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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전체가 기술 실험실”… 中 로봇산업 키우는 ‘실증의 힘’ [연중기획-더 나은 미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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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전=글·사진 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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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산업 질주 이끄는 선전 로봇밸리

생산·부품·시험기관 20~30분 거리 밀집
현장서 문제 생기면 곧바로 협업·재검증
무인택시·드론배달 등 일상 속 실증 활발
AI 제품 늘고 로봇 전문매장까지 등장

신산업 등장 땐 빠르게 규칙 만들어 지원
“풀어 주되 잘 관리”… 지원 통로 선제 개방
벤처·국유자본, 장기 연구개발 뒷받침도
‘30분 생태계’ 앞세워 로봇 상용화 가속

“로봇밸리의 강점은 필요한 부품을 더 빨리 찾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문제를 이해하고 함께 해결할 파트너를 빠르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합니다.”


지난 14일 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 로봇밸리에서 만난 오르벡 관계자는 중국 로봇산업의 빠른 발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3년 선전에서 설립된 오르벡은 로봇이 물체의 형태와 거리·깊이를 파악하게 하는 3D 비전센서, 이른바 ‘로봇의 눈’을 만드는 회사로 중국 유비테크와 한국 트위니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오르벡 측은 중국 서비스로봇용과 한국 모바일로봇용 3D 비전센서 시장에서 모두 7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15일 중국 선전시 룽강구 로봇 6S 매장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15일 중국 선전시 룽강구 로봇 6S 매장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이탈리아 고객이 자신의 자동차 트렁크에서 로봇을 꺼낸 뒤 제품·기술 담당자들이 현장에서 논의해 약 30분 만에 1차 기술 방안을 정리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중국의 속도’는 낮은 비용과 빠른 조립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며 “완전한 산업사슬과 고밀도 엔지니어 네트워크, 시장화 메커니즘과 실제 응용 현장이 함께 만든 시스템 효율”이라고 말했다.

◆일상에 닿은 무인택시·드론배달

오르벡 본사를 나와 인재공원으로 가기 위해 부른 무인택시의 앞뒤에는 자율주행을 뜻하는 청록빛 표시등이 켜져 있었다. 이동 중에도 같은 불빛을 켠 차량이 종종 보였다. 차는 별다른 문제 없이 목적지까지 달렸다.

인재공원에서는 음식이 드론에 실려 도착했다. 지정 장소에서만 받을 수 있고 드론 출발지까지는 사람이 음식을 옮겨야 해 아직 실용성은 제한적이었다. 그래도 공원에서 서비스를 운영하며 기술을 개선하는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14일 선전에서 무인 택시가 기자를 태우고 운전자 없이 목적지까지 주행하고 있다.
14일 선전에서 무인 택시가 기자를 태우고 운전자 없이 목적지까지 주행하고 있다.

‘중국 전자제품 1번지’ 화창베이의 진열대도 달라져 있었다. 휴대전화와 태블릿이 차지하던 자리를 인공지능(AI) 안경과 반지, 완구 등이 채웠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화창베이에서 AI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12%에서 최근 61%로 높아졌다.

주말인 15일에는 현지 당국이 세계 최초라고 소개하는 선전 룽강구 ‘로봇 6S’ 매장이 관광객들로 붐볐다. 이곳에서는 자동차 4S 매장의 판매·부품·서비스·정보 피드백에 맞춤 제작과 임대를 더해 60여개 기업의 로봇을 전시·판매한다.

◆신산업이 움직일 규칙 제정 빨라

본격적으로 무인택시가 도로를 달리고 드론이 공원 위를 날기 위해서는 시험범위와 안전기준, 사고 책임을 정한 제도적 통로도 필요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14일 선전 난산구 인재공원의 로봇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14일 선전 난산구 인재공원의 로봇 카페에서 음료를 주문하고 있다.

선전은 2022년 중국 최초의 스마트커넥티드카 조례를 시행해 차량 시험과 시장 진입, 도로 운행, 사고 책임과 데이터 안전을 규정했다. 같은 해 AI산업촉진조례는 국가·지방 표준이 없는 저위험 제품도 국제적인 선진 기준을 충족하면 시험·시범 운영하도록 했다.

2024년 시행된 저고도경제촉진조례 역시 드론 운항에 필요한 비행서비스와 기반시설, 안전관리체계를 마련했다. ‘안전 우선’과 ‘포용적이고 신중한 감독’이 원칙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는 2022년 선전 특별조치에서 감독 규칙을 함께 정비해 ‘풀어 주되 잘 관리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신산업을 방치한 것이 아니라 시험 범위와 안전·책임의 선을 일찍 그은 것이다. 난산구는 로봇의 연구개발과 상업화를 위한 공공 응용 시나리오 68개를 개방했다.

13일 화창베이 전자상가 광고판에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광고가 게재돼 있다.
13일 화창베이 전자상가 광고판에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광고가 게재돼 있다.

◆부품·시장이 모인 ‘30분 생태계’

선전의 생태계도 신산업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선전 로봇밸리에 대해 ‘선전에서는 로봇을 30분이면 만들 수 있다’고 소개했다. 완성 로봇의 조립 시간이 아니라 연구개발센터와 생산라인, 부품업체와 시험기관이 20∼30분 거리에 모여 곧바로 문제를 검증한다는 의미다.

류셴대로를 따라 약 10㎞에 걸쳐 조성된 로봇밸리에는 로봇기업 200여곳과 휴머노이드 완성품 제조업체 25곳 이상이 모여 있다. 유비테크·X스퀘어·푸두 등 오르벡 고객사도 20분 거리다. 엔진AI 엔지니어는 오전에 고친 알고리즘을 25분 떨어진 제조기지에서 시험하고 오후에 다시 수정할 수 있다.

장기 연구개발을 견디게 하는 ‘인내자본’도 중요하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선전에는 벤처투자기관이 1560곳 넘게 있으며, 운용 펀드는 1조5000억위안(약 314조원)을 웃돈다. 러쥐로봇의 렁샤오쿤 창업자는 사업화 가능성이 불투명하던 시기 선전시혁신투자그룹 등 장기자금이 먼저 투자하고 현지 국유자본이 뒤따라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15일 선전 로봇 6S 매장에서 드론 체험을 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15일 선전 로봇 6S 매장에서 드론 체험을 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343개로 미국(758개)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 유니콘 기업의 22.5%가 중국에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첨단기술을 적용한 모범 제조시설로 선정한 ‘등대공장’도 2025년 1월 기준 전 세계 189곳 가운데 78곳(41.3%)이 중국에 있어 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선전에서 시작된 실험은 현실 무대로 이어진다. 22∼2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에는 16개국 666개팀, 로봇 2056대가 참가한다. 지난해보다 네 배 늘었다.

로봇들은 달리기와 축구, 역도, 탁구뿐 아니라 도서 정리와 호텔서비스, 핀셋으로 콩 집기와 병뚜껑 열기 등 51개 종목에서 1301차례 경기를 치른다. 장광즈 대회 조직위원회 상무부주임은 “경기 규칙 가운데 상당수가 향후 실제 기술의 검수 기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며 “경기로 표준을 정립하고, 표준으로 산업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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