한 색채 변화에도 능했던 R.슈트라우스의 면모를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만날 수 있는 곡이다.

 

이어 호르니스트 김홍박이 호른 협주곡 1번 E플랫장조를 협연한다. R.슈트라우스의 아버지 프란츠 슈트라우스가 당대의 뛰어난 호른 연주자였던 만큼 작곡가는 어린 시절부터 이 악기의 성격과 가능성을 가까이에서 접했다. 10대에 완성한 호른 협주곡 1번은 젊은 작곡가의 생기와 서정적인 선율, 독주자의 기교가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세 악장은 끊김 없이 이어지며 호른 특유의 부드러운 음색부터 화려하고 민첩한 기교까지 폭넓게 요구한다. 보도자료는 이를 “빛나는 관현악과 호른 주자의 섬세하고 뛰어난 기교를 감상할 수 있는 곡”이라고 소개한다.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BSO제공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오충근 예술감독. BSO제공

협연자 김홍박은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수석 졸업한 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과 독일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수학했다. 동아음악콩쿠르 1위와 일본 관악·타악 국제콩쿠르 호른 부문 1위 및 전 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고 서울시향 호른 부수석과 스웨덴 왕립오페라 제2수석을 거쳐 2015년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으로 선임됐다. 런던심포니와 로열스톡홀름필하모닉, 베르겐필하모닉 등 유럽 주요 악단의 객원 수석으로도 활동했다. 현재 서울대 음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후반부를 채우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R.슈트라우스의 관현악법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저음에서 시작해 트럼펫의 강렬한 동기가 솟아오르고 팀파니와 오르간, 대편성 관현악이 합류하는 ‘일출’은 작품 전체의 문을 연다. 이후 ‘후세 사람들에 대하여’,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기쁨과 열정에 대하여’, ‘무덤의 노래’, ‘학문에 대하여’, ‘회복되는 자’, ‘춤의 노래’, ‘밤의 방랑자 노래’가 쉼 없이 이어진다.

 

특히 작품 후반의 ‘춤의 노래’에서는 거대한 철학적 주제와 대조적으로 우아한 왈츠가 등장한다. 장엄함과 유머, 관능과 사색이 한 작품 안에서 끊임없이 교차한다는 점이 R.슈트라우스 음악의 묘미다. 마지막도 단순한 승리나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음의 세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으며 작품은 조용히 사라진다. 화려한 음향만큼이나 그 결말의 모호함이 오랫동안 해석의 대상이 돼온 이유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6월 개관한 부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부산콘서트홀은 비수도권 공연장으로는 처음 대형 파이프오르간을 설치한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BSO는 대편성 관현악과 오르간을 사용하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새 공연장의 음향적 가능성도 시험한다.

 

지휘는 BSO를 33년째 이끌고 있는 오충근 예술감독이 맡는다. 바이올리니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 그는 KBS교향악단 제1바이올린 주자를 거쳐 25세에 부산시립교향악단 악장으로 발탁됐고 이후 지휘자로 전향했다. 베를린필하모니홀과 빈 무지크페라인, 프라하 스메타나홀 등에서 지휘했으며 베를린심포니오케스트라,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 등과도 무대에 섰다. 현재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오충근 예술감독은 “부산콘서트홀은 이제 부산의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이 됐다”며 “이러한 빼어난 음향의 클래식 전용홀을 울리는 데는 R.슈트라우스의 음악이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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