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 평화비전 바탕 제정
세계가 주목할 평화 의제 발굴… 국제 평화운동
태평양 한가운데 자리한 작은 섬나라 키리바시는 오랫동안 바다와 더불어 살아온 평화로운 나라였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다는 생명의 터전에서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국토 대부분이 해발 2m 안팎에 불과한 이 나라는 바닷물이 주거지와 농경지로 밀려들고 식수원까지 오염되는 현실 앞에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해야 했다.
당시 아노테 통 키리바시 대통령은 국제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호소했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환경문제가 아니라 이미 한 국가와 국민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평화의 문제라는 절박한 외침이었다. 그러나 작은 섬나라의 목소리는 좀처럼 세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2015년 제1회 선학평화상은 아노테 통 대통령을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기후난민의 권리를 위해 헌신한 그의 활동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공동수상자는 인도의 수산과학자 모다두구 비제이 굽타 박사였다. 그는 가난한 농민들도 작은 연못과 논에서 물고기를 기를 수 있는 저비용 양식기술을 개발해 방글라데시를 비롯한 아시아 빈곤지역에 보급했다. 값싼 단백질 공급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농민들에게 새로운 소득을 안겨준 그의 연구는 식량안보와 빈곤퇴치를 함께 해결한 ‘청색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사람은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국민을 위해 싸웠고, 다른 한 사람은 굶주림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립의 길을 열어주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했지만 두 사람은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기 위해 헌신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의 공동수상은 선학평화상이 바라보는 평화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첫 선언이었다. 평화는 전쟁이나 무력충돌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지 않을 권리, 굶주림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 치료받고 교육받을 권리 역시 오늘날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평화의 가치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 것이다.
선학평화상은 문선명·한학자 총재가 평생 강조해 온 ‘하나님 아래 인류 한 가족’의 평화 비전을 바탕으로 2013년 제정됐다. 문선명 총재 성화 이후 한학자 총재는 인류의 평화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헌신한 인물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세계와 나누기 위해 이 상을 창설했다.
선학평화상은 격년제로 시상되며,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패, 그리고 총 100만 달러(약 14억~15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이는 세계적인 평화상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그러나 선학평화상의 가치는 상금의 크기에 있지 않다. 세계가 미처 주목하지 못한 평화의 실천가를 발굴하고, 그들의 삶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확산시키는 데 있다.
한 총재가 선학평화상을 제정한 목적은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인물에게 또 하나의 명예를 더하는 데 있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가장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묵묵히 헌신해 온 숨은 평화의 실천가들을 찾아 그들의 삶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선양하는 데 있었다.
아무리 위대한 실천이라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으면 한 지역의 작은 이야기로 머물기 쉽다. 그러나 그 실천을 발견해 의미를 부여하고 국제사회에 소개하면 한 사람의 용기와 헌신은 또 다른 사람의 행동을 이끌어내는 희망의 씨앗이 된다. 한 총재가 선학평화상을 통해 이루고자 한 것도 바로 이러한 평화의 선순환이었다.
이런 점에서 선학평화상은 세계가 주목해야 할 평화 의제를 발굴하고 확산시키는 국제 평화운동이라 할 수 있다. 시대가 직면한 가장 절박한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인물을 발굴하며, 그가 보여준 해법을 세계와 공유하는 것이다. 한학자 총재는 평화를 추상적인 이상이 아니라 인간의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할 구체적인 행동으로 바라보았고, 선학평화상은 이러한 철학을 국제사회에서 구현하는 대표적인 결실이 되었다.
평화는 거창한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실천에서 시작된다. 선학평화상이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곳곳의 숨은 평화 영웅들을 찾아 조명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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