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대구에 둥지를 튼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역 로봇산업의 성적표를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영훈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은 18일 대구 남구 이천동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전국의 상장 로봇기업 31개 중 대구 기업은 단 1곳에 불과하다”며 대구 로봇산업의 현주소에 대해 쓴소리를 냈다.
조 원장은 “진흥원이 그동안 국가 로봇산업 전반을 위한 역할은 했을지언정, 정작 지역사회를 위한 기여는 부족했던 것 아닌가 하는 깊은 고민을 하게 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구 북구 3산업단지에 있는 진흥원은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에 따라 설립한 국가 기관이다. 국내 로봇산업 육성과 생태계 조성을 전담하고 있다.
조 원장은 지역 영세기업의 로봇 도입을 가로막는 현장의 금융 장벽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대구 3산업단지 내 중소기업들을 직접 방문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현재 5억원 규모의 로봇 실증사업을 진행하면 국비 2억5000만원이 지원되지만, 나머지 2억5000만원은 기업이 자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하루 버티는 영세기업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자부담은 감당하기 힘든 여력”이라며 정책적 사각지대를 짚었다.
조 원장은 다른 지자체의 우수 사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대전시가 정부 지원 사업에 매칭해 기업의 자부담 일부를 시비로 보전해 주는 사례를 들며, “대구시에도 영세기업의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자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과감한 재정 지원을 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근 고도화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에 대해선 기술적 접근보다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조 원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더라도, 이것이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에 대량 양산되어 적용되기까지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표적인 선례로 로봇청소기를 꼽았다. 조 원장은 “가정주부나 맞벌이 가구의 가사 노동 부담을 줄여준다는 긍정적인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로봇청소기가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향후 고층 빌딩의 유리창 청소나 질식 위험이 있는 맨홀 작업처럼 인간이 수행하기에 극도로 위험한 분야부터 로봇이 대체해 나간다면 자연스럽게 사회적 합의와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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