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한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이 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집계한 올해 전국 폭염일수는 11.3일로 역대 4위다. 열대야일수는 10.6일로 이미 역대 1위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주에는 제13호 태풍 돌핀이 밀어 넣는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는다. 이 바람이 서울과 광주 등 서쪽 지역의 기온을 크게 끌어올려 올여름 폭염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 폭염일수 11.3일 역대 4위 도약…열대야는 이미 1위 기록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폭염일수는 얼마 전까지 역대 7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최근 극한 더위가 심해지면서 11.3일을 기록해 4위까지 단숨에 올라섰다.
열대야일수는 10.6일로 역대 1위 수준이다. 여름철 평균기온도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이런 기록은 지난주부터 연달아 깨졌다. 지난 2일 오후 1시26분 경남 양산시 동면에서 42.5도가 관측됐다. 이는 1904년 기상관측 이래 처음으로 42도 선을 넘은 수치다. 종전 최고기온은 2018년 8월1일 경기 광주시 초월읍의 41.9도였다.
양산은 지난달 29일 40.3도를 시작으로 2일까지 닷새 연속 40도를 넘겼다.
3일에도 오후 1시56분쯤 대구 북구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서 40.9도가 측정됐다. 대구에서 40도대 기온이 관측된 것은 1942년 8월1일 이후 84년 만이다. 당시 대표관측지점 기온은 40.0도였다.
◆ 동풍으로 뒤바뀐 더위 무대…서울 37도 광주 39도 치솟아
이러한 가운데 이번 주 더위의 무대는 동서가 완전히 뒤바뀐다. 그동안은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는 푄현상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영남을 중심으로 극한 폭염이 이어졌다. 하지만 내일(4일)부터는 고기압 중심부가 이동해 대기 하층의 바람이 동풍으로 바뀌고 푄현상의 영향권도 백두대간 서쪽으로 이동한다.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강원 영서와 수도권 호남으로 내려오면서 서쪽 기온을 끌어올리는 구조다.
이에 따라 4일부터 6일까지도 최고 37도 안팎의 맹위가 예상된다. 7일부터 13일까지의 낮 최고기온은 31도에서 38도로 전망됐다.
특히 열돔이 자리 잡은 상태에서 남쪽의 강한 태풍이 접근하면 두 기압계 사이 등압선이 조밀해진다. 이는 동풍을 급격히 세지게 만드는 원인이 되는데, 이 강한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는 지형 효과와 겹치면 서쪽 지역의 낮 기온은 한 단계 더 뛰어오른다.
동시에 태풍이 함께 밀어 올린 수증기가 밤에 열을 붙잡는 온실 역할을 한다. 결국 서쪽 도심의 열대야도 훨씬 길어지게 된다. 이런 기압 배치는 2018년 최악의 폭염 때와 매우 닮았다.
◆ 태풍 돌핀 강도 매우 강 유지…중국 남부 해안으로 서진
제13호 태풍 돌핀은 3일 오전 3시기준 괌 북북동쪽 약 1280km 해상에서 서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35hPa 최대풍속은 초속 49m로 강도 ‘매우 강’을 유지하고 있다. 강풍반경은 440km 폭풍반경은 150km 규모다.
기상청은 돌핀이 5일 북위 24.8도 동경 137.7도 부근까지 서진할 것으로 내다 봤다. 이후 8일에는 오키나와 서북서쪽 해상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모델은 8일 중국 원저우 상륙을 전망했다. 반면 미국 국립환경예측센터(GFS) 모델은 11일 타이저우 상륙을 예상해 상륙 시점에 사흘가량 차이가 있다.
기상청 수치예보모델(KIM)을 포함한 주요 모델은 대체로 중국 남부 해안으로 향하는 흐름을 제시한다.
태풍이 중국 해안에 접근하는 주말 이후에는 제주도와 남해상이 영향권에 들어 호우가 내릴 수 있다.
다만 한반도를 덮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수축해 기압계에 틈이 생기면 진로가 서해상으로 틀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 경우 정체된 열기가 밀려나 폭염은 꺾이지만 강풍과 집중호우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
◆ 물 마른 경남 강수량 역대 최저…프라이팬 된 남부지방
동풍이 불면 그동안 극한 더위를 겪은 영남과 영동은 폭염의 최절정에서 잠시 벗어난다. 양산의 기온도 전날보다 누그러졌고 주 중반에는 낮 기온이 35도 안팎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그래도 33도를 웃도는 폭염은 이어지므로 대비를 늦춰서는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물 부족이다. 경남의 최근 1개월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20%대로 관측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다.
6월과 7월 두 달 강수량은 162mm로 평년 483mm의 33.5%에 그쳤다. 도내 농업용 저수지 569곳의 저수율은 42.6%로 평년 73.1%를 크게 밑돈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수분이 많으면 증발하면서 지표의 열을 기화열로 바꿔 가져가는데 그게 없으니까 그냥 아무것도 없는 프라이팬이 달궈지는 것”이라며 “양산에서는 수증기로 될 토양의 수분이 굉장히 작아 열기 받는 대로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체감 35도 넘으면 온열질환 위험…전력수요와 실외기 화재 변수
한편 이번 주는 고온다습한 기류와 동풍이 실어 오는 열기 그리고 태풍이 밀어 올리는 열대 수증기가 한꺼번에 겹친다.
이때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온열질환이다. 체감온도가 35도를 넘으면 위험 단계로 올라간다.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 야외작업은 중단하고 실내 통풍과 냉방에 신경 써야 한다.
이번 주 날씨는 폭염이 더 길어지느냐 태풍이 몰고 온 비가 더위를 끊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진로가 확정될 때까지는 두 시나리오를 모두 열어두고 치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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