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건강을 지키려면 흔히 짠 음식부터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성콩팥병의 질병 부담과 가장 크게 연관된 식습관은 의외로 나트륨 과다 섭취가 아닌 ‘과일 섭취 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지 않는 식습관뿐 아니라 가공육과 붉은고기, 가당음료를 지나치게 섭취하는 식습관도 만성콩팥병의 질병 부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식생활과 관련한 질병 부담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해 젊을 때부터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 과일 부족, 소금보다 콩팥 질병 부담과 연관성 커
국제학술지 ‘의학’(Medicine) 최신호에 따르면 경희대 의대 연동건 교수 연구팀은 ‘세계질병부담연구’(GBD 2021) 자료를 활용해 1990~2021년 204개 국가와 지역의 식생활과 만성콩팥병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과일·채소·통곡물 섭취 부족과 나트륨·가당음료·붉은고기·가공육 과다 섭취 등 7가지 식생활 위험 요인이 만성콩팥병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질병 부담을 비교하기 위해 질병이나 장애로 건강하게 살지 못한 기간과 조기 사망으로 잃은 수명을 합산한 ‘장애보정생존연수’(DALY)를 활용했다.
분석 결과 만성콩팥병의 질병 부담과 가장 크게 연관된 식습관은 과일 섭취 부족이었다. 인구 10만명당 DALY가 38.68명으로 가장 높았고, 채소 섭취 부족이 30.84명으로 뒤를 이었다.
나트륨 과다 섭취는 19.81명으로 세 번째였으며, 통곡물 섭취 부족 6.46명, 가공육 과다 섭취 5.95명, 붉은고기 과다 섭취 5.50명, 가당음료 과다 섭취 2.22명 순이었다.
이는 콩팥 건강을 위해 짠 음식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과일과 채소, 통곡물 등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 짠 음식만 문제 아니다…고기·단 음료 등도 부담
나트륨은 콩팥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트륨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혈압이 높아질 뿐 아니라 콩팥의 필터 역할을 하는 사구체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하고 단백뇨가 늘어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2g 미만으로 권고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전 세계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3g으로 권고량의 두 배를 넘는다.
가공육과 붉은고기를 과도하게 먹는 식습관도 주의해야 한다.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량이 높은 데다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물질이 콩팥의 염증과 조직 손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당음료 역시 주의 대상이다. 당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고 제2형 당뇨병 위험이 커질 수 있는데, 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의 주요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가당음료 과다 섭취와 관련한 만성콩팥병 부담은 빠르게 증가했다. 1990년부터 2021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81.07% 늘었으며, 사회경제개발지수(SDI)가 높은 지역에서는 증가 폭이 121.08%에 달했다.
반면 경제 수준이 낮은 지역에서는 과일과 채소, 통곡물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문제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경제 수준이 높아질수록 식품 부족보다는 가공식품과 육류, 당류가 많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나타난 셈이다.
◆ 젊을 때부터 식탁 관리해야…‘무조건 과일 많이’는 금물
식생활과 관련한 만성콩팥병 부담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했으며, 특히 65세 이후 가파르게 높아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젊을 때부터 이어진 식습관의 영향이 오랜 기간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따라서 콩팥 건강을 위해서는 질환이 생긴 뒤 식단을 바꾸기보다 건강할 때부터 식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일과 채소, 통곡물은 충분히 섭취하고 소금과 가공육, 붉은고기, 가당음료 등은 과도하게 먹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다만 이미 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진 환자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칼륨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 과일과 채소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고칼륨혈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기능과 혈중 칼륨 수치 등을 고려해 의료진이나 영양사의 지시에 따라 식단을 조절해야 한다.
연구팀은 “콩팥 건강을 지키는 식생활은 단순히 짜게 먹지 않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과일과 채소, 통곡물은 충분히 먹고 소금과 가공육, 붉은고기, 설탕이 많이 든 음료는 과도하게 섭취하지 않는 식습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콩팥 건강을 위한 식탁은 ‘무조건 싱겁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충분히 먹을지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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