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뉴타운부터 동탄·검 등…실수요자 전략은
서울 뉴타운 분양시장의 가격 상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뉴타운에서는 전용면적 84㎡ 일반분양가가 20억원대 후반까지 올라섰다. 발코니 확장비와 유상 옵션까지 더하면 실제 계약금액은 30억원에 육박하는데도 수요가 몰린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돈이면 강남 간다”는 말보다 “지금이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세계일보 유튜브 <잘살아보세>에서 노량진뉴타운을 여의도·광화문·강남 접근성을 두루 갖춘 입지로 평가했다. 재개발이 마무리돼 대규모 신축 주거지로 탈바꿈하면 평지가 많은 장점까지 더해져 장기적으로 흑석뉴타운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미 가격이 크게 오른 노량진이 부담스럽다면 장위뉴타운 등 아직 정비사업이 진행 중인 지역을 살펴볼 수 있다. 낮은 매매가격만 보고 접근하기보다 입주권 취득 가능 여부와 추가분담금, 사업 단계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 다음은 인터뷰 영상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한 내용이다.
―요즘 같은 집값 상승기에 주목할 부동산 트렌드는?
“최근에는 주택 수를 늘리기보다 한 채를 지키는 데 집중하는 흐름이 강하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는 집을 한 채 가진 사람이 두 채를 사고, 두 채 가진 사람이 세 채를 사는 식으로 주택 수를 늘렸다. 하지만 2020년 이후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수를 줄이는 사람이 늘었다. 주택 규제가 많아지면서 지식산업센터나 생활형숙박시설 같은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경험하는 사례도 반복됐다. 결국 집이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을 하고, 이미 집이 있는 사람은 가치가 높은 한 채를 지키는 ‘똘똘한 한 채’가 다시 주택시장의 핵심 트렌드가 됐다. 아파트를 전세 끼고 사기 어려워지면서 자녀에게 재개발 빌라를 사주는 부모도 있다.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5년, 10년 동안 돈을 모아 1억~3억원을 마련한 30대 청년들도 서울 정비사업 구역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민평형 분양가가 30억원에 육박한 노량진뉴타운을 어떻게 평가하나
“노량진뉴타운은 이미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본다. 약 5년 전에는 10억원 이하로 접근할 수 있는 재개발 물건도 있었지만, 지금은 일반분양 가격이 20억원대 중후반까지 올라왔다. 노량진의 신축 아파트가 30억원이라고 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남의 신축 아파트가 50억~60억원인 상황에서 거리와 교통을 비교하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노량진의 장점은 입지다. 여의도와 광화문 접근성이 좋고 지하철 9호선을 이용하면 강남으로 이동하기도 편하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대규모 신축 주거지로 거듭난다. 흑석보다 평지가 많고 신축 아파트와 교통 접근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흑석뉴타운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더 이상 노량진을 ‘옛날에 재수하던 곳’이라는 식의 낡은 이미지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이미 가격이 오른 노량진 대신 지금 살펴볼 뉴타운은 어디?
“서울의 뉴타운 지역은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흑석과 노량진뿐 아니라 한남, 수색·증산, 아현동, 옥수·금호동 등도 뉴타운 개발을 통해 주거 환경이 달라졌다. 그렇다면 아직 남아 있는 대규모 뉴타운이 어디냐고 할 때 장위뉴타운을 볼 수 있다. 일부는 이미 입주했고 일부는 사업이 진행 중인데, 아직 3억~4억 원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구역들이 있다. 장위뉴타운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서울 진입이 어려운 실수요자가 경기·인천에서 상대적으로 접근할 만한 지역은
“서울만 바라보면 선택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경기와 인천으로 범위를 넓히면 교통망이 개선되면서 서울 접근성이 좋아지는 신도시들이 있다. 인천에서는 송도와 청라, 검단처럼 주거 인프라가 갖춰진 신도시가 상대적으로 먼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검단신도시에는 7억원대에 역세권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곳도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을 이용해 계양역에서 공항철도로 환승할 수 있어 서울 서북권으로 이동할 수 있다. 서울에 살 돈이 부족하다고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경기·인천까지 범위를 넓히고 GTX나 신안산선 등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인 교통망과 주거 인프라를 함께 살펴보면 예산에 맞는 선택지를 찾을 수 있다.”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신혼부부가 눈여겨볼 신도시는?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렵지만 신혼부부처럼 거주할 집이 필요하고 서울로 출퇴근해야 하는 사람들은 주거 인프라가 좋은 신도시를 선택할 수 있다. 경기 남부에서는 분당과 과천, 판교가 먼저 움직였고 이후 용인 수지와 광교로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들 지역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동탄으로 수요가 이동했다. 동탄에서도 모든 아파트가 똑같이 오른 것은 아니다. 역 주변 인기 단지와 선호도가 높은 신축 아파트로 수요가 쏠리면서 일부 거래만으로도 가격이 빠르게 올라갔다. 동탄은 삼성전자 등 주요 일자리로 출퇴근할 수 있고 학교와 상업시설, GTX역 등 주거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다.
구리도 서울 지하철 8호선 별내선 개통으로 잠실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의 관심이 커졌다. 동탄과 구리가 규제로 묶이면 동탄 인근 병점·오산·평택의 신도시나 구리와 인접한 남양주 다산신도시 등으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주택 수요는 사라지기보다 출퇴근이 편하고 주거 인프라가 좋은 지역을 찾아 계속 이동한다. 규제가 특정 지역의 매수를 막더라도 인근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수도권 투자 지역을 고를 때 경기 남부와 북부를 어떻게 봐야 하나
“일반적인 투자 관점에서는 경기 남부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강남에서 판교·분당과 과천, 용인·수원·동탄을 거쳐 평택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경부축에는 일자리와 교통망이 집중돼 있다. 지역들이 경부고속도로와 철도망을 따라 포도송이처럼 연결되며 확장돼 왔다. 지난 30~40년 동안 경기 남부 경부축의 가격 탄력성이 높았던 이유다. 경기 북부는 남부보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역 간 확장성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렇다고 북부를 무조건 제외할 필요는 없다. 경기 남부 가격이 지나치게 올랐거나 직장이 북부에 있다면 북부가 더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의정부와 양주 등에서도 지하철망이 연결되거나 GTX, 7호선 연장과 같은 교통 개선이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지역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학교와 상업시설 등 주거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와 신축 아파트가 상대적으로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나
“지금까지는 강남 집값을 잡으면 주변 집값도 안정될 것이라는 관점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남보다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의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는 흐름도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책이 고가 아파트 시장 안정에만 집중되면 청년층과 무주택 실수요자가 체감하는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서울 외곽과 경기에서 집을 사는 사람 가운데는 투자 목적보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렵거나 월세 부담을 견디지 못해 매수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많다. 전월세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집값이 올라도 어쩔 수 없이 주택을 사는 수요는 계속 발생한다. 보유세를 비롯한 세제를 조정하더라도 그 효과가 고가 주택에 집중되면 서울 외곽과 경기 실수요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정부가 강남 집값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과 실수요자의 주거 안정을 정책의 중심에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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