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락 때 사고 급반등 때 파는 ‘짧은 매매’ 수급으로 확인
반도체 쏠림 속 고위험 상품 규제까지…달라진 개미 투자법
“10% 폭락하자 4조 샀는데, 18% 뛰자 8조 팔았다고?”
코스피가 10% 넘게 폭락하자 4조원 넘게 사들였다. 사흘 뒤 지수가 18% 가까이 반등하자 이번에는 8조원 넘는 주식을 팔았다. 급락하면 매수하고 반등하면 물량을 쏟아내는 개인 투자자의 매매가 7월 증시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시장을 완전히 떠났다기보다 매매 대상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으로 좁힌 채 짧은 반등을 이용해 손실을 줄이거나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흐름에 가깝다.
개인의 코스피 거래비중과 증시 대기자금은 함께 줄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 방식과 국내 증시 수급 지형도 달라지고 있다.
◆개인 거래비중 31%대로 ‘뚝’…예탁금 고점서 35조 감소
개인 투자자의 거래 영향력부터 눈에 띄게 약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거래대금 비중은 31.23%로 집계됐다. 지난 1월 48.19%와 비교하면 6개월 만에 16.96%포인트 낮아졌다.
개인 거래비중은 지난 6월 34.94%로 외국인 36.85%에 뒤집혔다. 7월에는 외국인 거래비중이 39.18%로 높아지면서 개인과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연초 코스피 거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개인의 자리를 외국인이 빠르게 채운 셈이다.
시장 전체 거래도 위축됐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6월 50조3471억원에서 7월 36조8754억원으로 26.8% 감소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불리는 투자자예탁금도 줄었다. 지난 6월4일 139조6948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7월31일에는 104조1354억원으로 감소했다. 약 두 달 사이 35조5594억원, 25.5% 줄어든 규모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계좌에 남아 있는 매수 대기자금 성격의 지표다. 주식 결제나 계좌 간 자금 이동에 따라 증감하는 데다 코스피 투자자금만 따로 집계한 통계도 아니다. 예탁금 감소액 전부를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개인 자금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개인의 거래 비중과 시장 전체 거래대금, 투자자예탁금이 동시에 줄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개인의 매매 여력이 연중 고점 당시보다 약해졌다는 흐름은 확인할 수 있다.
◆10% 폭락 때 4조3000억원대 샀다가 18% 반등하자 8조 팔아
개인의 달라진 매매 방식은 7월 말 극단적인 변동장에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84% 폭락한 6023.66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5992.91까지 내려가며 6000선이 무너졌고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외국인이 약 5조원어치를 순매도한 이날 개인은 4조3000억원대를 순매수했다. 급락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다. 집계 범위에 따라 세부 금액에는 소폭 차이가 있지만 개인이 외국인의 매물을 대거 받아낸 흐름은 동일하다.
매매 방향은 반등장에서 뒤집혔다. 지난달 31일 코스피가 17.91% 폭등한 6595.45에 마감하자 개인은 한국거래소 정규시장 기준 8조2543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대로 외국인은 7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정규시장과 넥스트레이드를 합치면 개인 순매도액은 10조3834억원까지 불어났다. 외국인은 8조7709억원을 순매수했다. 폭락장에서 외국인의 매물을 받아낸 개인이 급반등하자 보유 물량을 쏟아낸 것이다. ‘반등하면 턴다’는 대응이 수급으로 확인된 장면이다.
그렇다고 개인이 7월 내내 코스피를 팔았던 것은 아니다. 7월 전체로는 유가증권시장에서 14조1661억원을 순매수했다. 거래비중은 줄었지만 급락장에서 대형주를 받아내면서 월간 수급은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7월 수급을 단순한 ‘개미 이탈’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시장 참여가 줄어든 가운데 매수는 급락일, 매도는 급반등일에 집중되는 등 매매 호흡이 짧아진 정황이 더 뚜렷하다.
◆7월28일까지 ‘삼전닉스’에 16조9000억원 집중
개인들이 사들인 종목도 눈에 띄게 좁아졌다. 올해 상반기 개인 순매수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7월28일까지 순매수가 이어진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스퀘어, LS일렉트릭, LG에너지솔루션 등 5개에 그쳤다. 나머지 25개 종목은 순매도로 돌아섰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매수세가 집중됐다. 개인은 7월1일부터 28일까지 SK하이닉스를 10조6265억원, 삼성전자를 6조302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종목 순매수액만 16조9287억원이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종목들의 순매수액 합계 가운데 두 종목이 차지한 비중은 86.9%에 달했다. 개인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86.9%라는 의미가 아닌 순매수가 발생한 종목에 투입된 돈 대부분이 두 종목에 몰렸다는 뜻이다. 코스피 전체를 고르게 사들이기보다 반도체 두 종목에 사실상 승부를 건 셈이다.
두 종목이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절대적이다.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51.22%였다.
개인 자금이 두 종목에 몰린 상황에서 외국인 매매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면 코스피 전체가 함께 출렁일 수밖에 없다. ‘코스피 투자’가 사실상 ‘삼전닉스 투자’에 가까워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금 3000만원 문턱…첫날 거래대금 4분의 1로
개인 거래를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제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는 개인 일반투자자에게 현금 3000만원 이상의 기본예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전 기준은 1000만원이었다. 당시에는 계좌에 보유한 주식과 ETF, 채권 등 대용증권 평가액의 70%까지 기본예탁금으로 인정됐다. 이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대용증권이 제외되고 현금만 인정된다.
기존 투자자에게도 추가 매수 때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보유 물량을 파는 데는 제한이 없지만 물타기나 신규 매수에는 현금 3000만원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규제 배경에는 단기간에 불어난 시장 규모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은 지난 5월27일 상장 첫날 10조4000억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지난달 15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13조원까지 늘었다.
규제 시행 첫날 거래는 급감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의 지난달 31일 거래대금은 3조54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12조4485억원의 24.5% 수준에 그쳤다.
하루 만에 거래대금이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다만 하루치 거래만으로 감소분 전부를 규제 효과로 돌리기는 이르다. 같은 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6.81%, 29.95% 폭등하는 등 시장 여건 자체가 전날과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떠난 게 아닌 좁아지고 짧아진 개미 투자
개인 거래비중이 낮아졌다고 해서 개미들이 일제히 국내 증시를 떠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7월 전체로는 개인이 코스피에서 14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현물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17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대규모 개인 자금이 유입됐다.
뚜렷하게 달라진 것은 돈을 굴리는 방식이다. 시장 전반에 분산해 장기간 보유하기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대형주와 고변동성 상품으로 매매가 압축됐다. 급락장에서 사들인 뒤 반등하면 매도하는 역추세 매매도 강해졌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으로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상품 출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높아졌지만,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종목의 변동성 상승과 거시환경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거래가 변동성을 추가로 키울 수 있지만, 개인의 역추세 매매가 그 영향을 일부 완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운용자산 증가 추이와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의 영향을 지속해서 살펴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개인의 코스피 거래비중은 30% 초반으로 내려왔고 외국인의 영향력은 커졌다. 고위험 상품의 진입 문턱도 높아졌다.
이들 자금이 코스피 현물시장 전반으로 다시 퍼질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소수 종목에 계속 머물지. 좁아지고 짧아진 개미의 매매가 8월 증시 수급을 가를 또 하나의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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