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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혼 출소의 끝엔… 살 길 ‘찾아야 하는 한국’ [탐사기획-노인과 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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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2팀=백준무·이예림·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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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마중받지 못했다

출소 열흘, 다시 벼랑 끝

집도 일자리도 가족도 없는 출소자들
주거는 부양가족 있어야 하고
취업은 고령 문턱 높아
복지공단 도움 받으려면 먼저 찾아야
사실상 닿지 않는 지원제도

지난달 6일 오전 5시. 서울남부교도소 정문이 열렸다. 백발이 성성한 한 남성이 걸어 나왔다. 함재원(가명·67)씨다. 아직 지하철 첫차가 다니기 전이었다. 수감 전부터 살았던 서울 구로구 오류동까지 걸어갈 것이라고 했다. 남부교도소에서 오류동까지는 3㎞가 채 안 된다. 도보로는 40분이 넘게 걸린다. 당장 쓸 수 있는 돈은 2600원뿐이었다. 함씨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담장 밖에서 그를 맞아주는 이는 없었다.

 

 

취재팀은 고령 출소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지난 6월10일부터 지난달 6일까지 노인 전담교도소인 서울남부교도소를 12차례 방문했다. 출소 시간에 맞춰 나온 사람 중 총 13명이 취재에 응했다.

 

출소자들은 동이 틀 무렵 각자의 이름이 적힌 부직포 가방을 들고 남부교도소 정문을 통과했다. 적게는 두 명씩, 많을 때는 다섯 명이 동시에 나왔다. 매번 머리가 하얗게 센 사람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0∼30대 청년 출소자들에겐 대개 마중 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영화 속 장면과 달리 교도소 입구에서 두부를 내미는 경우는 없었다. 친구 혹은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출소자들을 차에 태웠다. 교도소 정문 근처에서 대기하는 택시를 타고 떠나는 사람들도 보였다.

 

어떤 이들은 교도소에서 1.4㎞ 떨어진 지하철 7호선 천왕역까지 뚜벅뚜벅 걸어갔다. 취재팀이 만난 출소자는 대부분 그랬다. 6명은 가족과 단절돼 혼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교도소에서 18개월 지내다 나온 한 출소자는 가족과 따로 살면서 간신히 연락을 잇는 형편이라고 했다.

 

취재팀은 인터뷰에 응했던 출소자 심모(64)씨의 집을 찾았다. 서울 영등포구 반지하 방은 5평 남짓한 크기였다. 얼룩덜룩한 낡은 장판 위엔 담배꽁초가 가득 찬 종이컵 네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바닥에 펼친 밥상 위엔, 정체를 알 수 없는 찌개가 담긴 냄비와 소주를 따른 종이컵이 자리했다. 다른 이들의 처지도 비슷했다. 출소 후 거처를 밝힌 8명 가운데 다른 2명은 고시원, 1명은 쪽방촌으로 향한다고 했다. 함씨 역시 출소 후 사우나와 고시원 세 곳을 오가며 방을 구했지만, 만취 소동으로 계약 당일 쫓겨나거나 시세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했다.

 

심씨와 함씨를 비롯한 이들에겐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 법무부 산하 준정부기관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은 출소자의 자립과 사회 복귀를 돕기 위해 상담과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이나 주거를 돕기도 한다. 취재팀은 출소 이후 열흘을 지켜본 함씨의 조건을 하나씩 대입해, 그가 실제로 이 공단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었을지 추적해 봤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경. 공단 제공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전경. 공단 제공

 

