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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 위반 차량 골라 들이받았다”… 20대 수십명 ‘집단 보험사기 공모’로 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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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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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하며 알게 된 선후배·지인 네트워크로 범죄수법 공유 2년여간 고의사고 37차례
신호·통행 위반 차량 등 노려 충돌한 뒤 가·피해자 역할 분담 보험금 3억원 챙겨
주범 1명 구속·22명 불구속 송치…경찰 “쉽게 돈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담해선 안 돼”

천안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며 알게 된 20대 선후배와 지인들이 고의 교통사고 수법을 공유하고 역할까지 나눠 보험금을 뜯어내는 조직적인 보험사기 행각을 벌이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 천안지역에서 배달종사자와 선·후배 등 20대 23명이 공모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골라 고의로 충돌하고 보험금을 챙긴 사건을 형상화한 그래픽. AI 생성 이미지
충남 천안지역에서 배달종사자와 선·후배 등 20대 23명이 공모해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골라 고의로 충돌하고 보험금을 챙긴 사건을 형상화한 그래픽. AI 생성 이미지

특히 이들은 단순히 사고를 위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을 골라 일부러 충돌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소 신호위반·과속·굉음 등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는 일부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운전 행태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이번에는 배달 라이더들 사이의 인적 네트워크가 조직적인 보험사기 범행에 악용된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충남경찰청 교통수사계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로 주범 A씨(20대·남성)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22명을 불구속 상태로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23명은 2022년 2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2년 2개월 동안 천안지역 교차로 등을 돌며 모두 37차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보험사로부터 받아 챙긴 보험금은 약 3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5년 4월 천안시 불당동 운동장 사거리 인근에서 20대 배달 라이더 오토바이가 좌회전 직후 진로 변경하는 피해차량을 고의로 들이 받은 사진.
지난 2025년 4월 천안시 불당동 운동장 사거리 인근에서 20대 배달 라이더 오토바이가 좌회전 직후 진로 변경하는 피해차량을 고의로 들이 받은 사진.

◇가해자·피해자 역할까지 나눠 조직적 범죄 행각

 

범행은 배달종사자와 고향 선·후배 등 평소 알고 지내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서로 범행수법을 공유하면서 공범을 모집하고 사고를 사전에 계획했다.

 

특히 범행 대상을 무작위로 정한 것도 아니었다. 주로 교차로 등에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을 골라 고의로 충돌했다. 일반 운전자라면 갑작스러운 충돌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을 노린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공범들은 미리 정해둔 역할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눴다. 이후 실제 교통사고인 것처럼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하고 보험금을 받아 나눠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도로 위에서 우연히 발생한 사고처럼 보였던 교통사고 상당수가 공범들이 역할까지 나눠 연출한 ‘보험금 사냥’​이었던 셈이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CCTV·블랙박스부터 계좌·휴대전화까지…꼬리 잡힌 일당

 

이들의 범행은 경찰의 끈질긴 추적 수사로 꼬리가 잡혔다.

 

충남경찰청은 사고 현장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계좌 추적,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통신수사, 병원 진료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사고처럼 보였던 사건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확인하고 A씨 등 23명이 고의 교통사고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 대부분은 범행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보험사기가 아니라 선·후배 등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장기간 반복한 조직적·상습적 보험사기로 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이 다른 차량의 교통법규 위반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운전자까지 고의사고의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범행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2022년 2월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검은들 3길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일방통행로 역주행하다 정지한 차량을 확인한 후 고의로 들이 받아 사고를 낸 사진.
2022년 2월 천안시 서북구 불당동 검은들 3길에서 배달 오토바이가 일방통행로 역주행하다 정지한 차량을 확인한 후 고의로 들이 받아 사고를 낸 사진.

◇37번 사고로 3억원…결국 보험료는 선량한 운전자 몫

 

보험사기 피해는 범행에 이용된 보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고의사고로 부당하게 지급된 보험금은 결국 보험금 누수로 이어지고, 이는 전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충남경찰청은 오는 9월 30일까지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수사 기간을 운영하며 금융질서를 교란하는 조직적·상습적 보험사기범 검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범죄수익을 추적해 적극적으로 환수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의 교통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는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져 결국 선량한 국민에게 경제적 피해를 전가하는 범죄”라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전자들은 평소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교통사고 처리 과정에서 고의사고나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적극적으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건은 배달 라이더라는 공통된 직업적 연결망이 고의사고라는 범죄수법을 공유하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신호위반과 과속, 소음 등으로 시민들의 교통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일부 운전자들의 일탈을 넘어 인적 네트워크가 조직적인 범죄로까지 이어진 이번 사건에 사회적 경각심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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