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38도 땐 사망위험 16% 증가…온열질환 1301명
의식 없으면 물 먹이지 말고 119…몸 적시고 바람 쐬어야
챙이 넓은 모자를 푹 눌러쓴다. “이 정도면 햇볕은 가렸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모자는 분명 도움이 된다. 머리와 얼굴로 직접 내리쬐는 햇볕을 줄여준다.
문제는 모자를 썼다는 이유로 위험한 시간대까지 야외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낮 체감온도가 38도까지 치솟으면 모자만으로 버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뜨거운 공기와 높은 습도, 달궈진 지면과 주변 건물에서 나오는 열까지 막아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양산이나 차광 우산은 머리와 얼굴뿐 아니라 어깨와 상체 일부까지 그늘을 만든다. 하지만 양산도 폭염 속 야외활동을 오래 이어가게 해주는 보호막은 아니다. 체감온도가 38도까지 오르면 햇볕을 가리는 데 그치지 말고 즉시 활동을 멈춘 뒤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체감온도 38도는 올해 신설된 폭염중대경보의 핵심 기준이다. 다만 하루 38도를 기록했다고 곧바로 발령되는 것은 아니다. 일최고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진 지역에서 38도 이상의 일최고체감온도 또는 39도 이상의 일최고기온이 하루라도 예상될 때 발령된다.
◆온열질환 1301명…추정 사망자 6명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7월 25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1301명이다. 이 가운데 6명이 온열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25일에는 환자 64명이 발생했으며 추가 사망자는 없었다.
누적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2235명보다 934명(41.8%) 적다. 추정 사망자도 지난해 12명의 절반인 6명으로 줄었다. 현재까지 지난해보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폭염이 장기화하면 단기간에 환자가 급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이는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 가운데 감시체계에 참여한 기관의 신고를 집계한 잠정치다. 모든 온열질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아니며, 신고 내용이 보완되면 수치가 달라질 수 있다.
◆체감온도 38도, 전체 사망 상대위험 1.16
폭염의 피해는 열사병이나 열탈진 환자 수에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고온은 심뇌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 신장질환 등 기존 질환을 악화시켜 입원과 사망 위험도 높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2016년부터 2024년까지 기상청 기온자료와 국가데이터처 사망원인자료를 결합해 체감온도에 따른 사망위험을 분석했다. 지역별 기온과 사망 사이의 시간차와 비선형적 관계까지 반영한 통계모형을 사용했다.
분석 결과 체감온도 38도에서 전체 사망 상대위험은 1.16으로 나타났다. 분석상 기준 온도와 비교해 상대위험이 16% 높았다는 뜻이다. 95% 신뢰구간은 1.09∼1.23이었다. 개인 한 사람의 사망 확률이 16%포인트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같은 체감온도에서 65세 이상은 전체 사망위험이 19% 증가한 반면, 65세 미만은 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령층에서 폭염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 셈이다.
이 연구는 모자 착용 여부에 따른 사망위험을 비교한 것이 아니다. 체감온도가 높아질 때 전체 사망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결과인 만큼, 모자 착용과 사망위험의 관계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별도로 2023∼2025년 응급실에 신고된 온열질환자를 분석한 결과, 65세 이상 환자가 입원하거나 사망할 승산은 30세 미만의 1.99배였다.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의 1.50배로 나타났다. 성별과 직업, 발생 장소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보정한 결과다.
◆모자도 도움…양산은 더 넓은 부위 가려
우리 몸은 땀을 증발시키고 피부를 통해 열을 내보내 체온을 조절한다. 그러나 습도가 높으면 땀이 잘 증발하지 않는다. 햇볕을 직접 받는 야외에서는 복사열까지 더해져 체온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폭염 때 모자와 양산 등으로 햇볕을 차단하도록 권고한다. 모자가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다. 양산이나 차광 우산은 머리와 얼굴에 집중된 모자보다 넓은 범위에 그늘을 만들어 복사열 노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김호중 순천향대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그늘막과 차광 우산은 여름철 야외활동에서 생명을 지키는 가장 단순하지만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물론 양산을 썼다고 한낮에 오래 걷거나 운동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양산은 햇볕을 가려 복사열 노출을 줄일 뿐, 주변의 기온과 습도까지 낮추지는 못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에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불가피하게 외출할 때 보조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의식 없으면 물 금물…119 신고하고 체온 낮춰야
어지럼증과 두통, 메스꺼움, 과도한 땀, 극심한 피로, 근육경련은 온열질환의 대표적인 신호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활동을 멈추고 에어컨이 있는 실내나 그늘진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환자의 의식이 뚜렷하고 물을 삼킬 수 있다면 물을 천천히 마시게 한다. 반대로 의식이 흐리거나 반응이 없다면 물이나 음료를 억지로 먹여서는 안 된다. 물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다.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열사병을 의심해 곧바로 119에 신고한다. 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풀고, 몸에 시원한 물을 적신 뒤 부채나 선풍기로 바람을 쐬어 체온을 낮춘다. 얼음주머니가 있다면 목과 겨드랑이 등에 댄다.
◆체감 33도 넘으면 2시간 이내 20분 휴식
개인에게 모자와 양산, 물병만 맡겨서는 폭염 피해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작업을 멈출 수 있는 기준과 그늘, 냉방시설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인 작업장소에서 폭염작업을 하는 경우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매 2시간 이내에 20분 이상의 휴식을 주도록 규정한다. 폭염작업은 체감온도 31도 이상인 장소에서 이뤄지는 장시간 작업을 뜻한다.
작업 특성상 휴식 부여가 매우 곤란하고, 개인용 냉방·통풍장치나 보냉장구 등으로 체온 상승을 줄이는 조치를 했다면 예외가 인정된다. 옥외 근로자에게는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도 제공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8도 이상인 폭염중대경보 단계에서는 재난 대응 등 긴급조치를 제외한 옥외작업을 중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체감온도 38도에서 필요한 것은 더 두껍고 단단한 모자가 아니다. 위험해지기 전에 일을 멈출 기준과 편히 쉴 그늘, 즉시 몸을 식힐 공간이다.
모자와 양산은 햇볕을 가릴 수 있어도 폭염 자체를 막지는 못한다. 체감온도가 위험 수준에 이르렀을 때 필요한 것은 개인의 인내가 아니라 일을 멈출 기준과 안전하게 쉴 공간이다. 폭염 피해를 줄이는 출발점은 누구나 위험해지기 전에 멈출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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