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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학자 총재 변호인의 ‘마지막 반론’ [종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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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종교전문기자 hulk198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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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구형은 뉴스가 된다. 몇 년을 구형했는지, 어떤 말로 피고인을 질타했는지가 다음 날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된다. 그러나 같은 법정에서 그 공소사실을 반박한 변호인의 최후변론은 좀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한쪽의 목소리만 크게 들리고 다른 한쪽의 목소리는 법정 안에 머무는 셈이다.

 

한학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의 재판도 그렇다. 특검의 수사와 구형은 널리 알려졌지만, 결심공판에서 변호인들이 무엇을 주장했는지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그 주장이 옳은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다. 그러나 유죄와 무죄를 떠나 우리 사회가 한번쯤 들여다볼 대목은 있다. 형사재판은 검사의 주장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변호인 최후변론의 핵심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 사건에서 한 총재의 지시와 공모를 무엇으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모아졌다. 변호인단은 먼저 특검의 수사범위를 문제 삼았다. 공소사실 가운데 권성동 의원 관련 정치자금, 이른바 쪼개기 후원, 횡령과 증거인멸교사 등이 특검법이 정한 수사대상과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지를 따졌다. 압수수색 과정도 문제 삼았다. 제출된 증거 3410개 가운데 1619개가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 없는 별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위법수집 증거라는 주장이다. 형사사법에서 실체적 진실 못지않게 적법절차가 중요한 이유다.

 

최후변론에서 더욱 눈길을 끈 것은 핵심 증인인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둘러싼 반박이었다. 변호인단은 윤 전 본부장이 법정에서 한 총재와의 공모 여부를 묻는 구체적인 반대신문에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며, 실질적인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지 않은 진술을 유죄의 핵심 증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최후변론에서 가장 무게가 실린 대목은 윤영호를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몰아붙인 것이 아니라, 그의 진술을 문서 작성 시점과 출입기록, 다이어리, 과거 공개발언 등 객관적 자료와 하나씩 대조했다는 점이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 원을 전달한 뒤 한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된 ‘특별보고’ 문건의 실제 작성 시점이 사건 당시가 아니라 1년 뒤인 2023년이었다는 것이 변호인 측 주장이다. 사실이라면 2022년 당시 한 총재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뒷받침할 동시대 기록으로 보기 어려워지는 대목이다.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10일 오전 7~8시쯤 권 의원의 감사 인사를 한 총재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에 대해서도 당시 경기도 가평 천정궁 출입기록과 윤 전 본부장의 다이어리 기록을 제시하며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당선인 예방을 한 총재에게 사전에 보고했다는 진술 역시 윤 전 본부장이 이후 공개행사에서 “말씀드리지 못했고 다음 날 보고했다”고 발언한 내용과 배치된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에게 제공했다는 목걸이도 마찬가지다.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7월 15일 김 여사의 해외순방 당시 불거진 목걸이 대여 논란을 한 총재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 구매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대통령실이 목걸이 대여 사실을 해명한 것은 한 달여 뒤인 8월 30일이었다며 진술의 시간적 모순을 지적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일을 어떻게 한 달 전에 보고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변호인의 반박이 어디까지 받아들여질지는 재판부가 판단할 일이다.

 

한 사람을 유죄로 판단하려면 그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했는지를 물어야 한다. 유명 종교지도자인지, 사회적으로 호감을 얻는 인물인지, 논쟁적인 종교의 지도자인지는 형사책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변호인단이 마지막으로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가정연합이 사회나 법조계에서 가지는 이미지나 소수 종교라는 프레임이 유죄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은 이번 재판을 넘어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할 대목이다.

 

이 최후변론이 던지는 의미는 한 총재 개인의 유무죄를 넘어선다. 수사기관이 제시한 하나의 서사만으로 형사재판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 서사를 떠받치는 증거가 적법하게 수집됐는지, 핵심 증인의 진술은 반대신문을 견뎌냈는지, 그 진술이 문서와 기록, 시간의 앞뒤와 맞아떨어지는지를 끝까지 따져 물어야 한다. 변호인의 최후변론은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단순한 선처의 호소라기보다 수사와 언론 보도를 거치며 굳어진 하나의 사건 서사를 다시 증거의 자리로 되돌려 놓으려는 시도였다.

 

그래서 아쉬움도 남는다. 특검의 주장과 구형은 널리 알려졌지만 이에 맞선 변호인의 구체적인 반론은 우리 사회에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 특히 재판 과정에서 일부 언론 보도에는 종교에 대한 선입견이 짙게 배어 있었고, 이른바 ‘사이비·이단’ 프레임은 사건의 실체를 가릴 만큼 광범위하게 덧씌워졌다. 그럴수록 한쪽 주장만 듣고 여론이 먼저 판결하지 않도록 양쪽의 논거를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변호인단은 최후변론에서 형사법의 오래된 이 원칙을 다시 꺼냈다. 이제 판단은 재판부의 몫이다. 어떤 결론이 내려지든 그 판단은 종교에 대한 호오도, 한 인물에 대한 선입견도 아닌 법정에서 확인된 증거 위에 서야 한다. 그것은 언젠가 법정에 설 수도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원칙이기 때문이다.

정성수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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