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이중 삼중 통제장치 필요
검찰 보완수사권 대체는 역부족”
“경찰청장 20개월 이상 직무대행
패러다임 전환 시기 사령탑 없어”
성인실종자, 초기 가출인 분류만
강제 수사 가능하게 법 제정 시급
與, 김남희 단장 ‘개혁추진단’ 발족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경찰이 앞으로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며 국무총리실에 ‘경찰개혁 기구’ 운영 검토를 지시했다. 오는 10월 검찰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는 가운데 장윤기 사건,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 확산하면서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이다. 경찰개혁 기구 신설을 맡게 된 국무총리실은 이를 전담할 신규 조직부터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검찰개혁을 위한 추진단을 마련했듯 경찰개혁을 도맡을 조직을 마련하고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변호사 출신 김남희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경찰개혁추진단’을 발족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권한 분산, 내·외부의 이중·삼중 통제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이런 조치도 폐지가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경찰청에서 수사개혁위원회를 가동 중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의 경찰개혁 기구 운영 지시 또한 ‘재탕’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잇따른다.
◆또 개혁 기구?… “경찰청장 인선부터”
김찬 국무총리 소속 사회대개혁위원회 위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이 신뢰하는 민주적 경찰개혁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서 “경찰 수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피해자 보호와 수사권 남용 방지, 제 식구 감싸기를 차단하기 위한 세밀한 통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호영 전 국회고성연수원 교수는 “경찰 권한을 적절히 분산해야 한다”며 “경찰 업무에 관한 내외부에서의 시민적·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토론회에서는 현재 자문기구 성격인 국가경찰위원회의 국무총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 격상도 제안됐다.
이 대통령의 경찰개혁 기구 운영 지시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통화에서 “결국 경찰 바깥에서 수사 내용을 확인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그게 과거 검찰이 하던 일 아니었느냐”며 “누가 봐도 경찰 조직 내부에 완벽하게 국민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경찰청은 장윤기 사건을 계기로 7월 말 이미 수사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한 달도 채 안 돼 이 대통령이 유사한 성격의 기구 운영을 지시한 건 결국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걸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수사개혁위원회는 전날 4차 회의를 열고 수사 지휘·감독 체계 등에 대해 경찰청 보고를 받았다.
이 대통령 임기 시작 이후 1년2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조지호 전 경찰청장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부터 따지면 1년8개월 이상 경찰청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청장 장기 공석으로 사건 터질 때마다 전수조사 등 땜질식 처방밖에 못 내리고 있다”며 “오는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대대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하는 국면에서 경찰개혁을 구상해야 할 수장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청와대가) 말 잘 듣는 사람을 봐서 앉히겠다는 것 아닌가. 조그만 회사도 1년간 사장 없이 운영된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나.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실종성인법 제정 필요” 의견도
경찰개혁과 별도로 장씨 실종 사건을 계기로 실종성인법 제정 등 법적 근거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실종아동법은 아동?청소년과 치매환자, 지적장애인에 대한 실종신고는 경찰이 초기부터 강제적 수사할 수 있지만 일반 성인 실종자는 경찰청 예규에 따라 가출인으로만 분류하기 때문에 대응에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종성인법 제정안은 역대 국회에서도 꾸준히 발의됐지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22대 국회에서도 4건이 발의됐지만 지난해 7월 일괄로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 넘어간 이후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2대 국회 실종성인법 제정안 4건과 관련해 제출한 비용추계서를 보면 법안 시행 시 실종성인 발견 활동, 유전자 검사에 드는 추가 재정은 한 해 평균 426억71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생활 침해, 채무자 추적이나 가정폭력?데이트폭력 피해자 소재 파악 등 악용 가능성도 실종성인법 제정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람 목숨을 구하는 일에 사생활 침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현재 경찰은 성인 실종자에 대한 수사 권한 자체가 없다. 경찰이 일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보유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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