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격설 인정… 언급 자제
이란 선공에 트럼프 “두들겨 팰 것”
미군, 엿새 만에 이란 공습 재개
키슘섬·부셰르 등 남부지역 폭음
사우디 협공 이라크서 20명 사망
이집트 지중해에 위치한 미국 소유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시설에서 드론 공격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다. 공격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정황상 이란의 소행일 수 있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무력 대응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이집트의 미국 시설까지 공격을 받으면서 중동 지역 전장이 페르시아만과 홍해에 이어 지중해까지 넓어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29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다미에타 항구에서 폭발이 일어난 뒤 미국 소유의 부유식 저장 설비와 그리스 소유 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에는 유조선에서 연기가 치솟고, 소방 선박들이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이 담겼다. 화재는 진압됐고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직후 해상 보안업체인 영국 앰브리는 “이번 폭발은 드론 공격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최소 한 척의 선박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도 보안 소식통 2명의 말을 인용해 “드론 공격이 폭발의 유력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이집트 정부도 드론 공격에 의한 화재임을 확인했다. 이집트 정부는 30일 “관계 당국의 초기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드론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당사자는 아직 없다”며 공격 주체를 추정하는 언급을 자제했다. 사건 초기 이집트 정부는 드론 공격 가능성조차 거론하지 않았다. 이란이나 그 대리세력에 의한 공격으로 확인될 경우 중동 분쟁이 이집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서방 매체들은 이란 배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건은 이란이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미국과 사우디가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단체를 타격한 직후에 발생했다”면서 미·이란 충돌과 연결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 이란과 관계성을 암시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폭발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다”면서 “늘 반복되는 패턴과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공격 중단 엿새 만에 다시 이란 공습을 시작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에 약 5시간 동안의 공격 후 “군 지휘통제실, 미사일·드론 시설, 연안 감시 및 방어 시설, 해상 전력 자산을 포함해 이란 내 수십 곳의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주요 외신은 이란 관영매체를 인용해 이날 키슘섬과 부셰르 등 이란 남부지역 곳곳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날 공습은 전날 이란이 요르단 미군 기지를 선제 타격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욕설을 쓰며 “(이란을) 두들겨 팰 것”이라고 말한 뒤 실행됐다.
이란도 재보복에 나섰다. IRGC는 30일 성명을 내고 “요르단 알아즈라크 미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며 “F-35 전투기 3대를 파괴했고, 다른 전투기 3대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란과 사우디 간 충돌도 격화하고 있다. 예멘(후티 반군)이나 이라크(민병대) 등의 친이란 대리세력들이 미군 기지뿐 아니라 사우디의 석유시설 및 유조선을 공격하자 사우디는 강력한 반격에 나섰다. 지난주 후티의 석유시설을 공격한 사우디는 전날 미국과 함께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거점을 공습했다. 이 공격으로 최소 20명이 숨졌다. 이 가운데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파견한 군사 고문 5명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노골적인 이라크 주권 및 영토 보전권 침해이자, 유엔 헌장과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며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미국 정부와 그 역내 조력자들에게 있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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