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선수 수입 2000만~5000만원 미만 21%…10억원 이상 고소득자는 LoL에서만
2026 아이치·나고야 AG e스포츠 9개 종목 출전…국가대표 36명 ‘몸값’도 관심
“‘e-스포츠’ 게임으로 억대 연봉을 번다고?”
수억원대 연봉을 받는 스타 프로게이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 선다고 모두 억대 연봉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연간 수입이 2000만원에 못 미치는 선수부터 10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선수까지 격차가 크다. 구단에서 받는 연봉이 전부도 아니다. 대회 상금과 스트리밍, 방송 출연, 광고·스폰서십까지 더해지면서 프로게이머의 실제 수입 구조와 ‘몸값’은 선수마다 크게 달라진다.
9월 일본 아이치·나고야에서 열리는 2026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무대다. e스포츠는 전체 11개 종목으로 치러지며, 한국은 이 가운데 9개 메달 종목에 출전한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선발한 국가대표 파견후보자는 36명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는 ‘페이커’ 이상혁을 비롯해 ‘제우스’ 최우제, ‘캐니언’ 김건부, ‘제카’ 김건우, ‘구마유시’ 이민형, ‘케리아’ 류민석 등 국내 정상급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LoL 2연패에 도전한다.
18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이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872억1000만원으로 전년 2569억5000만원보다 11.8% 증가했다. 1년 새 302억6000만원 불어난 것이다.
산업의 성장만큼 눈에 띄는 것은 돈의 흐름이다. 게임단 예산이 1426억1000만원으로 전체의 49.7%를 차지했다. 전년보다 27.8% 늘었고,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3%포인트 상승했다. 미디어업 매출은 923억원(32.1%)으로 뒤를 이었고, 종목사 매출은 234억원(8.2%), 대회 상금은 183억1000만원(6.4%), 데이터 플랫폼 매출은 106억원(3.7%)이었다. 게임단 예산과 미디어업 매출을 합치면 2349억1000만원으로 전체 산업의 81.8%에 달한다.
그런데 시장이 커지는 것과 달리 선수들이 경쟁하는 ‘상금판’은 오히려 줄었다. 2024년 국내 e스포츠 대회는 225개로 전년보다 9개 늘었지만, 전체 상금 규모는 190억1000만원에서 183억1000만원으로 7억원 감소했다. 프로대회 상금도 166억7000만원으로 전년보다 1.5% 줄었다.
대회와 산업의 외형이 동시에 커지는 것은 아니며, 대회 수 증가가 선수들의 상금 증가로 직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작 선수들의 지갑에는 얼마가 들어올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프로선수 1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2023년 연간 수입이 2000만~5000만원 미만이라고 답한 선수는 21.0%로 가장 많았다. 2000만원 미만도 17.4%였다. 5000만원~1억원 미만과 1억~3억원 미만은 각각 10.1%였다. 10억원 이상 수입을 올린다는 응답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만 나타났다.
‘프로게이머=억대 연봉’이라는 이미지와 실제 선수들의 소득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는 셈이다. 소수의 슈퍼스타가 거액의 수입을 올리는 반면, 상당수 선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 구간에 머물고 있다.
프로게이머의 경력도 짧은 편이었다. 조사 대상 프로선수의 평균 연령은 23.5세, 평균 경력은 4.6년이었다. 경력 3년 이하가 44.8%로 가장 많았고, 6년 이상은 29.7%였다. 계약도 장기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현재 계약기간은 6개월~1년 미만이 37.0%로 가장 많았고, 3년 이상은 20.3%에 그쳤다. 선수들이 선호하는 계약기간은 1~2년 미만이 56.5%로 가장 높았다.
프로게이머의 수입은 연봉이 전부가 아니다. 2024년 조사에서 프로선수들이 꼽은 주요 수입원은 연봉·월급이 73.4%로 가장 높았고, 대회 상금 41.3%, 스트리밍 수입 14.0%가 뒤를 이었다. 구단에서 받는 급여 외에도 대회 성적이나 개인 방송 활동 등에 따라 수입원이 달라지는 만큼, 선수별 실제 수입에도 차이를 보인다.
선수들의 몸값이 커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협상하는 시장도 생겨났다. LCK는 2022년부터 공인 에이전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활동한 공인 에이전트는 31명이다. 공인 에이전트는 선수의 계약 교섭과 연봉 조정은 물론 마케팅 계약 대리까지 맡으며, 경기장에서 쌓은 선수의 가치를 계약과 광고 등 경기장 밖의 기회로 연결한다. 2026년 자격심사는 지난 5월 접수를 시작해 8월10일 자격시험까지 마쳤으며, 최종 에이전트 명단은 9월11일 발표될 예정이다.
선수뿐 아니라 게임단 사이의 자금력 격차도 컸다. 2024년 국내 프로게임단은 43개, 전체 게임단은 107개였으며 프로선수는 398명, 아마추어·육성군 선수는 167명으로 집계됐다. 프로선수와 육성군을 합치면 선수 규모만 565명이다. 연간 예산 100억원 이상인 프로게임단은 4곳으로 늘었지만, 조사에 응답한 게임단 가운데 연간 예산이 6억원 미만인 곳도 8곳으로 파악됐다.
선수 개인의 소득뿐 아니라 구단의 투자 여력에서도 e스포츠의 양극화가 나타나는 대목이다. 결국 같은 ‘프로게임단’이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선수에게 돌아가는 기회와 계약 규모, 육성 시스템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에서 아시안게임은 선수들에게 또 다른 무대가 될 수 있다. 포켓몬 유나이트와 아너 오브 킹즈 같은 팀 종목부터 그란투리스모7, e풋볼, 뿌요뿌요 챔피언스 등 개인 종목까지 출전 종목도 다양하다.
특히 8월25일에는 e스포츠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41명이 참석하는 출정식이 열린다. 기업들도 국가대표팀의 파트너로 참여한다. 태극마크를 단 선수들이 경기장 안에서뿐 아니라 대회 전후로도 팬과 기업의 관심을 받는 이유다.
아시안게임 메달 하나가 선수의 연봉을 당장 몇 배로 올려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가대표 경력과 국제대회 성적은 선수의 이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LoL 대표팀처럼 이미 세계적인 팬덤을 확보한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는 단순한 명예를 넘어선다. 경기에서 쌓은 이름값이 광고와 콘텐츠, 스폰서십으로 이어지면서 선수의 몸값을 높이는 또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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