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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제도 편의점서 4900원”…130만개 팔리자 불붙은 ‘5000원 건기식’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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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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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커피를 고르듯 비타민과 유산균을 장바구니에 담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CU 제공
CU 제공

한 달치를 한꺼번에 사던 건강기능식품이 2500~5000원 안팎의 소용량 제품으로 쪼개지면서다. 약국이나 온라인몰을 찾아 계획적으로 구매하던 영양제가 이제는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편의점에서 필요할 때 한두 개씩 사는 ‘생활 소비재’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지난해 7월 전국 약 6000개 점포에서 시작한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올해 2000여 점포 이상 추가 확대하기로 했다. 첫 출시 이후 이달까지 누적 판매량은 130만개를 넘어섰다.

 

경쟁 편의점뿐 아니라 다이소와 배민B마트, 올리브영까지 저가·소용량 건기식과 웰니스 상품을 강화하면서 소비자의 ‘건강 지갑’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CU가 꺼낸 카드는 이른바 ‘헬스케어 2.0’이다.

 

지난해 건기식 판매를 시작할 당시부터 편의점 고객 특성에 맞춰 대용량 대신 소용량·소포장 제품을 앞세웠다. 대부분 5000원 이하로 가격을 낮춰 진입 장벽을 줄였다.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약 1년 만에 누적 판매량이 130만개를 넘어섰다. CU는 여기에 맞춰 올해 건기식 운영점포를 기존보다 2000여 곳 이상 늘리기로 했다.

 

상품 구성도 넓힌다. 오는 18일에는 22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독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로트벡쉔의 ‘이뮨샷’을 4900원에 선보인다. 비타민과 미네랄, 베타카로틴 등 26가지 기능성 성분을 한 병에 넣은 제품이다.

 

다음 달에는 종근당 ‘멀티비타 올인원샷’을 4400원, ‘아임비타 메가팩’을 2500원에 내놓는다.

 

핵심은 ‘한 번에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온라인이나 대형마트에서 수만원짜리 몇 달분 영양제를 구매하는 방식과 달리 편의점에서는 필요한 제품을 소량으로 시험하거나 여행·출장 때 바로 구매할 수 있다.

 

건기식의 범위 밖에 있는 일반 건강식품도 동시에 키우고 있다.

 

CU는 지난 11일 포켓몬 캐릭터 ‘럭키’를 적용한 ‘멀티비타민 럭키 에너지샷’을 4500원에 출시했다. 뚜껑을 키링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건강 상품에 캐릭터 굿즈 요소까지 넣었다.

 

카페인을 넣지 않고 천연과즙 농축액을 활용한 ‘타이거 모닝 진저샷’과 ‘타이거 모닝 베리샷’도 각각 3900원에 선보인다.

 

건기식과 달리 일반 건강식품은 별도 건기식 판매 요건에 구애받지 않아 전국 CU 점포에서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유통사 입장에서는 강점이다.

 

CU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GS25는 지난해 8월 전국 5000여 개 점포에서 비타민·유산균 등 건기식 30여 종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삼진제약·종근당·동화약품·종근당건강·동국제약·동아제약 등 국내 주요 제약·건기식 업체들이 참여했다.

 

편의점에 맞춰 제품 대부분을 1주~1개월 분량의 소포장으로 구성하고 가격도 5000원 안팎으로 낮췄다. 판매 시작 약 석 달 만인 지난해 10월 누적 판매량은 이미 80만개를 넘어섰다. 당시 500여개 점포는 별도의 건기식 특화 매장으로 꾸몄다.

 

구매 품목도 연령별로 갈렸다. GS25에 따르면 전체 연령대에서는 비타민 판매가 가장 많았고 10~20대는 단백질 쉐이크 등 이너뷰티 상품, 30~40대는 피로·간 건강 관련 제품, 50~60대는 저속노화 관련 제품을 상대적으로 많이 찾았다.

 

건강 상품의 성장세는 올해도 이어졌다. GS25가 지난해 12월29일부터 올해 1월4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건기식 매출은 직전 같은 기간보다 1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당·제로슈거 상품은 20.4%, 샐러드는 19.7%, 단백질바는 17.2%, 닭가슴살은 13.5% 각각 늘었다.

 

편의점이 건기식 한 품목만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샐러드와 고단백 식품, 저당 간식까지 한 묶음으로 구성하는 이유다.

 

가격 경쟁에 먼저 불을 붙인 곳은 생활용품 업계였다.

 

다이소는 지난해 2월 200개 점포를 시작으로 루테인·오메가3·비타민D 등 건기식 판매에 뛰어들었다. 당시 상품 가격을 기존 다이소 가격 체계와 마찬가지로 최대 5000원 이하로 책정하면서 건기식 시장에 ‘초저가’ 경쟁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였다.

 

올해는 배달 플랫폼까지 가세했다.

 

배민B마트는 지난 2월 동아제약과 손잡고 멀티비타민, 루테인지아잔틴, rTG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 등 4종을 각각 5000원에 출시했다. 특히 1개월분을 5000원으로 구성했다. 출시 당시 B마트의 1월 건강 카테고리 주문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 늘어난 상태였다.

 

소비자가 영양제를 사기 위해 별도 매장을 찾는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집 앞 편의점에서는 몇 회분을 사고, 다이소에서는 5000원 이하 제품을 고르고, 배달앱에서는 한 달치 제품을 다른 생필품과 함께 주문할 수 있게 됐다.

 

올리브영은 가격보다는 ‘웰니스’라는 더 큰 시장을 택했다.

 

올해 1월 웰니스 큐레이팅 플랫폼 ‘올리브베러’를 출범시키고 건강기능식품에서 건강식품·이너뷰티·운동·수면 등 생활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다.

 

출범 100일 만인 지난 5월 기준 국내외 웰니스 브랜드 560개를 발굴했다. ‘웰니스샷’처럼 해외에서 먼저 확산한 제품군도 국내 시장에 적극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은 15~24세를 중심으로 젊을 때부터 건강을 챙기는 ‘얼리 웰니스’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강관리가 중장년층만의 소비 영역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자체도 이미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를 인용한 관련 업계 공시를 보면 2025년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약 5조9626억원으로 추산됐다. 건기식 구매 경험률은 83.6%로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 업계는 소비자 요구가 세분화하면서 판매 채널도 편의점·올리브영·다이소 등으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결국 유통업계의 다음 승부처는 ‘어디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파느냐’보다 ‘얼마나 쉽게 집어 들게 만드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수십 개입 대용량 제품 대신 2500~5000원대 소포장을 놓고, 알약뿐 아니라 마시는 샷과 저당식·단백질 식품까지 한 매대에서 고르게 하는 방식이다.

 

130만개를 판매한 CU가 점포를 다시 늘리고 GS25가 전국 단위 판매망을 갖춘 것도 같은 이유다. 건기식이 더 이상 특별한 날 마음먹고 사는 상품이 아니라 커피 한 잔처럼 필요할 때 바로 사는 상품으로 바뀌면서 ‘집 앞 5분 거리’가 새로운 헬스케어 유통 전쟁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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