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투입 어려운 병사들, 실험 대상으로 삼았을 가능성”
중일전쟁 당시 일본 육군 군의관이 조현병을 앓고 있던 자국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말라리아를 일부러 감염시키는 인체실험을 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확인됐다.
실험 대상 병사 10명 가운데 5명은 실제 말라리아에 감염돼 40도를 넘는 고열과 두통, 전신 통증 등의 증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17일 메이지가쿠인대학 국제평화연구소 마쓰노 세이야 연구원이 관련 논문을 확인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논문에 따르면 1940년 일본 육군군의학교 군의관은 말라리아가 일본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이미 말라리아에 감염된 일본군 병사의 피를 빤 모기를 준비했다. 이후 조현병을 앓고 있던 일본군 병사 10명에게 이 모기를 물게 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면서 전파되는 감염병이다.
실험 이후 10명의 병사를 관찰한 결과 5명에게서 말라리아 감염에 따른 40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전신 통증,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관은 일정 기간 이들의 상태를 관찰한 뒤 약물을 투여했다.
당시 중국에서 일본군 병사들의 말라리아 감염이 빈번하게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군이 중국에서 감염된 뒤 귀환하면서 일본 내로 말라리아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연구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마쓰노 연구원은 당시 일본군이 전투에 더 이상 투입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조현병 병사들을 인체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피험자들이 실험 내용과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하거나 동의했는지도 불분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쓰노 연구원은 “피험자가 된 병사들은 실험 내용이나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적과 관계없이 국가나 전쟁 수행에 공헌할 수 없다면 피험자로 삼아도 괜찮다는 냉혹함과 인간을 연구재료로만 보는 발상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앞서 교도통신은 중일전쟁 전후부터 태평양전쟁 기간 일본의 여러 의과대학에서 전장에서 혈액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수혈법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입원 환자들에게 동물의 혈액이나 혈액형이 맞지 않는 혈액 등을 주입하는 인체실험이 이뤄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중일전쟁 당시 일본 육군 군의학교 교관이 동물 혈액을 사람에게 주입하는 실험을 반복적으로 실시했다는 내용의 문서도 보도하며, 중국에서 일본군에 의한 이종 수혈 실험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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