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사회공헌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연말 성금이나 제품 기부처럼 단발성 활동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어떤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고 얼마나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왔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회공헌 활동 자체를 하나의 ‘브랜드 자산’처럼 쌓고 외부에 체계적으로 알리는 기업도 늘어나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헬스케어 기업 세라젬은 국내외에서 진행해온 사회공헌 활동을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식 홈페이지에 ‘사회공헌 활동’ 페이지를 새롭게 열었다.
기존 회사소개 페이지 일부에 흩어져 있던 내용을 별도의 상세 페이지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외에서 진행한 활동부터 장기간 이어온 사업의 운영 기간과 지원 내용, 주요 성과 등을 카드 형태로 정리했다.
단순히 기부 사례를 나열하기보다 세라젬이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지원을 이어왔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라젬은 국내에서는 아동과 위기 가정의 건강한 성장과 자립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초록우산과 취약계층 아동 지원을 이어왔고 KBS 프로그램 ‘동행’ 후원, 웰라운지 나눔 현판 사업 등을 진행했다. 장기간 후원을 이어온 공로로 후원 20주년 기념 감사패도 받았다.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김장김치 나눔과 헌혈 캠페인 등도 지속하고 있다. 교육과 생계, 의료, 주거, 돌봄 등 지원 영역도 넓혔다.
해외에서는 교육 인프라 구축과 인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교육 취약지역에 희망학교를 조성하고 대학생 장학금을 지원해왔으며 인도 드림스쿨, 베트남 희망의 다리, 방글라데시 학교 학용품 지원 등 국가별 상황에 맞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라젬은 이미 2006년부터 중국에서 희망학교 사업을 진행해왔다. 회사 연혁에도 중국 희망소학교 설립 사업을 장기간 사회공헌 활동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홈페이지 개편은 이처럼 여러 국가와 분야에 흩어져 있던 사업을 하나의 ‘사회공헌 역사’로 묶어 보여주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세라젬은 사회공헌 페이지와 함께 뉴스룸도 새로 구축했다. 보도자료와 기업 공식 메시지뿐 아니라 CI와 브랜드 이미지 등을 모아 볼 수 있는 미디어 라이브러리도 마련했다.
비슷한 움직임은 생활가전 업계에서도 나타난다.
코웨이는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주력 사업과 연계해 물과 공기, 환경을 중심으로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 사업 가운데 하나가 ‘청정학교 교실숲’이다. 학교 교실에 공기정화 식물을 조성해 학생들에게 쾌적한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올해 6월에는 제8호 교실숲을 조성했다. 지난해에도 제7호 교실숲과 생태숲 조성 사업 등을 이어갔다.
환경 분야뿐 아니라 취약계층 지원에도 자사 제품을 활용한다. 코웨이는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취약계층에 안마베드 108대를 기증했다.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학습 교구 제작, 임직원 동화 낭독 등 활동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의 제품과 서비스가 가진 강점을 사회공헌 사업과 연결하면서 ‘코웨이가 왜 이 사업을 하는가’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도록 만든 셈이다.
대기업들은 이미 사회공헌 사업을 별도의 브랜드처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사회공헌 비전으로 내걸고 청소년 교육과 청년 자립 지원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 희망디딤돌’을 통해 자립준비청년에게 주거와 직무교육, 취업을 연계해 지원한다. 기업의 자금 지원에 그치지 않고 청년들이 사회에 정착하는 데 필요한 교육과 취업까지 묶은 장기 지원 모델이다.
LG전자도 ‘더 나은 삶을 함께 만드는 기업’을 사회공헌 방향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 체계인 ‘Better Life Plan 2030’을 통해 환경과 사회 분야의 목표와 추진 현황을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
과거 기업 사회공헌이 ‘얼마를 기부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본업과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특정 사업을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가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소비자가 기업의 ESG 활동과 사회적 책임까지 브랜드 선택 기준으로 보기 시작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활동을 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공개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세라젬이 사회공헌 전용 페이지와 뉴스룸을 동시에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별 활동이 끝날 때마다 보도자료를 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난 활동과 성과를 계속 축적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경쟁이 ‘기부 금액’에서 ‘지속성과 정체성’으로 옮겨가면서 홈페이지 속 사회공헌 페이지도 단순한 회사소개 메뉴를 넘어 기업이 어떤 가치를 추구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브랜드 전시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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