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무더위가 완전히 가시기도 전에 카페업계가 ‘가을 장사’에 시동을 걸었다. 망고·수박 등 여름 과일이 차지했던 신메뉴 자리를 밤과 고구마, 홍시 등 묵직하고 고소한 계절 식재료가 넘겨받기 시작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먼저 움직인 곳은 투썸플레이스다. 투썸플레이스는 지난 14일 밤과 고구마를 활용한 ‘촉촉한 밤 생크림 케이크’와 ‘부드러운 고구마 생크림 케이크’를 출시했다. 입추가 지난 직후 가을 대표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우며 계절 수요 선점에 나선 것이다.
카페업계에서는 해마다 8월 말부터 가을 신메뉴 경쟁이 본격화한다. 지난해에도 할리스가 8월 말 홍시·오미자·고구마를 앞세운 가을 메뉴를 선보였고, 빽다방과 더벤티 등도 이후 밤과 고구마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올해 투썸이 시기를 더 앞당기면서 가을 메뉴 경쟁의 출발점도 빨라지는 모습이다.
투썸이 이번에 내놓은 ‘촉촉한 밤 생크림 케이크’는 초코 시트 사이에 밤 마스카포네 생크림을 넣고 밤과 마롱 스프레드를 더했다. 일반적인 몽블랑처럼 마롱크림만 강조하기보다 밤 원물을 넣어 식감과 풍미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고구마 생크림 케이크’는 고구마 크림을 시트 사이에 넣고 상단에는 생크림과 카스텔라 가루를 올렸다. 두 제품 모두 홀케이크뿐 아니라 디자인을 축소한 쁘띠 사이즈도 운영한다. 1~2인 디저트 수요와 소규모 기념일 시장까지 함께 겨냥한 구성이다.
투썸은 앞서 망고와 자몽 등 과일을 활용한 디저트로 여름 시즌 수요를 공략해왔다. 이번에는 밤과 고구마로 소재를 바꾸면서 메뉴판부터 계절을 먼저 가을로 돌린 셈이다.
다른 카페 브랜드들도 매년 가을이면 지역 농산물과 고구마·밤 등을 활용한 제품을 반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할리스는 지난해 8월 27일 ‘청도 홍시 듬뿍 스무디’, ‘문경 오미자 꿀배차’, ‘꿀고구마 카스텔라 케이크’ 등 가을 시즌 메뉴 3종을 출시했다. 청도 홍시와 문경 오미자, 나주 배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로코노미’ 전략까지 접목했다.
특히 디저트 메뉴인 꿀고구마 카스텔라 케이크를 통해 음료에 그치지 않고 가을 식재료를 베이커리·디저트 영역으로 확장했다. 올해 투썸 역시 밤과 고구마를 음료가 아닌 생크림 케이크 전면에 배치했다는 점에서 비슷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더본코리아의 빽다방도 지난해 가을 밤과 고구마를 대거 활용했다.
빽다방은 ‘꿀밤스무디’를 새롭게 선보이는 동시에 기존 인기 메뉴인 ‘꿀밤라떼’, ‘고구마라떼’, ‘고구마스무디’를 다시 출시했다. 꿀밤스무디는 꿀밤 소스와 연유, 우유를 얼음과 함께 갈아 밤의 단맛과 고소한 풍미를 살린 메뉴다.
더벤티도 지난해 10월 ‘군고구마라떼’와 ‘토피넛라떼’를 재출시했다. 회사 측은 두 제품에 대해 매년 재출시 요청이 이어지는 가을 시즌 대표 메뉴라고 설명했다. 신제품을 매년 새로 개발하기보다 검증된 시즌 메뉴를 반복적으로 불러내는 전략이다.
컴포즈커피 역시 지난해 충남 부여산 밤을 활용한 음료를 선보였다. ‘이 밤의 끝을 부여 잡고’라는 이름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지역 특산물과 가을 시즌 마케팅을 결합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해 11월 고구마를 디저트 자체로 확장했다. ‘바닐라아이스크림 고구마’, ‘소프트아이스크림 고구마’, ‘군고구마’ 등 고구마 디저트 3종을 내놓으며 음료 중심이던 겨울철 고구마 제품군을 간식과 식사 대용 영역까지 넓혔다.
계절에 따라 카페 메뉴판의 주재료가 빠르게 교체되는 현상도 뚜렷하다.
올해 초여름만 해도 카페업계의 경쟁 소재는 수박과 열대과일이었다. 할리스는 생수박 주스와 ‘아박추’, 생수박 화채 등을 내놨고 이디야도 생과일 수박주스와 생수박 과일화채를 출시했다. 투썸플레이스는 파인애플·산딸기·바나나 등을 활용한 프라페를 선보였다.
불과 두 달여 만에 투썸이 밤과 고구마를 꺼내 들면서 계절 마케팅의 무게중심은 가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카페업계가 실제 날씨보다 한발 앞서 시즌 제품을 내놓는 데는 한정된 기간 동안 신제품 노출을 최대한 늘리는 동시에 ‘첫 가을 메뉴’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밤과 고구마처럼 소비자에게 계절 이미지가 명확한 원물은 별도의 설명 없이도 가을 분위기를 전달하기 쉽다.
지난해 할리스가 8월 말, 빽다방과 더벤티 등이 10월 이후 본격적으로 관련 제품을 확대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투썸의 8월 중순 출시는 비교적 빠른 편이다.
아직 한낮에는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카페 메뉴판에서는 이미 계절이 바뀌고 있다. 투썸이 밤과 고구마로 먼저 신호탄을 쏘면서 다른 커피·디저트 브랜드들도 이달 말부터 가을 시즌 신제품을 잇달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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