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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점령 5년’ 아프간, 무너진 여성의 삶…“조산사 혼자 5만명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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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기자 bh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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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지 5년이 지난 가운데, 여성 인권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출산을 돕는 조산사는 턱없이 부족하고, 10대 여학생은 중등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아프간 공중보건부를 인용, 아프가니스탄에 약 6000명의 조산사가 있으며, 이는 2021년 붕괴한 아프가니스탄 공화국 말기 보고된 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AFP연합뉴스
부르카를 착용한 아프가니스탄 여성. AFP연합뉴스

유엔은 2024년 아프가니스탄에 1만8000명의 조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지적했으나, 탈레반이 같은 해 말 여성의 의료기관 입학을 금지한 이후, 신규 조산사 양성 과정이 사실상 중단된 데 따른 여파다.

 

아프가니스탄의 인구는 증가 추세여서 출산과 관련한 의료 수요도 늘어나고 있으나, 숙련된 조산사와 산부인과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임산부와 신생아의 건강이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유엔은 아프가니스탄의 인구가 올해 48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며, 매년 150만명 이상의 아기가 태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여의사 1명과 조산사 1명이 여성 5만명을 돌보는 지역도 있다고 전했다. 이 곳에서 일하는 조산사 마리암은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의과대학에 등록했지만, 여성의 대학 진학이 금지돼 문을 닫았다”며 “가족들이 남성 의료진의 여성 환자 진료를 허락하지 않아, 내가 없으면 여성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방송은 마리암이 이 곳에서 일하기 전에는 초음파 검사를 제공하는 여성 병원이 없어, 임산부들이 인근 3시간 거리의 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여학생의 교육도 극히 제한되고 있다. 유네스코는 최근 아프가니스탄에서 중등 교육을 받지 못한 여학생이 24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12세 이상 소녀의 교육을 금지하는 탈레반의 조치가 계속 계속 시행될 경우, 2030년에는 중등 교육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아프가니스탄 여학생이 400만명에 이를 수 있다고 유네스코는 우려했다.

 

수도 카불에서 보석 세공 일을 하는 여성 샤키바(18)는 BBC에 “어린 시절부터 공부는 인생에서 가장 큰 꿈 중 하나였지만, 정부가 붕괴되면서 아프간 소녀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며 “정부가 무너진 8월15일은 인생에서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날”이라고 토로했다.

 

탈레반은 2021년 재집권 이후 극단적인 여성 인권 탄압을 벌이고 있다. 정권 장악 직후 열린 첫 기자회견에서는 “여성들이 우리의 체제 안에서 공부하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듬해 3월 곧바로 여학생의 중등 교육을 금지했고 같은 해 12월엔 대학 진학을 금지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이슬람 샤리아 율법과 이념 위배를 이유로 대학 내에서 여성 저자가 집필한 도서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관련 과목들을 폐지했다.

 

여성이 소유한 사업체는 폐쇄되고 취업도 강력히 제한됐으며, 공원, 체육관 등 공공장소 출입도 금지됐다. 친족 남성 (마흐람) 동반 없이는 장거리 이동도 금지됐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착용이 강제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23년과 지난해 연이어 탈레반의 여성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유엔 안보리는 “여성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으면 평화와 번영에 도달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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