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청년에게 혹독한 고용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사라진 청년 일자리 28만5000개 중 94%(26만8000개)가 정보서비스업과 컴퓨터·프로그래밍, 출판업과 같은 ‘AI 고노출’ 업종이었다. 한은은 AI가 청년 고용위축의 원흉으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기존의 채용과 업무방식의 변화를 가속하거나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주요 업무를 AI로 속속 대체하면서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현장에서 청년이 피부로 느끼는 위기감은 공포에 가깝다. 한국경제인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 2명 중 1명(53.9%), 미취업 청년의 경우 5명 중 3명(63.8%)은 ‘5년 내 내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것’이라고 답했다. 청년 취업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통계도 차고 넘친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에서 30세 이하 청년 비중이 50세 이상 장년층을 밑도는 ‘세대역전’이 현실화됐다(리더스인덱스 분석)고 한다. 여기에 주휴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주 15시간 미만의 초단시간 취업자는 사상 처음 200만명을 넘어섰다. 챗GPT 출현 이후 고학력 대졸청년 실업률이 전문대졸 이하를 웃도는 기현상도 벌어진다. 청년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끝없이 악화하는 형국이다.
정부와 여당은 툭하면 청년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했지만 말뿐이다. 땜질식 처방이나 백화점식 대책만 반복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청년 고용 지원금이나 일회성 취업 연계 프로그램은 근본 처방과 거리가 멀다. 청년의 창업을 유도하는 정책도 고용절벽을 해소하기는 턱없이 모자란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2030의 불신과 분노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기업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공법으로 풀 수밖에 없다. 기업의 손발을 묶는 낡은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 민간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노동개혁도 화급한 과제다. 기득권 노조에 치우친 연공서열 임금체계나 주 52시간제, 파견대상 업종 제한 등 경직된 노동규제를 바로잡지 않고는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기피하고 그 피해가 청년들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을 막을 길이 없다. 한은의 조언대로 청년들이 AI를 활용하는 경력사다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교육프로그램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기업들의 청년 채용에 세제·규제 완화 등 맞춤형 지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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