노인 출소자들의 생활 기반을 가늠해 볼 만한 통계가 있다. 대검찰청의 ‘2025 범죄분석’이다. 2024년 65세 이상 형사 사건 피의자 16만843명 중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6만7200명(41.8%), 동거인이 있는 경우는 1418명(0.9%)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생활 정도 역시 세 단계로 구분했을 때 하류가 6만5568명(40.8%)으로 가장 많았다. 형사 입건된 피의자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출소 인원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노인 출소자 상당수도 마찬가지로 돌아갈 가정이 없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형편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에게 출소 직후 가장 절실한 것은 머물 곳이다. 공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 임차주택에서 최대 10년 거주할 수 있는 주거지원 사업을 운영한다. 다만 이 사업은 ‘가족지원’으로 분류돼, 본인을 제외한 부양가족이 1명 이상 있어야 신청할 수 있다. 함씨는 8년 전 이혼했다. “애 엄마하고는 한 달에 한 번 통화한다”고 했지만, 그의 지인들은 함씨와 전처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라고 했다. 부양가족이 없는 함씨는 지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해 공단으로부터 주거지원을 받은 이들 중 65세 이상은 60건으로, 전체의 10.7%에 그쳤다. 기존 지원 대상자가 연장 신청한 경우도 별개 건수로 집계되는 방식이라, 실제 혜택을 입은 인원은 이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선택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생활지원에 포함된 숙식제공 사업이 있다. 가족이 없더라도 갱생보호(자유형을 마치고 교도소를 막 출소한 사람들의 사회 복귀를 위한 국가의 보호 제도)의 대상이라면 누구든 숙식제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6개월간 한시적으로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6개월씩 세 차례 연장이 가능하지만 2년이 지나면 퇴거해야 한다. 공단 관계자는 “공단은 자립기관이다. 2년이 지나면 원칙적으로 (숙식제공 사업이) 종료된다”고 말했다. 

 

함씨에게 남은 선택지는 스스로 돈을 버는 일이다. 결국 관건은 밥벌이다. 공단의 대표 취업지원 사업인 ‘허그일자리 지원’은 단순히 일자리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상담을 거쳐 취업을 설계하고, 8개월 동안 직업훈련을 지원한다. 근속 1·3·6·12개월마다 수당을 지급해 직장 적응도 돕는다. 해당 사업에는 원칙적으로는 15∼69세까지 참여할 수 있다. 당초 64세였던 대상 연령이 지난해 9월 69세로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70세 이상인 경우에도 심사를 거치면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올해로 67세인 함씨 역시 허그일자리 지원 대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실제 취업 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20년 공단의 ‘취업지원사업이 재범률 감소 및 범죄의 사회적 비용 절감에 미치는 효과’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 허그일자리 지원 참여 기업 100곳 중 41개 업체는 채용 자격 제한 대상자로 ‘고령자’를 꼽았다. 같은 설문조사에서 ‘중범죄자 등 장기복역자’를 꼽은 곳이 31곳, ‘장애인’을 꼽은 회사가 20곳이었다. 통계상으로도 고령자의 참여 비율은 낮은 편이다. 지난해 허그일자리 지원 8451건 중 고령자의 비율은 2.2%(185건)에 불과했다. 공단의 다른 취업지원 사업인 ‘직업훈련’과 ‘취업 알선’ 역시 고령자 대상 지원 건수 비율은 각각 4.3%(216건), 2.1%(122건)로 저조하다. 매년 출소하는 고령자는 3000∼4000명 규모다.

 

신청주의라는 점도 문턱을 높인다. 형기 종료를 앞두고 출소자의 기존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는 공문이 간다. 보호관찰 대상자 역시 해당 보호관찰소에 의무적으로 통보된다. 공단은 예외다. 교정시설은 공단에 출소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 출소 사실을 알지 못하는 기관이 먼저 손을 내밀기는 어렵다. 고령 출소자에게 “먼저 찾아가라”는 요구는 사실상 지원의 문을 닫는 것과 같다. 취재팀이 만난 출소자 대다수는 휴대전화가 없거나 연락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실제로 공단이 취재팀에 밝힌 2023년에서 2025년까지의 보호대상자 유입 경로는 본인 의뢰가 63.7%, 기관 의뢰가 36.2%였다. 기관에는 보호관찰소, 소년원, 법원, 경찰청, 교정시설 등이 포함된다. 기관 의뢰 건수는 3년간 1만3000여건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에 반해 본인 의뢰의 증가는 유독 두드러졌다.

