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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이 지름길로 오더라”…嘆老歌처럼 들이닥친 초고령사회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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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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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벗어나 자택까지 중간집·케어안심주택…지자체 ‘통합돌봄’ 잰걸음
수원·용인·화성·인천·청양 등 주거·의료 결합한 단기 통합돌봄 봇물
퇴원 환자 돕는 ‘중간집’도 가동…인력난, 시설 격차, 재정 보조 등 과제

#1.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김모(73)씨. 지난 5월 하반신 수술을 받고 사흘 만에 퇴원해 집에 머물렀다. 마땅히 돌봐줄 사람이 없어 한 달 넘게 어려움을 겪다가 사회복지사로부터 소개받은 곳은 시가 운영하는 단기 통합돌봄시설이었다. 이른바 ‘중간집’이다. 전담 인력이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최대 60일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김씨는 “집에 홀로 있으니 아프고 밥도 제대로 못 먹어 5㎏ 넘게 빠졌었다”며 “많이 서러웠지만 여기 와서 회복했다”고 전했다.

 

#.2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의 주택가에는 4층짜리 벽돌 건물이 자리한다. 원룸 10채가 있는 이 평범한 건물은 내부에 넓은 복도와 안전손잡이, 승강기를 갖췄다. 이른바 ‘노인케어안심주택’이다. 70세 이상 어르신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노후주택을 리모델링해 공급했다. 시가 운영을 맡은 케어안심주택의 월 임대료는 26만원 안팎. 기초생활수급자는 관리비만 부담하고, 차상위계층은 비용의 절반만 내면 된다. 안산시는 일동을 비롯해 본오동, 고잔동의 3곳에 29가구의 노인케어안심주택을 운영 중이다.  

 

경기 용인시의 ‘따숨케어하우스’에 입주한 어르신이 운영진과 대화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경기 용인시의 ‘따숨케어하우스’에 입주한 어르신이 운영진과 대화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퇴원 후 회복까지 책임”…혼자 살아도 혼자 아닌 집

 

고려 말 우탁은 ‘탄로가(嘆老歌)’에서 이렇게 읊었다.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려 하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어느새 지름길로 찾아와 버린 백발을 한탄하며, 세월의 흐름을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음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시구(詩句)다. 지난해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의 모습을 가장 적절하게 그린 고전기도 하다. 인구주택총조사에선 국내 1인 가구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고령화와 1인 가구의 급증 속에서 적절한 치료와 돌봄을 받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어디에서 어떻게 노후를 보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며 복지 패러다임에 다양한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17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시설이나 병원에 갇혀 살거나 자택에 방치된 고령자들을 위해 지역에서 주거·의료·복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이 수도권 지자체를 중심으로 빠르게 뿌리내리고 있다.

 

단기 통합돌봄시설 유형은 대상과 방식에 따라 △퇴원환자 중간거점형 △케어안심주택(임시주거형) △긴급·휴식 돌봄형으로 구분된다.

 

중간거점형은 병원 치료 후 자택 복귀가 힘든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1~3개월간 임시 거주와 재활, 식사 등을 지원한다. 케어안심주택은 열악한 주거 환경 등에 노출된 어르신과 장애인 등에게 일시적 주거·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주로 노후 임대주택 등을 개조해 돌봄 공간을 마련한다. 보호자 입원·사고 등 돌봄 공백이 생긴 가구에 수일~수주간 입소와 보호를 지원하는 긴급·휴식 돌봄형도 있다. 

 

◆따숨케어하우스·온(溫)이음채 등 지난달 문 열어

 

용인시는 퇴원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기 전 단기 회복을 돕는 ‘따숨케어하우스’의 운영을 지난달 시작했다. 맞춤형 건강 관리와 일상생활 지원을 연계해 재입원 위험을 낮추는 데 무게를 뒀다.

