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벽에 바퀴벌레가 붙었습니다. 제발 대신 잡아주실 분 안 계신가요. 수고비 드릴게요.”
여름철 자취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하소연이다. 한밤중 갑자기 나타난 바퀴벌레 한 마리 때문에 휴지를 여러 겹 말아 쥔 채 몇십 분씩 대치하거나, 살충제를 뿌리고도 또 나타날까 잠을 설쳤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집안 위생’도 새로운 생활 서비스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에는 벌레가 나오면 약을 뿌리고, 집이 더러우면 직접 청소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최근에는 방역과 청소, 침구 관리까지 돈을 주고 맡기는 소비가 원룸·오피스텔로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16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4년 3월 국내 1인 세대는 1002만1413세대로 처음 1000만 세대를 넘어섰다. 당시 전체 세대의 41.8%였다. 다만 주민등록상 ‘1인 세대’와 통계청이 집계하는 ‘1인 가구’는 개념이 다르다. 주소지가 다르면 가족도 별도 세대로 집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1인 가구를 정조준한 대표적인 서비스가 세스코의 ‘원룸 해충케어 서비스’다.
세스코는 원룸 거주자를 겨냥해 바퀴벌레와 개미 등 주거공간에 침입하는 해충을 진단하고 약제를 투입한 뒤 유입 경로까지 차단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화장실 배수구와 주방 배관, 방충망 등 벌레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는 지점을 점검하고 모니터링 트랩까지 설치하는 방식이다.
서비스 가격도 일반 가정용 정기 방역보다 ‘작은 집’에 맞췄다. 세스코몰에 공개된 현재 가격은 8평 미만 원룸 12만원, 8평 이상 12평 미만은 14만원이다.
핵심은 눈앞에 보이는 벌레 한 마리를 잡는 데서 끝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룸은 주방·욕실 배관이 다른 세대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 자기 집만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해충 유입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 택배 상자나 외부 물품, 하수관과 창호 틈새도 주요 유입 통로가 될 수 있다.
세스코는 해충 방역 외에도 매트리스 케어, 배수구 트랩, 방충망 시공 등 집 안 위생관리 상품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방역업체가 단순 ‘벌레 잡는 회사’에서 주거환경 관리업체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청소시장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홈클리닝 플랫폼 청소연구소는 2024년 8평 이하 주택을 위한 ‘원룸청소’ 서비스를 별도로 내놨다. 기존 가정집 청소상품을 그대로 적용하는 대신 작은 주거공간에 맞춰 청소시간과 가격을 낮춘 것이 특징이다.
8평 이하 원룸은 2시간을 기준으로 주방과 설거지, 화장실, 바닥 등을 청소하며 출시 당시 가격은 3만9000원부터 시작했다. 당시 청소연구소 전체 고객 가운데 8평 이하 원룸 고객 비중은 15%였고, 회사가 집계한 최근 3년간 원룸청소 이용률은 연평균 10%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이용 시간이다. 청소연구소는 원룸 거주 고객 상당수가 출근한 사이 청소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별도 상품을 만들었다. 과거 가사서비스가 맞벌이 가족이나 대형 아파트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시간을 아끼려는 1인 직장인까지 고객층이 내려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한 ‘귀찮음 해결’보다 시간 소비 방식의 변화로 보고 있다. 좁은 집에서는 청소 자체에 걸리는 절대시간은 짧지만 화장실과 주방, 침구 등 공간별 관리가 모두 한 사람의 몫이다. 돈을 내고 가사 시간을 사는 이른바 ‘시성비’ 소비가 1인 가구까지 파고드는 배경이다.
가전업계에서는 크기를 줄이는 방식으로 1인 가구를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 홈클리닝 브랜드 비쎌은 올해 소형 습식청소기 ‘스팟클린 미니’를 국내에 선보였다. 가로 약 30㎝ 수준에 무게는 3.4㎏으로, 원룸이나 오피스텔처럼 수납공간이 좁은 주거환경을 겨냥한 제품이다. 카펫과 소파, 매트리스, 커튼 등에 사용할 수 있으며 1만2000Pa 흡입력과 온수 세척 기능을 적용했다.
기존 대형 청소가전이 거실과 방 여러 개를 한꺼번에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소파 한 곳이나 매트리스, 반려동물 매트처럼 오염된 특정 부분을 바로 세척하는 제품도 늘고 있다.
결국 ‘작게 사는 집’이 가전과 서비스 상품 기획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1인 가구 위생시장의 변화는 하나로 요약된다. 문제가 생긴 뒤 처리하는 방식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나면 살충제를 뿌리는 대신 전문가에게 유입 경로를 점검받고, 집 전체 청소가 부담되면 원룸 전용 서비스를 부른다. 커다란 청소기를 들이는 대신 좁은 공간에 맞는 소형 위생가전을 구매한다.
1인 가구가 더 이상 틈새 소비층이 아니라는 점도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통계청 장래가구추계에서는 1인 가구 비중이 2022년 34.1%에서 2052년 41.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는 청소나 방역, 간단한 집수리까지 모든 생활 문제를 혼자 해결해야 한다”며 “주거공간은 작아졌지만 오히려 개별 관리 수요는 더 세분화되고 있어 원룸에 특화된 서비스와 제품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벌레 한 마리를 잡아주는 것에서 시작한 시장이 이제는 ‘혼자 사는 집을 대신 관리해주는 산업’으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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