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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E’ 풍력·태양광 함정… 시스템 비용 반영땐 발전단가 ‘쑥’ [심층기획-‘에너지전환 청구서’ 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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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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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재생E의 진짜 가격

단가에 송배전망 확충 비용 등 빠져
李정부 재생에너지 30% 확대 계획
2035년 기준 ㎾h당 40원 추가 발생

부지도 비싸 발전 비용 해외의 2배
㎾h당 146원…원전 가성비 못미쳐
해외는 부지 비용 없거나 미미해

①태양광은 가장 싼 에너지다-‘절반의 사실’

 

 

“잘 아시는 것처럼 국제 에너지 기관들에는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 가장 싼 에너지가 돼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가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겠냐’는 국민의힘 우재준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현재 가장 싼 에너지라거나 앞으로 가장 저렴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그간 과감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의 근거가 되는 동시에 급격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한 우려에 맞서는 ‘무기’가 돼왔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뉴시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뉴시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지표가 LCOE(Levelized Cost of Energy·균등화발전비용)다. LCOE는 발전설비의 건설부터 운영,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 동안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총비용을 동기간 총발전량으로 나눈 값이다. 통상 이 수치가 낮을수록 경제성이 높다고 평한다. 실제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가 내놓는 자료를 보면 다른 어떤 전원보다 재생에너지의 LCOE가 낮은 게 확인된다.

 

다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이건 글로벌 기준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재생에너지 LCOE가 충분히 낮지 않고, 동시에 다른 특정 전원의 LCOE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매우 낮은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또 다른 함정은 LCOE 개념 자체에 있다. 전통적인 전원과 달리 변동성·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재생에너지의 ‘진짜 가격’을 반영하지 못 한단 것이다.

 

◆글로벌은 제일 싸지만, 한국은 아니다

 

일단 김 장관이 재생에너지가 ‘이미 가장 싸다’고 하면서 출처로 든 ‘국제 에너지 기관’의 자료를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OECD 산하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가장 최근 LCOE 분석이 담긴 세계에너지전망 2025(World Energy Outlook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유럽연합(EU)·중국·인도 4개 국가의 태양광·풍력 LCOE가 대체로 석탄·가스복합발전·원전보다 저렴하다. 태양광만 놓고 보면 LCOE가 ㎿h(메가와트시)당 30∼55달러로 가스복합발전(50∼205달러)·원전(70∼165달러)·석탄(60∼235달러)보다 낮았다. 재생에너지 전담 국제기구인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Renewable Power Generation Costs in 2025) 보고서 기준으로도 태양광의 글로벌 LCOE는 중국 포함 시 ㎿h당 44달러, 중국 제외 시 55달러로 IEA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글로벌 LCOE’만 따진다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가장 싼 에너지’라는 진술이 사실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건 한국에서도 이 진술이 사실로서 유효하느냐다. 확인되는 건 우리나라 태양광 LCOE는 글로벌 기준 대비 2배 정도 높다는 점, 여전히 원전 LCOE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정책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2024년 말 공개한 ‘재생에너지 공급확대를 위한 중장기 발전단가(LCOE) 전망 시스템 구축’ 보고서에서 태양광 LCOE 계산결과 ㎾h당 115∼146원(건물·영농·수상형 포함)으로 평가했다. ㎿h당 81∼102달러 수준인데, IEA(미국·EU·중국·인도 기준 30∼55달러)·IRENA(글로벌 기준 44달러)·라자드(미국 기준 40∼61달러) 분석값과 비교 시 2배 안팎으로 높은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이근대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태양광 LCOE가 높은 데 대해 “국토가 협소하다 보니깐 부지 비용이 외국보다 높게 잡힌다. 해외는 부지 비용이 거의 안 들거나 미미하다”고 했다.

