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2배 ETF 이틀간 최대 43.2%↓…급락에도 개미는 ‘물타기’
상품 허용 두달만에 책임론 확산…현금 3000만원·배율 하향까지 검토
“한 달 만에 5억원이 빠졌습니다.”
국내 한 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투자자 A씨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A씨는 지난해 10월 2억원으로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SK하이닉스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종목에 투자해 자산을 4억원까지 불렸고, 이후 종목을 바꾸면서 계좌 평가액은 5억5000만원까지 늘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반도체주가 다시 급등하자 찾아온 조급함이었다. A씨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주를 신용으로 매수하고, 하루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까지 사들이면서 투자 규모를 약 7억원으로 키웠다.
A씨가 공개한 현재 계좌 평가액은 2억2000만원이다. 그는 불과 한 달 만에 약 5억원의 손실을 봤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신용융자와 레버리지 상품을 동시에 활용한 투자자의 계좌가 급락장에서 얼마나 빠르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틀간 16.17% 증발…두 시장이 또 멈췄다
2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60.42포인트(5.98%) 내린 5663.24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43.17포인트(6.12%) 떨어진 662.68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7일 종가 6755.75와 비교하면 이틀 만에 16.17%가 증발했다. 장중에는 12.63% 떨어진 5262.77까지 밀렸다가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이날 낮 12시19분 코스닥에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13분 뒤인 낮 12시32분에는 코스피 거래도 멈췄다. 전날에 이어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양대 시장이 이틀 연속 함께 멈춘 것은 국내 증시 역사상 처음이다.
개인의 투매도 거셌다. 한국거래소 정규시장 기준으로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1조9700억원, 코스닥에서 약 4570억원을 순매도했다. 넥스트레이드 거래까지 합치면 유가증권시장 개인 순매도액은 2조9000억원대로 불어난다.
◆하이닉스 ‘두 배’ 상품, 이틀 만에 43% 추락
본주보다 더 크게 무너진 것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었다. 29일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에만 18~21% 떨어졌다. 전날 28% 안팎 급락한 데 이어 이틀째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TIGER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이틀간 43.2% 떨어졌다.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도 같은 기간 42.8% 하락했다. KODEX 상품의 29일 종가는 7925원으로, 지난 5월27일 상장가 2만3450원의 3분의 1 수준까지 내려왔다.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의 이틀간 하락률도 최대 34%에 달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기초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된다. 다만 여러 날 보유하면 일별 수익률이 복리로 누적되기 때문에 기초종목의 누적 수익률과 정확히 두 배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에서는 변동성으로 인한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해 본주가 이전 가격을 회복하더라도 레버리지 상품 가격은 투자자의 매수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개인의 ‘물타기’는 이어졌다. 개인은 29일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2369억원, TIGER 상품을 87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16종의 거래대금은 15조원으로 전체 ETF 거래대금의 36.1%를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27일 상품 출시 이후 7월21일까지 개인의 누적 순매수액은 14조1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순매수액의 약 87%가 개인 자금이었다.
◆신용과 레버리지 겹치면 강제매도 위험까지
레버리지 상품 투자와 증권사 신용융자는 서로 다른 거래다. 그러나 두 수단을 겹쳐 사용하면 같은 주가 하락에도 계좌가 받는 충격은 훨씬 커진다.
신용으로 산 주식의 가격이 내려가 담보유지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부족한 담보를 채우라고 요구하고, 기한 내에 이행하지 못하면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할 수 있다.
결제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해 발생하는 미수거래에서도 반대매매 부담이 커졌다. 금융투자협회의 일별 자료를 합산하면 이달 1일부터 28일까지 발생한 위탁매매 미수금은 22조3843억원, 이 가운데 반대매매된 금액은 7058억원으로 집계됐다.
단순 합산 기준 비율은 3.15%다. 통상 0.5~1% 수준으로 알려진 비중을 크게 웃돈다. 다만 이 수치는 신용융자 계좌 전체의 강제매도 규모가 아니라 미수거래에서 발생한 반대매매 금액이다. 신용융자는 담보비율 하락, 미수거래는 결제대금 미납으로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만큼 두 통계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거래 방식은 다르지만 급락장에서 강제매도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은 같다. 주가가 떨어지면 담보 부족이나 미수금 미납으로 처분되는 주식이 늘고, 시장에 쏟아진 매물이 다시 주가를 압박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 손실을 견디지 못한 투자자의 급매까지 겹치면 장중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와 글로벌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논란 등이 겹친 만큼 이번 급락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만의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자본시장연구원도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거래가 본주 변동성을 추가로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마이크론 등 해외 반도체주에서도 변동성이 더 크게 확대됐다며 거시경제와 업황 불확실성 등 여러 요인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짚었다.
◆허용 두 달 만에 고개 숙인 금융당국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국내외 상장 상품 사이의 규제 격차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지난 5월27일 처음 출시됐다. 그러나 개인 자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몰리고 변동성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출시 두 달도 되지 않아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와 판촉 행사도 금지했다.
오는 31일부터는 투자 문턱도 높아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새로 사거나 추가 매수하려면 기존 1000만원 대신 현금 3000만원을 계좌에 보유해야 한다. 주식이나 채권 등 대용증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에 그 책임 역시 당연히 무겁다”며 “보완 조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필요하면 추가 조치도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재 2배인 레버리지 배율을 낮추거나 신규 매수를 전문투자자로 제한하는 방안, 개인별 투자한도를 두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틀 만에 43.2% 떨어진 상품이 손실 전 가격을 되찾으려면 앞으로 76.1% 올라야 한다. 하락률과 회복률은 대칭이 아니다. 급락 뒤 본주가 반등하더라도 음의 복리 효과가 쌓인 레버리지 계좌까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 개미들이 던져야 할 질문은 바닥이 어디냐가 아니다. 그 바닥에 닿기 전까지 내 계좌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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