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건설현장은 달궈진 철근과 콘크리트가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진다. 잠시 그늘에 들어가도 좀처럼 땀이 식지 않는 날씨가 이어지자 건설현장에 팥빙수와 수박화채를 실은 푸드트럭이 등장했다.
시원한 간식을 건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작업을 멈춰 실제 휴식시간을 보장하거나 냉방시설과 보냉장구를 함께 지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폭염 대응이 일회성 격려 행사를 넘어 현장 근무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호반그룹은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의 전국 건설현장을 찾아가는 ‘호반사랑 푸드트럭’을 지난달 30일부터 운영했다.
푸드트럭은 ‘호반써밋 풍무’를 비롯한 전국 10개 건설현장을 찾아 중소 협력사 근로자들에게 팥빙수와 냉음료 2700인분을 제공했다. 행사 비용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으로 마련됐다.
이에 앞서 호반그룹은 건축·토목 현장 37곳에 쿨링조끼와 폭염 응급키트 등을 담은 온열질환 예방 패키지도 전달했다. 이달에는 지원 대상을 넓혀 푸드트럭을 추가로 운영할 예정이다.
현장 안전관리도 강화했다. 스마트 체감온도계로 작업환경을 확인하고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이면 강제 휴게시간을 운영한다. 작업구간에는 그늘막과 휴게시설,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하고 온열질환 예방 물품도 비치했다.
이랜드건설도 지난달 15일 전국 7개 건설현장에 빙수·커피차를 보냈다.
행사는 하루 중 더위가 가장 심한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진행됐다. 이 시간 동안 작업을 일시 중단하고 현장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들이 휴게공간에서 빙수와 음료를 마시며 쉴 수 있도록 했다.
본사 직원들은 현장을 찾아 그늘막과 급수시설, 작업시간 조정 등 폭염 대응 상황도 살폈다. 근로자들이 제시한 의견 가운데 즉시 개선할 수 있는 사항은 현장에서 바로 조치하고, 추가 검토가 필요한 내용은 순차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달 15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전국 건설현장을 순회하는 ‘서머 세이프티(Summer Safety)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팥빙수와 수박화채를 제공하는 행사다.
지난달 31일 서울 도봉구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건설현장에서 열린 행사에는 현장 임직원과 협력사 근로자 등 700여명이 참여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현장별로 제빙기와 냉방기기를 갖춘 휴게시설을 운영하고 이온음료 분말과 식염 포도당을 비치하고 있다. 작업시간과 업무 강도를 더위에 따라 조정하고, 건강 이상을 느낀 근로자가 스스로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안전신문고도 운영한다.
폭염 지원은 건설현장 밖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쿠팡이츠서비스는 배달파트너에게 컴포즈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교환권 15만장을 무료로 제공한다. 교환권은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전국 컴포즈커피 매장 3100여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전국 50여개 지방자치단체 이동노동자 쉼터에는 폭염 대응 용품을 비치하고, 오토바이 정비센터 140여곳은 냉방 쉼터로 운영한다.
스타벅스 코리아도 이동형 커피 트레일러 ‘스:벅차’를 농가와 복지관, 협력사 물류센터 등에 보내 현장 근로자와 취약계층에게 음료와 먹거리를 제공했다.
지난달 30일에는 하남시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아이스 음료와 쿠키를 나눠주고 냉풍기와 냉감이불을 전달했다. 스타벅스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에 5000만원을 후원하고 ‘스:벅차’ 방문 대상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장에 제공되는 팥빙수와 냉음료는 수분 보충과 휴식 유도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간식을 나눠주는 것만으로 법정 폭염 예방조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노동자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장소에서 2시간 이상 작업할 경우 사업주는 냉방·통풍장치 가동, 작업시간대 조정, 주기적인 휴식 가운데 하나 이상의 조치를 해야 한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2시간마다 20분 이상의 휴식을 부여해야 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1시간마다 10분씩 나눠 쉬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일 때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단을, 38도 이상이면 긴급조치 작업을 제외한 옥외작업 중단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부터 체감온도 38도 이상을 기준으로 한 ‘폭염중대경보’도 신설됐다.
결국 폭염 속 푸드트럭의 의미는 빙수 한 그릇에만 있지 않다. 푸드트럭이 머무는 동안 실제로 작업을 멈추고, 근로자가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어야 현장의 ‘시원한 이벤트’가 제대로 된 안전대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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