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이란 최대 수입처…연간 비석유 교역 291억달러
美 “이란 그림자 금융 96%, UAE·홍콩·싱가포르 연계”
미사일 공방·협상시한 종료 속 이란 경제 압박 가중
아랍에미리트(UAE)가 역내 긴장 고조를 이유로 이란과의 무역과 상업 교류, 금융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미국의 해상봉쇄와 서방 제재로 이란의 대외 교역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최대 수입·금융 통로 가운데 하나인 UAE까지 문을 닫으면서 이란 경제에 추가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프라 알하멜리 UAE 외무부 전략소통국장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역내 및 국제 평화와 안보를 훼손한 역내 긴장 고조를 고려해 추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이란과의 모든 무역 활동과 상업 교류, 금융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의 파장이 주목되는 것은 UAE, 특히 두바이가 오랫동안 이란의 핵심적인 수입·재수출 및 금융 창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란 관세청(IRICA)에 따르면 2025년 3월20일 끝난 이란 회계연도에 UAE에서 이란으로 들어간 비석유 상품은 219억달러(약 30조원)어치로, UAE가 이란의 최대 수입 상대국이었다. 같은 기간 이란의 대UAE 비석유 수출도 72억달러에 달했다. 양국 간 비석유 교역만 단순 합산해도 약 291억달러 규모다.
미국은 이란이 제재를 피해 석유 수출대금과 외화를 움직이는 ‘그림자 금융’ 체계에서 두바이가 핵심 거점이라고 지목해왔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는 지난해 공개한 분석에서 2024년 미국 금융기관들이 포착한 약 90억달러 규모의 이란 관련 그림자금융 거래를 분석한 결과 96%에 달하는 약 86억달러가 UAE와 홍콩, 싱가포르 소재 기업이나 금융 주체와 연결돼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과 연결된 석유업체들의 약 40억달러 규모 거래 가운데 60%인 약 24억달러가 UAE 소재 업체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UAE가 금융거래 중단을 실제 은행·환전소·무역회사와 자유무역지대에까지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이란에는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 달러화 등 외화 조달과 수입대금 결제, 원유 판매대금의 우회 정산 등에 활용돼온 통로가 동시에 좁아질 수 있어서다.
UAE의 이날 발표는 이란발 미사일 공격이 있었다는 발표 직후 나왔다. UAE 국방부는 18일 방공망이 이란에서 UAE 방향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2발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미사일은 해상 교통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됐으며 한 발은 UAE 영해 밖 바다에, 다른 한 발은 UAE 영해 안에 떨어졌다. 인명이나 시설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UAE에 대한 이란의 직접적인 미사일 공격이 보고된 것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UAE가 18일 다시 전면적인 거래 중단으로 방향을 튼 것은 양국 관계가 두 달여 만에 급격하게 냉각됐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28일 이란을 공격하면서 전쟁이 시작된 뒤 UAE 역시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이후 6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과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면서 긴장이 완화됐고 두바이와 이란 항구 사이 일부 교역과 이란발 항공편도 재개됐다. UAE 당국은 전쟁 발발 당시 해외에 있던 UAE 체류자격 보유 이란인 약 2만명의 귀환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6월17일 체결된 MOU가 규정한 60일간의 협상 시한이 지난 16일(미 동부시간 기준) 별다른 성과 없이 만료되면서 상황은 다시 악화하고 있다. MOU는 군사행동 중단과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정상화, 이란 핵 문제에 대한 최종 합의를 목표로 했지만 합의 체결 수주 만에 사실상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이란이 상선들을 공격했다며 지난달 군사공격을 재개하고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와 경제제재를 복원했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합의를 위반했다고 맞서고 있다.
양국 간 긴장은 미사일 사태 이전부터 다시 높아지고 있었다. UAE는 지난 14∼15일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던 국영 석유기업 ADNOC 관련 선박들이 잇따라 이란의 공격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UAE 외무부는 상선 공격과 호르무즈해협을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는 행위를 규탄하며 이란에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해협을 완전히 재개방하라고 요구했다.
이란은 UAE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19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UAE의 주장은 “선린 원칙에 반하고 역내 국가 간 신뢰를 높이고 안보 악화를 막으려는 현재의 노력을 훼손한다”며 역내 국가들이 이란에 대해 “근거 없는 비난”을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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