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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뜬 옷, 몇 달 뒤에도 본다”…‘패션 데이터 전쟁’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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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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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갑자기 잘 팔린 바지와 오늘 검색량이 폭증한 신발. 지금까지 패션 플랫폼의 인기 순위는 대부분 그 순간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무신사 제공
무신사 제공

앞으로는 달라진다. 패션 플랫폼들이 고객의 검색과 클릭, 구매 기록을 단순 추천 알고리즘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패션 트렌드 데이터’ 자체를 하나의 자산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패션 트렌드 변화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축적·기록하는 ‘패션 트렌드 아카이브’ 구축에 나선다.

 

핵심은 새롭게 선보이는 ‘급상승 일간 랭킹 아카이브’다. 하루 동안 고객 반응과 판매가 빠르게 늘어난 상품을 성별·연령대·카테고리별 톱30으로 집계하고 이를 날짜별로 저장한다.

 

2026년 1월 1일 이후 데이터를 토대로 주간·월간 캘린더를 제공해 이용자가 과거 특정 날짜에 어떤 상품이 갑자기 떠올랐는지 다시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기존 랭킹이 ‘지금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을 보여줬다면 새 서비스는 ‘언제 어떤 상품이 갑자기 뜨기 시작했는지’까지 보여주는 셈이다.

 

상위 상품에는 당시 패션 뉴스와 쇼핑 이슈도 함께 연결한다. 특정 상품이 왜 인기를 끌었는지 당시 상황까지 복원하겠다는 구상이다.

 

무신사는 실제 매출뿐 아니라 조회수와 후기 등 고객 행동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월간 랭킹을 운영해왔다. 채용 공고에서도 무신사·29CM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관심과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급상승 랭킹’ 시스템을 설계·운영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개편에서 한발 더 나아간 부분은 ‘기록’이다. 순간적인 급상승 데이터를 흘려보내지 않고 날짜별로 쌓아 상품과 브랜드의 과거 흥행 이력으로 남긴다.

 

급상승 랭킹에 진입한 상품에는 개별 상품 페이지에도 관련 기록이 배지 형태로 축적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특정 날짜에 몇 위까지 올라갔는지가 일종의 판매 이력이 되는 구조다.

 

패션 데이터를 활용해 유행을 읽으려는 움직임은 이미 업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는 올해 4월 2021년부터 2026년까지 6년간의 판매 데이터를 분석해 여성 하의 트렌드 변화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봄철 ‘와이드 팬츠’ 판매량은 6년 사이 313% 증가했다. 최근에는 부츠컷과 카프리 팬츠가 일자형 바지를 밀어내며 상위권으로 올라섰고, 로우라이즈 팬츠 판매량은 불과 2년 사이 576% 증가했다.

 

패션 유행이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는 일 단위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월 초여름 날씨가 갑자기 나타나자 지그재그에서 ‘여름 면바지’ 검색량은 하루 만에 1483% 폭증했다. ‘여름 슬랙스’는 896%, ‘반소매 블라우스’는 827% 증가했다. 검색 움직임이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서 여름 슬랙스 거래액은 67%, 숏팬츠는 44%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패션업계에서 ‘컬러의 해방’ 흐름이 나타나며 올리브와 바이올렛, 주황, 파랑 등 유채색 상품 검색이 크게 늘자 이를 곧바로 별도 상품 큐레이션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플랫폼 안에서 발생하는 검색 데이터를 통해 유행을 포착하고, 다시 상품 추천과 판매 행사에 활용하는 구조다.

 

에이블리도 고객 데이터를 패션 트렌드 분석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해 초 에이블리는 월 1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로부터 쌓인 검색과 거래액 등을 분석해 2026년 스타일 트렌드 키워드 ‘스펙트럼(S.P.E.C.T.R.U.M)’을 선정했다.

 

과거에도 상품 판매와 검색 데이터를 이용해 계절별 유행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2022년 여름에는 ‘컷아웃’ 검색량이 전년보다 약 420% 증가했고 ‘크로셰’ 검색량은 약 200%, ‘네트백’은 233% 늘었다. 당시 여름철 니트 상품 매출도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단순히 “올해 이런 패션이 유행한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이용자의 검색과 구매 행동을 근거로 트렌드를 수치화하는 방식이다.

 

해외에서는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패션 산업의 대표 지표로 만든 사례도 있다.

 

글로벌 패션 검색 플랫폼 리스(Lyst)가 대표적이다.

 

리스는 매 분기 ‘리스 인덱스(The Lyst Index)’를 발표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패션 브랜드와 상품을 순위로 공개한다.

 

상품 검색과 조회, 판매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언급과 참여 등을 종합해 브랜드와 상품의 ‘인기’를 수치로 만드는 방식이다. 리스는 분기별 인덱스를 과거 자료까지 별도 아카이브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 소비 움직임도 그대로 드러난다.

 

올해 1분기 리스 인덱스에서는 샤넬이 인기 브랜드 1위에 올랐고 생로랑과 디올, 미우미우, 구찌가 뒤를 이었다. 리스는 연간 1억6000만명의 이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와 검색·발견 데이터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4분기에는 폴로 랄프로렌의 케이블 니트 쿼터집업이 가장 뜨거운 상품으로 선정됐다. 해당 기간 쿼터집업 검색량은 132% 늘었고, 아크테릭스 비니 검색량은 무려 1058% 뛰었다.

 

결국 어떤 상품이 잘 팔렸는지를 넘어 ‘관심이 언제 시작돼 얼마나 빠르게 확산됐는지’가 패션 산업의 새로운 지표가 되고 있는 것이다.

 

핀터레스트 역시 검색 데이터를 미래 소비를 예측하는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전 세계 6억명 이상의 월간 이용자 검색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절별 트렌드 보고서를 내놓는다. 올해 여름 보고서에서는 스포츠 유니폼과 팀 컬러가 일상 패션으로 번지는 흐름을 주요 트렌드로 짚었다.

 

검색뿐 아니라 이용자가 저장하고 쇼핑하는 데이터까지 분석하는 ‘Pinterest Trends’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가 어떤 검색어가 떠오르고 있는지 파악해 제품 기획과 광고 시점을 결정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패션 플랫폼들이 쌓아온 고객 행동 데이터의 쓰임새가 달라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검색과 구매 기록은 개인화 추천이나 광고 효율을 높이기 위한 내부 데이터 성격이 강했다. 최근에는 이를 외부에 공개해 트렌드를 설명하고 브랜드와 판매자가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시장 지표’로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신사가 이번에 시도하는 일별 아카이브도 같은 흐름에 있다.

 

리스가 분기 단위로 세계 패션의 인기 흐름을 기록하고 지그재그가 수년간 축적한 판매량 변화를 분석했다면 무신사는 트렌드 변화를 하루 단위까지 잘게 쪼개 저장하는 방식이다.

 

특히 신생 브랜드에는 의미가 더 크다. 누적 판매량 자체가 많은 대형 브랜드와 달리 짧은 기간 폭발적으로 반응한 상품도 급상승 랭킹을 통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의 ‘완판’이나 바이럴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날짜와 순위 기록으로 남게 되면 해당 데이터는 향후 브랜드가 자신의 시장 반응을 설명하는 자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패션 플랫폼의 경쟁도 결국 ‘누가 더 많은 옷을 파느냐’에서 ‘누가 소비자의 취향 변화를 가장 먼저 읽고 오래 축적하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오늘 하루 반짝 뜬 상품의 기록이 몇 달 뒤 다음 유행을 예측하는 데이터가 되는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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