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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소 기각’ 끼워 넣은 與, 재판부 압박하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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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소법 개정안 심의하며 슬쩍 추가
野와 협의 시늉조차 생략한 ‘폭주’
범죄 피해자들의 고통도 헤아리길

더불어민주당이 어제 형사소송법 개정안 강행 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국민의힘 등 야권 의원들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에 나섰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장악한 민주당 주도로 오늘 중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후 우리 국회의 일상적 모습이 된 ‘여야 합의 생략→야당 필리버스터→여당 강행 처리’ 패턴의 무한 반복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은 그저 무겁기만 하다. 80년이나 된 형사소송 체계를 제대로 된 숙의 절차도 건너뛴 채 손바닥 뒤집듯 이렇게 쉽게 고쳐도 되는 건가. 의회민주주의 훼손이 아닐 수 없다.

애초 형소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였다. 그런데 민주당은 엊그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비공개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원의 ‘공소 기각’ 사유 확대에 관한 내용을 슬쩍 개정안에 끼워 넣었다. 법사위 야당 의원들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항의하며 회의실에서 퇴장한 뒤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중대한 위법 수사를 근거로 공소가 제기된 경우’와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된 경우’ 법원이 검찰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과 협의하는 시늉조차 ‘패싱’한 위험천만한 입법 폭주다.

공소 기각이란 검찰의 기소에 심각한 하자가 있을 때 법원이 심리를 계속하는 대신 사건을 그냥 종결하는 것을 뜻한다. 피고인, 피해자 등 형사사건 당사자들의 명운이 걸린 처분인 만큼 그 요건이 매우 엄격해야 함은 기본이다. 그런데 ‘중대한 위법 수사’, ‘재량권의 현저한 일탈’ 같은 표현은 너무나 모호해 대체 무엇이 기준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법조계에서 ‘공소 기각 여부를 사실상 재판부의 자의적 판단에 맡긴 것’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판검사가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법을 왜곡하면 처벌한다는 이른바 ‘법왜곡죄’와 다를 게 없다.

현재 법원에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비롯해 이재명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기소된 형사사건이 여럿 계류돼 있다. 국회 과반 다수당으로서 법관 탄핵소추권을 쥔 민주당이 “공소 기각 결정이 타당하지 않으냐”며 담당 재판부를 압박할 게 뻔하다. 야당이 이 점을 들어 “공소 기각 사유 확대 시도는 이 대통령 관련 사건들의 신속한 종결을 위한 ‘방탄용’”이라고 비판하는 건 당연하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법원의 공소 기각 확대는 모두 범죄자들에게 유리한 방안임이 틀림없다. 그로 인한 국민 피해는 오롯이 민주당의 책임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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