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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 이탈리아·‘친이민’ 스페인, 비난 주고받으며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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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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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령 세우타에 아프리카 이주민 몰려들어
이탈리아 “스페인 통한 난민 등 유입 막을 것”
스페인 “민족주의 선동… 연대 정신 발휘해야”

각각 강성 우파, 좌파 정부가 집권 중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이민 정책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아프리카에 있지만 엄연히 스페인 영토인 지역에 이주민들이 대거 진입을 시도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3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스페인에 대해 솅겐 지역(Schengen zone) 적용을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솅겐 지역이란 1985년 룩셈부르크 남부의 작을 마을 솅겐에서 체결된 솅겐 협정에 가입한 유럽 지역 29개 국가를 뜻한다. 이 협정 가입국들 사이에는 국경 검문이 사라져 출입국 심사와 여권 검사, 세관 절차 등이 생략된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각각 유럽을 대표하는 강성 우파, 좌파 지도자에 해당한다. SNS 캡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왼쪽)와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각각 유럽을 대표하는 강성 우파, 좌파 지도자에 해당한다. SNS 캡처

유럽연합(EU)의 경우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25개국이 솅겐 지역에 해당한다.

 

멜로니의 발언은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국경을 접한 스페인 자치령 세우타(Ceuta)에 이주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극심한 혼란이 빚어진 직후에 나왔다. 인구 약 8만5000명의 도시 세우타는 아프리카에 있으나 엄연한 스페인 영토다. 이주민이 일단 세우타에 진입하면 솅겐 지역에 해당하는 유럽 내 다른 국가로 쉽게 옮겨갈 수 있다는 뜻이다. 멜로니는 “세우타에서 촬영된 이주민들의 모습은 충격적”이라며 “이탈리아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멜로니가 이끄는 우파 연립정부는 극우 정당들도 참여하고 있으며, 2022년 10월 출범 후 강경한 반(反)이민 정책을 펴고 있다.

 

모로코에선 이날 정오 무렵부터 몇 시간 동안 이주민 수천명이 세우타와 국경을 접한 해변 마을에 집결한 뒤 일제히 세우타로 향했다. 청년은 물론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 고령층도 포함돼 있었다. 모로코 경찰은 세우타와의 국경 검문소에서 약 500m 떨어진 지점에서부터 도로를 차단했다. 그러나 상당수 이주민이 인근 언덕을 넘거나 바다에 뛰어들어 월경(越境)을 시도했다. 모로코 경찰은 대규모 군중에 떠밀려 사실상 통제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30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 스페인 영토 세우타에 도착한 이주민들이 앞다퉈 뭍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일 동안 수백명의 이주민이 국경을 넘어 세우타로 진입했는데, 대부분 모로코와 알제리 국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출발해 바다를 건너 스페인 영토 세우타에 도착한 이주민들이 앞다퉈 뭍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9일 동안 수백명의 이주민이 국경을 넘어 세우타로 진입했는데, 대부분 모로코와 알제리 국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EPA연합뉴스

외신들은 “국경을 넘어 세우타로 진입한 이주민이 1500명을 넘는다”며 “대다수가 모로코에서 헤엄을 쳐 세우타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9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우타 자치정부는 스페인 정부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모로코와의 접경지에 군대를 배치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강성 좌파인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를 거부했다. 산체스의 스페인은 EU 회원국들 중에서도 이민에 관대한 것으로 손꼽힌다. 산체스는 SNS를 통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고 있다”며 “모로코 및 관계 국제기구와 협력하면서 가능한 한 빨리 (국경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우타에 무단 진입한 이들을 설득해 가급적 일찍 모로코로 되돌려 보내겠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정부가 스페인에 대한 솅겐 협약 적용의 잠정적 중단 운운한 것에 대해 스페인 정부는 분노를 표시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교부 장관은 이탈리아의 반응을 “민족주의적 선동”으로 규정한 뒤 외교적 항의를 위해 마드리드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초치(招致)했다. 또 이탈리아를 겨냥해 “유럽의 연대를 기대하는 파트너이자 우호적인 국가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당파적인 선동 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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