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대구시장의 취임 첫 달 행보가 연일 화제다. “현장을 제2집무실로 삼겠다”는 약속대로 그는 한 달간 현장점검 11회, 회의 32회, 현안보고 76회, 행사 참석 30회 등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오랜 관행이던 시장 관사를 폐지하고 혼자 백팩을 멘 채 출퇴근하는 소탈한 모습도 공직사회에 신선한 변화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 민원 현장에서 보여준 그의 발 빠른 대처는 인상적이다. 추 시장의 민선 9기 선거공약에도 포함된 아동돌봄시설 직원들의 호봉상한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고, 창업 기업의 임대료 일시 납부 방식을 연 1회 일시불로 내거나 매월 분할해 납부로 바꾼 ‘즉문즉답’식 해결력은 행정의 효능감을 직접 체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요구를 바로 처리해 주는 행정이 지닌 한계를 걱정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시장의 결단에 따라 복잡한 행정절차가 단 며칠 만에 바뀌는 구조는 자칫 정해진 행정시스템이 아니라 결정권자 한 사람의 판단에 의존하는 관행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과 제도가 얽힌 사안을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특정 시설의 호봉 제한을 풀어주는 것은 다른 복지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가 생겨날 수 있고, 한정된 예산의 우선순위를 뒤흔들 우려가 있다. 꼭 거쳐야 할 행정적 검토나 이해관계자 간의 합의과정이 시장의 지시로 쉽게 생략된다면, 이는 향후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취임 이후 광폭 현장 행보를 걷는 추 시장의 열정을 인정하지만 “한정된 자원을 고려해 즉각적인 조치보다는 시스템 중심의 지속 가능한 시정을 펼쳐야 한다”는 일각의 당부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추 시장의 현장 소통이 단기적인 처방에 머무르지 않으려면 과감한 돌파력만큼이나 촘촘한 행정 절차를 존중하는 신중함이 결합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당장의 박수에 취해 제도를 건너뛰는 행정은 지속될 수 없다. 대구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현장의 열정’과 ‘행정시스템의 견고함’이 정교하게 맞물릴 때 비로소 완성된다. 이젠 눈앞의 민원 해결을 넘어 장기적인 안목의 시스템적 시정으로 대구의 판을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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