 

공개된 자료 중 국내 전원 간 LCOE 비교가 이뤄진 가장 최신 연구는 지난해 6월 학술지 ‘원자력전략·정책연구’에 발표된 논문 ‘발전원별 LCOE 추정과 시스템 LCOE 적용 필요성’에서 확인된다.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 LCOE는 ㎾h당 129.9원이다. 이는 가스(151.95∼156.83원)보다는 약 14∼17% 저렴하지만, 원전(62.28∼77.56원)보다는 약 67∼108% 비싼 수준이다. 연구를 진행한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은 “발표 기준으로는 최신이 맞지만 분석 기반이 된 데이터가 2∼3년 전 수치이기 때문에 그 사이 발발한 중동전쟁 등 영향이 반영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원전 LCOE는 전 세계적으로도 낮은 편에 속한다. 정부가 입지 선정부터 각종 인허가·계통 접속까지 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데다 그간 동일 모델을 반복 설치했기 때문이다. IEA와 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가 공동으로 발간한 ‘2020년 발전원가 전망’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원전 LCOE(㎿h당 53.3달러)는 러시아(27.41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다만 이는 과거 수치로 신규 원전의 경우 안전 규제 강화 등 때문에 LCOE가 올라갈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 문제,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지원금·보상 비용 증가 등까지 따져 경제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LCOE가 놓친 ‘시스템 비용’

 

이재명정부는 규제 완화와 유휴부지·공공시설 활용 등을 통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보급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 LCOE를 충분히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LCOE와 별개인 계약단가 기준이긴 하지만 지난 5월 기후부는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내놓으면서 태양광 단가를 이재명정부 임기 중인 2030년 ㎾h당 100원, 2035년에는 80원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건 ‘LCOE=에너지 가격’이란 명제다. 쉽게 말해 우리가 LCOE만큼의 비용만 지불하면 그 에너지를 정말 쓸 수 있느냐다. 답은 ‘아니오’다. LCOE는 발전소 단위의 전력생산 비용일 뿐이다. 우리 집 콘센트까지 전력이 도달하기 위한 송배전망 확충 비용, 재생에너지 변동성·불확실성을 보완할 백업 설비 비용, 계통안정화를 위한 추가 시설 비용 등이 누락된 것이다. 결국 LCOE가 가장 낮다고 해서 곧장 ‘가장 싼 에너지’가 되는 건 아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LCOE는 단순히 말해 총 발전량을 설비투자(CAPEX)와 운영비(OPEX)를 더한 값으로 나눈 것일 뿐이다. 시스템 비용이 반영돼 있지 않다”고 했다. 해가 갈수록 심화하는 출력제어 또한 시스템 비용의 일종이다.

 

재생에너지를 전력망에 연계·운영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계통통합 비용을 LCOE에 합산한 비용 개념으로 ‘시스템 LCOE’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 학계에서 그 정의나 범주에 대한 논쟁이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이태의 에경연 선임연구위원은 “4∼5년 전에 정부가 시스템 LCOE 연구과제를 발주한 적 있는데 누구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우영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시스템 LCOE는 정확히 산정하기 쉽지 않지만 전력공급비용과 요금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비용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시스템 LCOE를 합리적으로 반영한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나마 재생에너지의 시스템 LCOE를 가늠하는 데 참고할 만한 국제기구 자료로 평가되는 게 2019년 나온 NEA의 ‘탈탄소화 비용’(The Costs of Decarbonisation) 보고서다. 재생에너지 비율에 따른 계통통합 비용을 분석했는데 30%일 때 약 28달러, 50% 약 28∼50달러, 75% 약 50달러 초과 등이었다. 현재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율을 20% 이상, 2035년 기준으로는 30% 이상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목표를 달성하면 단순 계산해서 2035년 기준으로 ㎾h당 약 40원 상당의 계통통합 비용이 발생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서 정부가 밝힌 2035년 목표 태양광 계약단가 ㎾h당 80원을 달성하더라도 추가 비용 40원이 붙어 결과적으로 ㎾h당 120원이 돼 버리는 셈이다.

 

다만 이런 추가 비용을 빌미로 ‘재생에너지 불가론’까지 나아가는 건 경계할 필요가 있겠다. 조상민 한국공과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시스템 비용이 유발되니깐 재생에너지 쓰면 안 된다란 결론으로 나아가는 건 문제”라며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해야 하지 않나. 숙제가 어렵다고 안 하면 성적이 안 나오는 것이다. 시스템 비용을 어떻게 줄여나갈지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조홍종 교수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원전과 천연가스발전 등과의 적절한 믹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탄소중립은 공짜가 아니다. 비용을 지불할 각오를 해야 하고, 누가 얼마만큼 낼 건지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의 지원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도움 주신 분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 이근대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우영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조상민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허윤지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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