 

지난달 6일 첫 입주자를 맞으며 시는 협력기관인 용인세스란스병원에서 의뢰한 고령의 퇴원환자들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시 관계자는 “중간 과정으로 거쳐 가는 거주지인 만큼 회복과 사회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경기 화성시의 케어안심주택 ‘화성 온(溫)이음채’ 전경. 화성시 제공
경기 화성시의 케어안심주택 ‘화성 온(溫)이음채’ 전경. 화성시 제공

경기 화성시 역시 주거와 복지를 결합한 케어안심주택 ‘화성 온(溫)이음채’의 입주를 지난달 개시했다. 무장애 시설과 상주 간호·복지 인력을 갖춘 이곳은 퇴원환자를 위한 단기(2~4개월) 서비스와 홀몸어르신 등의 안정을 돕는 장기(2~4년) 계약형 서비스를 지원한다. 모두 24가구 규모로 보증금은 시가 지원한다. 첫 입주자들은 암 수술 이후 만성질환에 시달리던 80대 A씨 등 장기 계약자로 채워졌다.

 

앞서 화성시는 위기 상황에 놓인 시민에게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지원하는 ‘그냥드림’과 안정적 생활 기반을 제공하는 ‘온(溫)이음채’를 내놓으며 촘촘한 복지망 구축에 나선 바 있다.

 

경기 수원시 역시 LH의 다가구주택을 활용해 퇴원 고령 환자 임시 주거지인 ‘새빛돌봄 스테이션’의 운영을 시작했다. 퇴원에서 회복까지 ‘중간집’으로 불리는 이곳에선 간호·재활·요양 및 인공지능(AI) 응급안심 서비스가 제공된다.

 

주거 공간마다 의료용 전동 침대, 욕실 안전손잡이, 미끄럼방지 시설 등이 설치됐으며 비상호출벨, 화재경보기, 자동심장충격기(AED), 보행 보조기기 등도 갖춰졌다. 수원시는 대상자 발굴부터 입주, 회복, 재가 복귀 준비,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의 노인케어안심주택 전경. 안산시 제공
경기 안산시 상록구 일동의 노인케어안심주택 전경. 안산시 제공

안산시는 노인케어안심주택 사업에서 앞서 있다. 수년 전부터 관내 3곳에 리모델링을 거쳐 주거형 건물들을 마련했다. 각 세대 안에는 일정 시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복지 담당 부서에 자동으로 알림이 전달되는 감지센서가 설치됐다. 독립된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웃과 연결되도록 했다. 

 

2021년 이곳에 입주한 이모(78)씨는 “이 나이에 또래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몸도 마음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수요 늘지만, 인력난·시설 격차·재원 확보 등 과제

 

인천시의 경우 의료 접근성 강화와 단기 지원주택 확보 등 4대 모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인천형 통합돌봄’을 추진 중이다. 구청별로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개월 만에 이용자가 9배 이상 급증했다. 

 

충남 청양군의 고령자 복지주택 안에 마련된 ‘중간집’. 연합뉴스
충남 청양군의 고령자 복지주택 안에 마련된 ‘중간집’. 연합뉴스

충남 청양군의 ‘고령자복지주택’은 1~4층에 돌봄시설과 퇴원환자용 ‘중간집’을, 상층부에 주거 공간을 마련해 모범 사례로 꼽힌다. LH가 공급한 임대 아파트에 어르신 전용 거주지와 돌봄시설을 갖췄다. 군 돌봄정책팀이 이곳에 입주해 재택의료센터와 주간요양센터까지 운영한다. 1층 편의점과 식당 외에 안전관리, 청소 등의 업무는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꾸려진다. 

 

부산시 부산진구·북구 등은 고령층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단·중기 통합돌봄거점을 조성하고 있다. 전북 전주시와 전남광주 서구의 경우 퇴원환자 전용 중간거점 주택을 마련했다.

 

경남 김해·진주는 ‘경남형 통합돌봄 쉼터’를 운영 중이다. 읍·면·동 통합돌봄 창구와 지역 요양·돌봄 시설을 연계해 보호자의 간병 피로 누적이나 급성 질환 발생 시 이용할 수 있는 단기 휴식지원(Respite) 병상을 확보했다. 일종의 긴급·휴식 돌봄형 모델이다.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의료 취약지에선 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실효성 있는 처우 개선과 인력 확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농어촌 지역으로 갈수록 인프라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정부 지원 외에 안정적 재원 확보도 고려해야 한다. 한 통합돌봄시설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상 입소자에게 간호·재활 의료 처치가 제한되는 등 다양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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