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상권과도 ‘윈윈’… 광고 쏠림은 경계
먹고 떠나고, 또 먹는다.
‘먹방’과 ‘여행’이 최근 케이블 예능 편성표를 장악했다. 출연진과 여행지만 다를 뿐, 비슷한 포맷의 여행 프로그램이 채널마다 반복 방송되고 있다. 시청자는 “지겹다”고 말하지만, 광고 수입과 본방 시청자가 줄어든 방송사들은 적은 제작비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효율성’에 기대 같은 포맷을 반복 중이다.
KBS Joy ‘끼리끼리’,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채널S·E채널 ‘끝까지 간다! 독박투어’ 등이 대표적이다.
출연진 조합에 맞춘 지역 여행과 먹방(‘끼리끼리’), 한국 음식을 처음 접한 외국인의 반응 이야기(‘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음식에서 출발해 지역 탐방으로 확장(‘맛있는 녀석들’), 여행과 음식에 식사비 등을 건 게임(‘끝까지 간다! 독박투어’) 등 프로그램마다 내세운 개성은 다르지만 제목을 가린 채 보면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내용이 유사하다. 여행지를 찾아가 먹고, 감탄하고, 출연진끼리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하는 것이 전부다.
쏠림의 배경에는 방송사의 수익구조 악화가 자리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집계한 지난해 방송사업 매출은 18조6495억원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방송광고 매출은 2조134억원으로 전년보다 12.3% 줄었고, 지상파와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광고 매출도 각각 17.0%, 9.6% 감소했다. 반면 모바일 광고 시장은 2021~2025년 연평균 7.5% 성장해 광고 시장의 중심이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다.
광고 감소로 제작 여력이 줄어든 방송사 입장에서는 대형 세트나 복잡한 게임 장치 없이 지역 풍경과 이동 과정, 식당과 숙소 생활만으로 한 회를 채울 수 있는 여행·먹방만큼 효율적인 포맷도 드물다. 제작비 절감 외에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상권과의 협업, 식당과 상품 협찬을 끌어들이기 쉽다는 점도 방송사들이 여행·먹방에 몰리는 이유다.
그러나 여행·음식 예능의 범람과 과도한 협찬 노출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장의 협찬과 부가 수익만 좇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프로그램과 채널에 대한 신뢰를 깎아먹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정민 미래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를 통해 여행·음식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관련 예능이 늘어나는 것은 현재의 소비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며 “다만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처럼 여행·음식 예능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비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되, 시청자에게 색다른 자극과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개발·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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