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엇 미사일 확보에 사활 건 젤렌스키
‘미국 측에 트집 잡힐라’ 서둘러 인사 조치
미국 수도 워싱턴에 주재하는 우크라이나 대사가 부임 후 1년도 안 지나 전격적으로 쫓겨났다. 4년 넘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우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조치를 두고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들의 부정부패 연루 정황을 의심하는 미국 행정부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책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올하 스테파니시나(40) 주미 우크라이나 대사를 해임했다. 지난 2025년 8월 젊은 나이에 주미 대사라는 중책에 기용된 스테파니시나 대사는 채 1년도 못 채우고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신세가 됐다.
스테파니시나 전 대사는 이번 인사가 ‘의원면직’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미국 주재 대사를 지낸 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개인 사정에 따라 나 혼자서 직위 해제 요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미 대사로 있는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무기 공급을 늘리고 지원을 유지해왔다”고 스스로를 칭찬했다.
대학에서 국제법과 영어를 전공하고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스테파니시나 전 대사는 우크라이나 법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30대에 이미 국회의원, 법무장관, 부총리 등을 역임할 만큼 실력을 갖추고 관운도 좋았다. 2021년 2월부터 무려 4년 6개월 동안이나 워싱턴을 지킨 전임자 옥사나 마르카로바 대사 후임으로 2025년 8월 미국에 부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미국의 군사 원조가 한층 더 절실해진 젤렌스키 대통령이 스테파니시나 전 대사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걸었을지 짐작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나 오랜 기간 공직 생활을 한 스테파니시나 전 대사가 부정부패에 연루된 정황이 우크라이나 정보 기관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AFP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을 인용해 그가 부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수사 기관의 내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스테파니시나 전 대사는 아직 정식 기소 절차를 거쳐 재판에 넘겨진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스테파니시나 전 대사의 부정 행위를 미국 행정부가 알아차린 것이 해임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동원한 러시아의 무차별적 공습을 거론하며 “우크라이나의 방공망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표적 방공 시스템인 패트리엇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현지 생산을 부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나토 회의 참석을 끝내며 언론에 “패트리엇 미사일 생산 면허를 우크라이나 측에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선 패트리엇 생산 면허 부여 여부와 관련해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군 내부에 존재하는 방산 비리에 대한 우려 때문이란 해석이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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