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최초 주택 선호 79.7% “첫 집은 아파트”…청년 비아파트 자가 비율 4.5%
“청년은 빌라만 사라는 거냐” 논란…금융위 “주거 선택지 추가일 뿐” 진화 나서
정부가 4억원 이하 빌라 등 비아파트를 사는 청년에게 주택가격의 최대 80%까지 빌려주는 정책모기지를 내놓는다. 월세로 나가던 돈을 원리금 상환에 돌려 자가를 마련한 뒤, 이를 발판 삼아 아파트로 옮겨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청년들은 비아파트를 ‘살 집’이 아니라 ‘거쳐 가는 집’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청년 가구 절반 이상이 비아파트에 세 들어 살지만, 소유한 비율은 5%에도 못 미친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3월 발간한 ‘비아파트 소유 기피 현상과 주거정책 과제: 청년 주거안정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생애최초 주택 구매 시 선호 유형을 묻는 조사에서 응답자의 79.7%가 아파트를 꼽았다.
청년 가구의 51.0%가 비아파트에 임차로 거주했다. 비아파트 자가 비율은 4.5%에 그쳤다. 전체 가구의 비아파트 자가 비율 20.5%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국토연구원은 아파트가 비아파트보다 환금성과 자산가치 상승 기대가 높다고 분석했다. 거래 정보가 많아 가격 방어와 담보가치 평가에도 유리하다. 주차·안전·위생과 관리 서비스 격차도 소유를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비아파트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런데도 자산가치 하락과 청약 기회 상실 우려가 겹치며 ‘내 집 마련’의 중간 단계로도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이 비아파트에 청년 주택구입 자금을 직접 투입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13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과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청년미래보금자리론’ 신설 방안을 담았다.
청년의 주거 형태를 자가·반전세·전세로 나눠 지원하는 ‘청년 주거지원 3종 세트’의 한 축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예산 확보와 내규·시행세칙 정비를 거쳐 내년 1월 출시할 계획이다.
대상은 생애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만 39세 이하 청년이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이면서 4억원 이하·전용면적 85㎡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하면 대상이 된다.
LTV는 수도권·규제지역에서 70%, 그 외 지역에서 최대 80%를 적용한다. 이 상품으로 산 비아파트를 처분하고 다시 무주택 상태에서 다른 주택을 구입할 때도 생애최초 LTV 우대를 받을 수 있다. 이때 생애최초 LTV는 수도권·규제지역 70%, 그 외 지역 80%가 적용된다.
일반 보금자리론은 한 번 이용하면 이후 생애최초 우대혜택이 소진되는데, 이 상품은 예외를 둔 것이다. 신혼부부는 부부 중 1인의 소득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금리는 일반 보금자리론보다 약 2%포인트 낮은 우대금리를 잠정 검토 중이다. 8월 기준 일반 보금자리론(아낌e) 금리는 연 4.90~5.20%,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최고 7%대다.
금융위는 비아파트 평균 월세를 약 80만원으로 제시했다. 2억원을 30년 만기·연 3.0%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월 원리금은 약 85만원이다. 연 3.0%는 확정 금리가 아닌 설명용 가정치다.
공급 규모는 연간 3조원씩 2년간 총 6조원이다. 주거용 오피스텔도 지원 대상에 포함할 계획이다. 현재는 주택법상 주택만 보금자리론으로 지원할 수 있어, 오피스텔을 포함하려면 주택금융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법 개정을 추진한다.
발표 다음 날인 14일, 정책은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지원 대상을 비아파트로 한정한 설계를 두고 “청년은 빌라나 오피스텔에서만 살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확산했다. 야당은 4050세대 역차별 소지도 제기했다.
금융위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정에 없던 추가 질의응답을 열고 진화에 나섰다.
윤덕기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기존 보금자리론이나 디딤돌대출의 요건을 강화하거나 공급을 줄이면서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만든 것이 아니다”며 “아파트 구입을 희망하면 기존 보금자리론 등을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초년생이나 1인 가구의 경우 생애 최초로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만이 선택지는 아닐 수 있다”며 “역세권 빌라나 오피스텔 등에 월세로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월세 수준의 부담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추가적인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근거로 기존 정책모기지의 아파트 쏠림 현상을 들었다. 지난해 청년층에 공급된 보금자리론 12조원 가운데 97%인 11조6000억원이 아파트 구입에 쓰였다. 월세 거주 청년 가구 중 비아파트 거주 비중은 71.7%에 달한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청년이 비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주택 조건에 따라 향후 청약에서 무주택 기간 산정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대출 지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정 면적·공시가격 이하 비아파트는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되지만, 실제 적용 여부는 주택별로 확인해야 한다.
국토연구원은 비아파트의 낮은 품질, 낮은 선호, 소유 기피가 맞물린 악순환을 끊으려면 금융 지원을 넘어 주거환경과 관리 상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비아파트가 실제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려면 팔고 싶을 때 팔 수 있어야 한다. 거주하는 동안 아파트와의 주거환경 격차도 줄어야 한다.
정책 효과는 실제 수요가 확인돼야 판단할 수 있다. 비아파트의 환금성과 주거 품질을 개선하지 못하면 저리 대출만으로 청년층의 선택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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