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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선생은 어디에 잠들었을까…뿌리는 이천, 묘는 여주 [오상도의 경기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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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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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은 본관(本貫)의 뿌리, 다양한 기념사업 통해 정체성 기려
서희의 할아버지, 고려 태조 왕건에게 길 안내…利川 지명의 유래
고려 ‘외교 거장’ 서희 동상, 61년 만에 국가표준영정으로 부활
이천시, 서희동상오거리에 좌대 포함 10m 규모 새 동상 건립

고려의 외교관 장위공 서희(徐熙·942~998) 선생은 80만 거란 대군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물리치며 강동 6주를 되찾은 위인이다. 

 

960년(광종 11년) 과거에 급제한 뒤 원외랑을 거쳐 병관어사로 재직하다가 993년(성종 12년) 거란의 침입 때 거란 장수 소손녕(蕭遜寧)과 담판을 벌였다. 어려서부터 글과 무예에 능한 총명함 덕분에 서희의 태몽은 용이 구름에 걸려 추락했다는 전설과 궤를 같이할 정도다. 

동강 권오창 화백이 그린 서희 선생의 표준영정.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동강 권오창 화백이 그린 서희 선생의 표준영정.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본관(本貫)의 뿌리, 이천…매년 서희문화제

 

이런 서희는 경기도와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다. 이천이 성장과 가문의 중심지라면, 여주는 마지막으로 잠든 안식처이다. 여주시 산북면 후리산 2-1에 있는 서희의 묘는 경기도 기념물 제36호로 지정돼 있다. 

 

왜 이천이 아닌 여주에 묘가 있을까? 역사적으로 여주 산북면 일대는 이천 서씨 가문의 선영(문중 묘역)이 조성된 곳이다. 서희 뿐만 아니라 그에게 청렴과 기개를 물려준 아버지 서필(徐弼) 선생의 묘 역시 같은 산북면 묘역에 모셔져 있다.

 

지리적으로 여주 산북면은 이천시와 인접해 있어, 조선시대 이전 경계나 문중 토지의 분포상 자연스럽게 이곳에 묘역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여주시는 서희 묘역 주변을 정비해 경기도 문화재로서 역사 교육의 장이자 시민 산책로로 관리하고 있다.

이천시 중리동 서희동상오거리에 있는 서희 선생 동상. 이천시 제공
이천시 중리동 서희동상오거리에 있는 서희 선생 동상. 이천시 제공

◆60년 前 동상 세대교체…역사문화 대표 브랜드 육성

 

반면 이천시는 서희라는 인물의 브랜드와 스토리를 중심으로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주와 이천 모두 서희 선생의 유산을 소중히 나누어 기리는 셈이다.

 

서희는 이천의 뿌리이자 문화적 상징이다. 이천 역시 도시의 대표적 역사 인물이자 정체성으로 삼고 있다. 

 

서희는 이천 서씨(利川 徐氏)의 시조인 서신일(徐神逸)의 손자이자, 고려 광종 때 재상을 지낸 서필의 아들이다. 이천은 이천 서씨 가문이 대대로 터를 잡고 살아온 고향이기도 하다.

 

이천이라는 지명의 유래도 이들 가문과 관련이 깊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할 때 남한강을 건너지 못해 애를 먹자, 서희의 할아버지인 서목(徐目) 선생이 길을 안내해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한다.

경기도기념물 제36호인 ‘서희 선생 묘’. 경기 여주시 산북면에 있다. 국가유산포털 캡처
경기도기념물 제36호인 ‘서희 선생 묘’. 경기 여주시 산북면에 있다. 국가유산포털 캡처

이에 왕건이 ‘이섭대천(利涉大川· 큰 강을 건너는 것이 이롭다)’이라는 주역 구절에서 따와 이 지역에 ‘이천(利川)’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가문 자체가 도시의 이름과 결된 셈이다. 

 

이천시는 모가면에 ‘서희테마파크’를 꾸려 서희의 외교적 업적과 생애를 기리고 있다. 이곳에는 대규모 역사공원 및 전시관이 자리한다. 매년 서희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천시 주최로 열리는 장위공 서희문화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강동 6주 수복 업적 기려 서북방 322도 향해

 

최근 이천시에선 서희 선생과 관련된 행사가 열렸다. 그의 동상이 61년 만에 본래의 역사적 위용을 되찾은 것이다.

 

이천시는 중리동 서희동상오거리에 있는 서희 동상을 국가표준영정에 맞춰 새롭게 제작해 공개했다. 옛 동상은 1965년 당시 이천 군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세워졌으나, 조선시대 복식을 하는 등 역사적 고증이 미흡하고 세월이 흐르며 노후화돼 교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서희 선생 동상 건립 기념식에서 성수석 이천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서희 선생 동상 건립 기념식에서 성수석 이천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천시 제공

60여년 만에 교체된 새 동상은 고증을 거쳐 제작됐다. 좌대 2.5m, 본체 7.5m를 합쳐 높이 10m에 달하는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특히 거란의 침입 당시 뛰어난 정세 분석과 논리적 담판으로 강동 6주를 수복하고 8성을 쌓아 영토를 지켜낸 역사적 업적을 기려, 강동 6주가 위치한 서북방 322도 방향을 바라보도록 단장됐다.

 

시는 동상이 바라보는 전방인 중리동 행정복지센터 광장에 높이 4.4m, 폭 3.3m 규모의 산화 강판(내후성 강판) 아트월도 함께 설치했다. 동상과 아트월이 들어선 일대를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포토존이자 도심 속 휴식 공간, 생생한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열린 건립 기념식에는 이천 서씨 대종회 회원과 지역 주민 등 200여명이 참석해 역사적 교체를 축하했다. 이천시는 이번 동상 재건립을 계기로 다양한 선양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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