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시행 20조의 5배 넘어
올 3분기에만 30조원 현금배당
기존대로 FCF 50% 이내 유지
자사주 소각 선택한 SK와 달리
지배구조 등 고려해 현금배당
“국내 증시 하방 지지 버팀목”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 자사주 취득·소각을 발표한 데 이어 삼성전자가 국내 최대 규모인 110조원 가까운 주주환원 방침을 밝히면서 반도체 업계를 비롯한 대한민국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최대 110조원에 달하는 ‘2026년 주주환원 시행 방안’을 의결했다. 2020년 시행한 주주환원(약 20조3000억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삼성전자는 2024~2026년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내에서 주주환원을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회사 성과가 주주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가게 하고, 이를 통해 회사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주주환원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한편 주주환원 계획을 두고 주주 및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올해 3분기에 정규 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시행한다. 세부사항은 10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한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의 경우 올해 연간 실적이 확정된 뒤 내년 1월 이사회에서 현금배당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규모의 주주환원일 경우에도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이 일시에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삼성전자가 100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자사주 소각 대신 ‘현금배당(특별배당)’ 중심으로 설계한 것은 국내 금융 규제 때문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대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할 경우 전체 발행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율이 상승하게 된다. 그러면 대기업 금융회사는 비금융 계열사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으로 인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의 지분을 시장에 강제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삼성전자로서는 지배구조에 균열을 내지 않으면서도 주주들을 만족하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대규모 현금배당’인 셈이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가 주주환원책으로 자사주 소각을 꺼내든 것은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규제와 관련이 있다. SK하이닉스가 발행주식의 3.3%인 2407만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현재 20.00%인 SK스퀘어의 지분율은 20.68%로 자동 상승한다. SK스퀘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최소 20% 보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가 미국 나스닥 시장에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공모 발행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신주를 발행했고, 이로 인해 SK스퀘어의 지분율은 20.50%에서 지주사 자격조건 턱밑인 20.00%까지 희석됐다. 만약 주가 변동이나 추가 증자로 지분율이 20% 미만으로 단 0.01%라도 떨어지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 SK로서는 자사주 소각이 주주환원과 함께 이런 위험요인을 제거하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주주환원 규모를 두고 삼성전자가 ‘FCF 50% 이내 유지’로 한 반면 SK하이닉스가 ‘50% 이상’으로 바꾼 것도 눈길을 끈다. FCF는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 중 영업비용과 세금, 설비투자 등 비즈니스를 유지·확장하기 위한 모든 비용을 치르고 최종적으로 남은 순수 현금이다. 즉 기업이 실제 보유한 돈을 보여주기 때문에 핵심 건전성 지표로 통한다.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FCF의 50%를 환원 재원으로 삼고, 잔여 재원이 발생하면 추가 환원하는 정량적이고 안정적인 방식을 선호해 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공격적인 환원을 통해 삼성전자 대비 주주 친화적인 매력도를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금배당은 국내 증시의 하방을 단단히 지지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며, SK하이닉스의 자사주 소각은 주가의 상단을 여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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