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8조원 상당 수입 품목에 발효
加, 철강 등에 동일규모 보복 선언
양국 소비자·기업에 타격 불가피
카니 “美, 불어 지원 폐기 요구” 비난
타 국가와 ‘경제 다각화’ 강화 예고
미국과 캐나다가 다시 서로에게 ‘맞불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 전쟁에 돌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국과 캐나다는 국경을 맞댄 최인접 동맹국·교역국이 무역·이민 등의 문제로 계속 충돌하면서 양국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캐나다와의 무역협상 결렬을 알리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2일 0시를 기해 약 200억달러(약 28조원) 상당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대상 품목은 일부 유제품과 맥주·와인 등 주류, 하키용품, 기계, 섬유, 시멘트, 가구 등으로, 지난해 기준 총 수입액의 5.2%에 해당한다.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50%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1930년 만들어진 뒤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관세법 338조를 꺼냈다고 전했다.
해당 조항은 외국이 미국 상품이나 상거래를 차별한다고 대통령이 판단할 경우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2일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추가 고율 관세 부과에 같은 규모의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캐나다가 밝힌 관세 부과 대상은 미국산 철강과 낙농품, 가전제품, 농기계, 펄프 등이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는 미국과 전쟁 중”이라며 “공격받으면 전쟁 중인 것이고, 우리는 (미국의) 공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나쁜 합의”를 요구했다며 “우리는 그들이 제시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고, 그들이 요구한 것도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온라인 스트리밍의 프랑스어 콘텐츠 지원과 문화산업 보조금, 프랑스어 포장지 의무 표기 철회 등을 요구했다며 “이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못 박았다. 캐나다 정부의 이번 보복 관세 조치는 내달 8일부터 정식 발효될 예정이다.
그러자 다시 그리어 대표는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캐나다의 보복에 대응하는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며 “캐나다와 새로 예정된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가 이미 다른 수출국보다 유리한 대우를 받고 있었으며 미국이 철강·자동차·목재 등 관세를 인하해주겠다고 했지만 캐나다가 이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협상 결렬의 책임을 캐나다에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계속된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충돌에서 늘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막 순간에 캐나다에 부과한 ‘극한 조치’ 중 일부를 완화함으로써 파국을 면했다. 하지만 이번엔 서로가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물러서 관세 조치로 맞선 데다 카니 총리가 “전쟁 중”이라고까지 표현하면서 현재로선 ‘극적 합의’의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
이번 관세 적용은 양국 간 교역의 일부에 부과하지만, 캐나다와 미국이 주고받는 밀접한 경제적 영향력을 주목할 때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나 미국·캐나다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하는 기업들에 부담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초당파 싱크탱크 예일 버짓랩의 존 리코 정책분석 부소장의 초기 분석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캐나다산 수입품에 적용되는 전체 평균 관세율은 기존 약 5.3%에서 7.6%로 상승한다. 미국은 이미 캐나다산 목재와 철강, 자동차 등 주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에 새로 발효한 관세는 다른 관세와 달리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무역협정에 따른 상품에도 특별 면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카니 총리는 미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하는 경제 다각화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카니 총리는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독주에 맞서 ‘중견국 연대’를 주장한 바 있는데, 경제적으로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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