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적용, 당뇨병과만 묶지 말아야”
“비만은 의지 탓 아닌 평생관리 질환”
정부가 위고비·마운자로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추진한다. 미용 목적 등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다. 다만 이번 조치만으로는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터제파타이드, 세마글루티드, 리라글루티드 성분의 비만 치료제를 추가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중 고시할 계획이다.
식약처가 개정안을 고시하면 국내 시판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모두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 용기와 포장, 첨부문서 등에 관련 경고 문구를 표기해야 한다. 또 정부가 지정한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이 있어야만 판매할 수 있다.
의료계는 이번 조치가 처방 기준이나 유통 체계를 손보는 것이 아닌 만큼, 실제 이용 행태를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남용 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미용 목적 처방을 구분할 수 있는 처방 기준과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형우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세계일보 유튜브 <의사소통>에서 “비만 환자는 한 달에 자기 돈 수십만원을 내면서 치료받고 있는데, 국가는 보태주지도 않으면서 규제나 오남용 금지부터 주장한다”며 “비만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은 안 하고 방해할 생각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비만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면서도 논의를 당뇨병 중심으로 진행하는 데 대해 “비만 자체를 여전히 질병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각종 다이어트 시도는 물론 위소매절제술까지 받았지만, BMI 37 수준의 고도비만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환자였다. 하지만 비만 치료제를 통해 약 40㎏을 감량했고, 건강 지표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투약 전에는 복합 혈압약을 복용하고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았으나, 현재는 한 알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증 지방간도 사라졌고 간 효소 수치 역시 정상화됐다.
현재 GLP-1 계열 치료제는 건강보험상 비급여로 분류돼 비만 치료를 목적으로 처방받을 경우 약제비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반면 당뇨 치료 목적으로 처방받는 경우에는 실손보험 보상이 가능해 환자의 비용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장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당뇨병학회(ADA) 등도 비만을 만성질환으로 보고 있으며, 비만 치료제를 질병 치료의 목적 약물로 분류해 비만 환자들이 상당히 경감된 부담으로 약을 투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만 치료제에 대한 건보를 당뇨병과 연계해서만 적용한다면 당뇨가 없는 비만 환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비만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향후 고혈압·당뇨병·지방간·심혈관질환 등 각종 합병증으로 이어져 비만인들이 굉장히 많은 보험 재정을 잡아먹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을 말할 때도 투약 대상과 방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BMI 30 이상인 사람이 약을 맞았는지, 정해진 투약법을 따랐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며 “대상이 아닌 사람이 임의로 맞거나 용량을 급하게 올린 뒤 생긴 문제까지 약 자체의 부작용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부작용으로 드물게 거론되는 췌장염에 대해서는 “진짜 약을 맞은 환자군에서 가짜 약을 투여받은 위약군보다 발생률이 일관되게 높았다는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며 “잠재적인 부작용만 걱정하다 치료 시기를 놓쳐 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으로 악화되는 위험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식단과 운동만으로 평생 체중을 억지로 관리하는 상태는 ‘치료 성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비만 환자가 사회생활을 하고 회식에 참석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체중이 유지되는 상태가 진정한 비만 치료라는 것이다.
“비만과 오랫동안 싸워온 환자분들, 식단과 운동만으로 비만을 해결하지 못한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지 마세요. 지금까지는 쓸 만한 치료법이 없어 이 고생을 끝낼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로 효과가 있는 치료법이 등장했습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치료법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비만은 충분히 정복 가능한 질환이 될 것입니다. 최대한 빨리 비만에서 벗어나 건강을 되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만 치료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진실, 주사 중단 후 요요 극복법, 장 교수만의 체중 유지비결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세계일보 유튜브 <의사소통>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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