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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보완에만 47조… 전기료 폭탄 째깍째깍 [심층기획-‘에너지전환 청구서’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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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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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재생E와 전기요금

송·변전 등 백업시설 투자 눈덩이
정치 논리 탓 요금 반영 어려움
시장 원가와 괴리… 적자 악순환

재생E 發 ‘가파른 인상’ 가능성 속
‘에너지 믹스’ 통한 충격 완화 필요
비용 감내 논의·사회적 합의도

“재생에너지가 늘어난다고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LNG(액화천연가스) 가격 폭등 때문에 오른 적 있다.”(2025년 10월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모든 걸 재생에너지로 한다고 하면 우리도 독일에 가깝게 전기요금이 대폭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2026년 7월24일 CBS라디오 인터뷰)

이는 모두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요금의 관계를 두고 한 발언이다. 10개월 정도 전만 해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최근에는 재생에너지 때문에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없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적절하게 섞지 않으면 굉장히 비싼 전기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렇게 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했다.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과제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물가 부담이나 국민의 소득 문제가 없다면 가정용 전기요금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전기요금 인상이 민생에 미칠 영향 때문에 쉬이 조정하지 못한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생에너지 확대를 놓고 진영 간 충돌이 있을 때 전기요금 문제가 자주 호출된다. 김 장관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요금 인상 간 관계를 부인하는 발언을 했던 것도 당시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제기한 야당 의원 언급에 반박하면서였다. 이재명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기가와트)를 보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전기요금 영향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김 장관 말처럼 최근 5년간 전기요금을 끌어올린 주된 요인은 LNG 가격이다. 다만 재생에너지 또한 일부 인상 요인으로 작동했던 게 한국전력공사가 공개 중인 자료에서 확인된다.

이미 투입됐지만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관련 비용도 있다. 최근 5년간 재생에너지 연계 송·변전설비(송전선로·변전소)에 투자된 1조3000여억원은 우리나라 특유의 경직된 전기요금 결정 구조로 인해 상당 부분이 요금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상황이다.

비용은 앞으로 더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2038년까지 확보하기로 한 백업설비 물량만 따져도 수십조원이 투입돼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언젠가는 모두 요금에 녹아들어가 회수해야 할 비용이기에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주범은 LNG, 재생E도 거들었다

17일 한국전력공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기요금은 모두 7차례 인상됐다.

이 중 6차례가 전력량요금, 나머지 한 차례는 연료비조정요금을 인상한 경우다. 전기요금 항목 중 하나인 전력량요금은 사용한 전력량에 사용단가를 곱해 산정하는 요금이고, 연료비조정요금은 LNG 등 국제 연료 가격 변동분을 분기별로 반영하는 요금이다. 2022년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이 치솟아 구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은 ‘역마진’ 사태가 2023년 4월까지 이어졌다. 이 영업손실을 메우기 위해 잇따라 요금 인상이 단행됐다. 이 기간 전력량요금 6차례 인상 중 2022년 4월과 2023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기후환경요금도 각각 ㎾h당 2.0원, 1.7원씩 올랐다. 당시 한전은 RPS 비용 상승(2021년 ㎾h당 4.5원→2022년 5.9원→2023년 7.7원)을 인상 사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RPS는 발전사들이 총 발전량 중 일정 비율을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다. 한전은 여기에 발전사가 쓴 비용을 보전한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제도 비용 상승으로 인해 이미 전기요금 인상이 일부 이뤄진 것이다.

다만 기후환경요금 내 RPS 비용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발생하는 비용의 전부는 아니다.

원전·화석연료 발전과 비교해 단지당 설비용량이 소규모인 재생에너지는 더 많은 송·변전설비 투자를 야기한다. 재생에너지의 변동성·불확실성은 계통 안정을 위한 별도 백업설비도 필요로 한다.

한전은 이들 비용이 전기요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허윤지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은 발전·송전·배전·판매 등 기능별 원가를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총괄원가만 제시할 뿐”이라고 했다. 한전 측은 “총괄원가는 기후부 고시인 전기요금 산정기준에 따라 산정되고 있다”고 했다.

