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팀 스피릿', 상생의 역사
SK하이닉스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대기업 대부분이 임단협 난항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반도체 산업의 이례적인 호황 덕분 아니냐는 외부의 시선도 있지만 노사 관계의 역사를 보면 ‘비결’이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경기 순환(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회사는 호황, 불황기를 겪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노사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SK하이닉스의 노사 관계에는 호황기에는 성과를 공유하고 불황기에는 고용과 회사를 함께 지킨다는 ‘전통’이 깔려 있다. 이번 잠정합의안에도 노사는 적자 발생 시 위기극복에 함께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과거의 경험을 미래에도 이어가겠다는 노사의 약속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생 모델이 가능했던 건 ‘원 팀 스피릿’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회사가 어려운 시절 직원들이 ‘극기 행군’을 하면서 회사 살리기 운동에 동참하고 임원진도 임금 삭감 등 고통 분담에 적극 참여했던 경험이 노사간 신뢰를 쌓는데 기여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1년이다. 당시 하이닉스반도체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자 노사는 임금동결, 임원 임금 삭감, 상여금 반납 등 회사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메모리 불황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사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분담 방안에 합의해 전 직원 무급휴직과 각종 수당·인센티브 조정, 임원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위기극복 방안을 시행했다.
가장 최근의 메모리 다운턴이었던 2023년에도 이러한 전통은 이어졌다. 임금의 일정 부분을 이연해 위기극복에 우선 활용하고, 회사가 흑자로 돌아서자 이를 지급했다. 이 같은 노사 상생 정신은 이번 노사 합의안에 보다 제도적으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적자 발생 시 고용안정과 회사의 조기 회복을 위해 임금 일부를 이연하고, 경영 정상화 시 즉시 회복한다는 원칙을 아예 노사 합의문에 담은 것이다. 노사가 회사를 함께 책임진다는 원칙을 공식화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21일 “SK하이닉스가 수차례 반도체 불황을 넘어 지금의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기술과 투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노사가 함께 부담을 나누지 않았다면 고된 시절을 이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런 경험이 사회·구성원·노동조합·회사가 함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성숙한 노사 상생 모델을 만드는 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앞서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인 초과이익분배금(PS)의 40%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60%는 주식으로 지급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2026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주요 합의사항에 따르면 임금인상률은 6.3%로 정해졌다. 우선 성과급은 당해지급 분으로 현금 40%, 주식 40%를 지급한다. 다만 제도 시행 첫해에는 구성원의 자금 운용 계획을 고려해 사유가 있는 경우 주식 40%를 현금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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