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축구종합센터 자료 HDC 측 공유 정황…문체부 감사서 확인
경찰 수사 의뢰 1년 5개월째 진행 중…관련 규정 개정도 지연
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 계열사 임원이 대한축구협회(KFA)에 약 11년간 파견돼 인사·총무·회계·계약 등 핵심 행정을 맡고, 자문료와 수당 명목으로 10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규정상 최장 파견 기간인 2년을 5배 이상 넘긴 셈이다. 특히 이 임원이 협회 핵심 행정과 내부 정보를 다루는 과정에서 HDC 측에 유리한 정보가 공유된 정황까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감사에서 드러나면서 회장사 임원이 11년간 협회 핵심 정보를 쥐고 있었던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열리는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질 예정이다. 당초 22일 열릴 예정이었던 이번 청문회에는 정 전 회장과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문체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상무보 A씨는 2013년 3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대한축구협회 행정지원팀장으로 근무했다. 협회 인사 규정에는 이 같은 장기 파견을 허용할 근거가 없었다. 최장 2년으로 제한된 파견 기간을 무려 11년간 유지한 셈이다.
A씨가 맡은 업무도 단순 지원에 그치지 않았다. 인사와 총무, 회계, 계약 등 대한축구협회 살림을 사실상 총괄했다. 이 기간 협회로부터 자문료와 수당 명목으로 받은 돈만 10억여원에 달했다. HDC에서 급여를 받는 임원이 협회에서도 거액의 자문료와 수당을 받은 구조를 두고 ‘이중 수령’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문체부 감사에서는 A씨가 자신의 자문료 인상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를 신고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됐다. 회장사가 파견한 임원이 협회의 핵심 행정과 계약 업무를 장기간 맡고, 자신의 보수와 관련된 의사결정에도 관여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대한축구협회 내부 정보가 특정 기업에 공유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A씨가 협회 행정과 내부 정보를 다루면서 향후 협회가 발주하는 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HDC 측에 유리한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제 천안축구종합센터 건립 사업에서는 설계를 담당한 외국 건축사와 협회가 주고받은 자료 상당수가 HDC 측에 공유된 정황이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과정에 A씨가 관여한 정황도 감사 결과에 포함됐다.
정 전 회장은 2024년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현대산업개발이 대한축구협회를 도와준 것은 있어도 이득을 본 것은 절대 없다”며 “전문 지식이 많으니 도와주라고 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실제로 이익을 얻었는지와는 별개로, 공적 성격의 체육단체에서 회장사가 파견한 임원이 11년간 인사·회계·계약을 비롯한 핵심 행정을 맡고 내부 정보에 접근한 구조 자체가 부적절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A씨는 문체부 감사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4년 11월 대한축구협회를 떠났다. 이 때문에 협회 차원의 자체 징계는 이뤄지지 못했다. 문체부는 2025년 2월 관련자들을 경찰에 수사의뢰했다. 하지만 수사의뢰 이후 1년5개월이 넘도록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도 제자리걸음이다. 회장사 직원의 장기·편법 파견을 막기 위한 관련 규정 개정 역시 진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수 부회장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규정 개정 준비 부족을 이유로 관련 절차가 사실상 멈춰 있다는 게 정 의원 측 설명이다.
문체부의 2024년 특정감사에서 적발된 사안에 대한 후속 조치도 논란이다. 문체부는 당시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 등을 포함해 총 27건을 적발하고 정 전 회장을 비롯한 주요 임직원에 대해 중징계와 문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는 재심의 신청에 이어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1심에서는 문체부가 승소했지만, 협회의 항소가 이어졌고 지난 6월 12일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징계 처분은 다시 유예됐다. 결과적으로 정 전 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직원에 대한 중징계·문책 처분은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이행되지 않은 상태다.
정 전 회장이 이미 회장직에서 물러난 만큼, 후속 조치가 늦어질수록 감사 결과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에서 문제를 적발하고도 수사와 제도 개선, 징계가 줄줄이 지연되면서 ‘감사 따로, 후속 조치 따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 의원은 “11년간 10억여원을 지급하면서 회장사 직원을 파견받아 온 사실은 협회가 회장 개인 회사처럼 운영돼 왔다는 방증”이라며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후속 조치가 실제로 이행되는지 끝까지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감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30일 대한축구협회 청문회에서는 11년 장기 파견이 이뤄진 경위와 10억여원에 달하는 자문료·수당의 지급 근거, 회장사 임원이 협회 핵심 정보에 접근하게 된 과정, 천안축구종합센터 관련 정보 공유 경위, 경찰 수사와 규정 개정이 장기간 지연된 이유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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