 

법무부는 ‘교정시설에서 출소하는 사람을 공단 등으로 인계하는 절차가 별도로 마련돼 있느냐’는 취재팀 질의에 “갱생보호 서비스는 대상자의 동의·신청·관계기관의 추천·안내 등을 통해 지원이 이뤄진다”며 “갱생보호 사업에 일괄적으로 인계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답했다. 교정시설 출소자는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는 단계의 사람’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양교도소 정문 앞 모습. 안양=유희태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안양교도소 정문 앞 모습. 안양=유희태 기자

 

교정당국은 형기 종료 2개월 전부터 석방 전 교육을 한다. 공단의 갱생보호 사업과 신용회복, 복지 지원 절차 등을 알리는 것이 핵심이다. 홍모(56)씨는 그나마 교육 내용을 기억하는 편이었다. “만기 교육 3회를 받는데요. 신용회복위원회, 국민연금공단에서 강사가 직접 나오더라고요. 국민연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신용회복 어떻게 하는지, 법무부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는지 그런 안내 정도로요. 전체적으로 한 번 브리핑하고 개별적으로 잠깐씩 면담을 하더라고요. 그쪽에서 이렇게 이렇게 해줄 테니까 한번 방문하시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안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취재팀이 만난 상당수 고령 출소자는 공단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법무부도 “교육을 강제할 규정이 없어 주취자나 노숙자 등은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출소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단의 또 다른 연구용역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법무보호대상자 잠재적 수요 예측 및 발굴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도 공단을 향한 출소자들의 시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2020년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팀이 교정시설 성인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4명 중 333명(50.2%)은 “공단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공단의 보호사업을 이용해 본 적 있다는 이들은 10명 중 1명도 되지 않았다.

 

숙식지원 사업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112명은 ‘출소 이후 생활할 곳이 없다’고 답했지만, 정작 공단 생활관에 입소하겠다는 인원은 77명에 그쳤다. ‘누군가로부터 통제받는 느낌이 들어서 희망하지 않는다’(38명), ‘여러 사람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을 희망하지 않는다’(20명) 등의 응답이 있었다. 60대 이상 고령 응답자만 따로 떼놓았을 때도 결과는 비슷했다. 18명이 ‘생활할 곳이 없다’고 답했음에도 생활관 입소 의사를 밝힌 이는 6명에 불과했다.

 

보고서에는 재소자들이 공단 지원을 거부하는 구체적인 이유도 언급됐다. 한 응답자는 “보호사업이 뭔지 잘 모르고 제가 벌어서 생활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도 여기서 초기에 교육을 받을 때 공단이 있다는 것을 언뜻 들었다”면서도 “죄를 지어서 와서 교육받는 것이 짜증 나는데,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답한 이도 있었다. “그냥 내세우기 싫고 (범죄 전력을) 밝히기 싫다”, “자신의 가정환경이나 범죄 사실이 다른 사람한테 밝혀지니까 신청을 안 하는 것 같다” 등 사회적 낙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올해 공단에 편성된 사업 예산은 466억4100만원이다. 제도는 있지만, 정작 필요한 이들에겐 가닿지 않는다.

 

출소 이후 서울 남구로역 쪽방촌에 머물고 있는 김모(67)씨는 “노인네들이 어디 갈 데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여기 들어오려고 애를 쓰지”라고 말했다. 지하도에 사는 노숙인들이 빵이나 음료를 훔쳐 일부러 붙잡힌다고도 했다. 일주일 뒤 만난 다른 출소자도 추운 겨울 먹여주고 재워주는 곳은 교도소뿐이라고 말했다. 막힌 출구가 가리킨 곳은 교도소로 향하는 회전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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