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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난민 150만 수용한 폴란드에 ‘우크라 혐오’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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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수정 :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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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인 겨냥 ‘증오 범죄’ 상반기만 180건
투스크 총리 “이웃 나라 국민에게 관용을!”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최근 자국에서 우크라이나인을 겨냥한 폭력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며 국민에게 ‘관용’을 당부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에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국내를 탈출한 우크라이나 주민 약 15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폴란드 국기(왼쪽)와 우크라이나 국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이웃 나라 폴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을 피해 국내를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해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았다. 현재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주민은 150만명에 이른다. 게티이미지
폴란드 국기(왼쪽)와 우크라이나 국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이웃 나라 폴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을 피해 국내를 탈출한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따뜻하게 환영해 국제사회의 칭송을 받았다. 현재 폴란드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주민은 150만명에 이른다. 게티이미지

28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투스크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의 침략 전쟁이 시작될 때 세계는 이웃 나라(우크라이나)의 전쟁 난민들을 향한 폴란드인들의 연대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우리와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란 이유만으로 때리고 모욕한다면 폴란드인들이 국제사회에 보여준 연대의 가치는 지금 이 순간 박살나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6일 폴란드 남서부 도시 브로츠와프에선 우크라이나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일어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된 동영상을 보면 폴란드 남성 3명이 우크라이나 남녀 한 쌍을 잔인하게 폭행했다. 우크라이나 남성은 땅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발길질을 당했고, 여성은 누군가 던진 금속 물체에 맞아 귀를 다쳤다. 경찰이 용의자 3명 중 2명을 붙잡아 조사해보니 둘 다 과거 비슷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경찰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인을 미워하는) 민족주의적 동기에서 비롯한 범죄”라고 발표했다.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며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 분노가 일자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교부 장관은 폴란드 정부를 향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시비하 장관은 “일부 폴란드 정치인들이 적대 행위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는데, 이는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민족주의 역사학자 출신인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우크라이나 반란군’(UPA)이란 조직이 폴란드 민간인들을 학살한 사안에 대한 재조사와 책임 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공산주의 소련(현 러시아)의 일부였고, 폴란드는 나치 독일에 점령된 상태였다. UPA는 이 기회를 활용해 폴란드 영토 일부에 우크라이나 독립국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삼고 그 지역에 살던 폴란드 주민 수만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UPA는 폴란드에선 국민적 공분의 대상인 반면 우크라이나인들은 그 조직원들을 ‘독립 영웅’으로 여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 방송 화면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카롤 나브로츠키 폴란드 대통령. 방송 화면 캡처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특수 부대들 가운데 UPA란 명칭을 지닌 부대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폴란드인들을 무시하는 조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지난 2023년 폴란드 정부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수여한 ‘흰독수리 훈장’을 전격 박탈했다. 이후 폴란드 우파 진영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그리고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폴란드는 이원집정제 국가로 국민 직선으로 뽑힌 대통령과 의회가 선출한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다. 소속 정파가 서로 다른 나브로츠키 대통령과 투스크 총리는 매우 껄끄러운 관계로 종종 갈등을 빚곤 한다. 평소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을 강조해 온 투스크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나브로츠키 대통령을 향해 “우크라이나인을 노린 증오 범죄에 더는 침묵하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4년 넘게 지나며 폴란드에선 전쟁 피로감과 더불어 우크라이나에 대한 증오심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폴란드 현지 언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는 올 상반기에만 180건 발생했다. 이는 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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