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외식·플랫폼 업계가 ‘외국인 손님 잡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없어도 맛집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게 하고, 국내 식당 리뷰를 외국어로 번역해 보여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동네 식당 사장들에게 인공지능(AI)으로 외국어 메뉴판을 만드는 방법까지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배달의민족은 아예 부산으로 내려간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 외식업주를 대상으로 다국어 메뉴판 제작과 글로벌 마케팅 방법을 무료로 교육하기 위해서다.
16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0일부터 ‘찾아가는 배민아카데미 부산편’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배민아카데미는 외식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배민이 무료로 운영하는 전문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번에는 부산경제진흥원, 한국외식업중앙회 부산지회와 손잡았다.
배민이 부산을 선택한 배경에는 가파르게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이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24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9% 증가했다.
올해 5월까지만 놓고 봐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부산시 집계 결과 1~5월 외국인 방문객은 193만65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0% 늘었다. 대만이 37만5322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 35만9981명, 일본 23만3685명, 미국 17만587명 순이었다.
사람만 늘어난 것도 아니다. 1~5월 외국인 관광객의 부산 지역 지출액은 454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6% 증가했다. 부산은 외국인 관광지출액 기준으로 3개월 연속 서울에 이어 전국 2위를 기록했다.
외식업주 입장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더 이상 일부 관광지에서만 만나는 ‘특수 손님’으로 보기 어려워진 셈이다.
배민아카데미 부산 교육도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교육 과정은 4주에 걸쳐 ▲세계인이 찾는 부산과 외식업 트렌드 ▲K푸드·K컬처를 활용한 외국인 마케팅 ▲AI를 활용한 외국어 메뉴판·홍보물 제작과 로컬 브랜딩 ▲50년간 3대째 이어온 부산 로컬 맛집 운영 노하우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실제 디저트카페를 운영하는 손민지 카페스이&스이노키친 대표가 AI를 활용해 외국어 메뉴판과 홍보물을 만든 경험을 공유한다.
외식평론가 이윤화 다이어리알 대표, 데이터 기반 마케팅 전문가 구양일 그로스컴퍼니 대표 등도 강사로 참여한다.
교육은 오는 31일부터 9월21일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1~3시 부산 남포동 부산시소상공인종합지원센터에서 진행한다.
외국인 관광객을 둘러싼 경쟁은 이미 플랫폼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외국인이 국내 휴대전화 번호 없이 해외에서 발급받은 여권만으로 본인 인증을 할 수 있는 ‘여권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여권 인증을 거치면 외국인도 네이버지도에서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주문·결제까지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이 국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할 때 걸림돌 가운데 하나였던 ‘한국 휴대전화 번호 인증’ 장벽을 낮춘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국 여행의 출발점이 구글 검색이나 해외 여행 플랫폼이었다면 국내 플랫폼이 관광객을 직접 끌어들이기 시작한 셈이다.
맛집 예약 플랫폼 캐치테이블도 같은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캐치테이블 글로벌 앱은 한국 휴대전화 번호가 없는 외국인도 이메일만으로 가입할 수 있다. 구글맵에 표시되는 식당 예약 링크와 캐치테이블을 연결하고 국내 이용자들이 남긴 음식점 리뷰도 실시간 번역해 제공한다.
지원 언어는 영어·일본어·중국어 등을 포함해 20개 언어에 달한다.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부터 유명 웨이팅 매장까지 1만2000곳을 넘어섰다.
실제 이용도 늘고 있다.
캐치테이블에 따르면 글로벌 서비스 이용은 전년 동기보다 약 122% 증가했고 식당 예약 건수와 웨이팅 건수도 각각 71%, 68%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이 단순히 앱 화면을 영어로 바꾸는 수준에서 ‘검색→예약→웨이팅→결제’ 전 과정을 현지인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부산 역시 관광 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개별 관광객을 겨냥한 ‘비짓부산패스’가 대표적이다. 주요 관광시설과 교통 등을 하나의 패스로 이용하도록 만든 상품으로 부산관광공사는 올해도 관광지뿐 아니라 뷰티·쇼핑·식음료(F&B)·공연 등으로 제휴처를 확대하고 있다.
2023년 시범운영 당시에는 약 6개월 동안 3만4543장이 팔리며 판매 목표의 230%를 달성하기도 했다.
외식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 자체보다 소비 방식의 변화다.
단체관광객이 여행사가 정해놓은 식당을 찾아가던 방식에서 벗어나 개별 관광객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식당을 검색하고 리뷰를 확인한 뒤 예약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작은 동네 식당에도 외국인 손님이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메뉴가 한글로만 적혀 있거나 예약 방법을 알기 어렵고 주문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막히면 관광객을 눈앞에 두고도 매출로 연결하지 못할 수 있다.
배민이 이번 교육에서 AI를 활용한 외국어 메뉴판 제작과 글로벌 SNS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별도의 해외 마케팅 조직을 두기 어려운 자영업자라도 생성형 AI 등을 활용하면 메뉴 번역과 홍보물 제작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향해 가면서 외식업계의 경쟁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관광객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어디에서 먹을지’를 찾는 순간부터 예약하고 주문하고 결제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잡으려는 경쟁이다. 이제 그 변화가 플랫폼을 넘어 부산 골목의 식당 메뉴판까지 내려오고 있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축구의 神’이 쓴 사부곡](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13/128/20260813525264.jpg
)
![[기자가만난세상] 탄소중립 ‘변명서’를 읽고](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4/08/128/20260408519440.jpg
)
![[세계와우리] AI 시대의 안보외교 역량](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2/19/128/20260219518276.jpg
)
![[박주연의동물권이야기] 기록에서 사라지는 퇴역마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16/128/20260716524137.jpg
)






![[포토] 사나 '깜찍한 꽃받침'](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8/13/300/20260813515677.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