전기요금은 원칙적으로는 총괄원가를 보상하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개입돼 괴리를 발생한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전이 전기위원회에 모든 비용을 고려한 전기요금 인상안을 올려도 재정경제부에서 물가상승을 이유로 통과시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요금 미반영분이 결국 현재 200조원 넘는 한전의 부채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물가안정법에 따라 전기요금은 최종 확정 전 재경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친다. 올해 상반기 한전 연결 기준 총 부채는 210조7000억원이다.

◆재생E發 요금 인상, 시간문제일 뿐

재생에너지가 전기요금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검증하기 위해서는 결국 ‘요금’ 이전에 ‘비용’의 증감 규모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확인 가능한 비용 중 하나는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확인된 2021∼2025년 재생에너지 연계 관련 송·변전설비 투자비 집행액 1조3794억원이다. 이미 지출한 비용이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송·변전설비 등은) 준공이 되지 않아 취득 이전이라면 요금 원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며 “자산 취득 이후에도 감가상각비로 들어오기 때문에 오랜 기간에 걸쳐 반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공개 중인 전기요금 원가정보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감가상각비는 해마다 최소 1000억원 이상씩, 많게는 2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해 감가상각비는 4조596억원(예산 기준)으로, 4년 전(3조4629억원) 대비 17% 정도 오른 수준이었다.

또 다른 비용은 11차 전기본 내 ‘무탄소 전원 확대에 따른 계통안정화 자원 확보방안’에서 제시된 연도별 백업설비 필요물량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완화하고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에너지저장시스템(BESS) 21.75GW·양수발전 1.25GW, 계통 관성 확보와 전압 안정성 유지를 위해 동기조상기가 2038년까지 32GWs(기가와트초) 규모로 필요하다고 돼 있다.

동기조상기는 계통에 물리적 관성을 제공해 전력망의 주파수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원전·화력발전은 무거운 회전체가 돌면서 계통에 관성을 제공하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그러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 전력망에 관성이 부족해 정전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관성을 제공하는 백업설비로서 동기조상기가 따로 필요해지는 것이다.

11차 전기본에서 백업설비 필요물량에 따른 비용은 별도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2023년 당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ESS 산업 발전전략’ 자료에서 확인되는 ESS 구축 비용 기준으로 2038년 BESS 필요물량 21.75GW 비용을 추산해보면 45조∼56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3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포천양수발전소(700㎿) 예상 사업비라 밝힌 1조7508억원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2038년 양수발전 1.25GW의 경우 비용이 약 3조1264억원으로 추산된다. 2038년 동기조상기 32GW는 논문 ‘전력계통 내 관성확보를 위한 동기조상기 해외사례 검토 및 분석’(2023, 전혜련 등)에서 확인되는 호주 동기조상기 설치 사례(129MVA·관성상수 8.5초, 2020년 설치 완료)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때 비용이 약 9797억원으로 나온다.

이런 식으로 11차 전기본상 2038년까지 필요한 백업설비 설치 비용을 계산해 다 합하면 최소 47조원 정도가 된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BESS 같은 경우 보급 물량이 늘어날수록 단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올해 말 12차 전기본이 공개될 예정인 가운데 전력수요 전망이 11차 대비 5.3∼1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백업설비 필요물량 자체가 더 늘어 총 비용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시간문제란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그는 건 아니다. 탄소중립·에너지 안보·산업 경쟁력을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에 속도를 내되 적절한 에너지 믹스를 통해 전기요금 현실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이태의 선임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전원은 아니다. 향후 그 비용이 줄어들겠지만 그렇게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가 현재 재생에너지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전기요금 현실화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도 “결국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며 “온실가스 감축·에너지 안보 등 편익을 고려할 때 당장 전기요금 인상 압박이 늘더라도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합의만 있다면 그 비용을 어떻게 감내할지 논의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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