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운영 방식은 크게 본회의 중심주의와 상임위원회 중심주의로 나뉜다. 본회의란 말 그대로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회의다. ‘국민의 대표’를 자처하는 의원 전부가 모여 모든 안건을 심의·표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민 여론이 정확히 반영되는 장점이 있으나 “시간 낭비”란 지적을 듣기도 한다. 영국 의회가 대표적이다. 상임위란 의회가 분야별로 소관 사항에 관한 법안, 예산안 등을 심의하고자 상설적으로 운영하는 위원회다. 상임위 중심주의 아래에선 모든 안건이 상임위에서 다 걸러지고 보완된다. 따라서 의원들의 전문성 발휘에 유리하고 입법 능률도 오른다. 다만 본회의 표결 절차는 사실상 요식 행위로 전락하는 만큼 ‘민의의 전당’으로서 의미가 퇴색한다. 한국 국회는 상임위 중심주의에 해당한다.
오늘날 국회에는 국회운영위원회부터 성평등가족위원회까지 17개 상임위가 있다. 상임위라고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외교통일위 같은 곳은 다선 의원으로서 장차 대권을 노리는 거물 정치인들이 주로 선호한다. 13대 국회(1988∼1992) 전반부의 경우 흔히 ‘3김(金)’으로 불리던 야당의 김영삼(YS), 김대중(DJ), 김종필(JP) 세 총재가 모두 외교통일위에 적을 뒀다. 훗날 YS와 DJ는 차례로 대통령이 되었고, JP는 DJ와의 이른바 ‘공동 정부’ 하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다. 법제사법위(법사위)는 모든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기 전 과연 하자가 없는지 심사하고 걸러내는 ‘게이트키퍼’ 노릇을 한다. 이를 체계·자구 심사권이라고 하는데, 덕분에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들보다 우월한 ‘상원’(上院)으로 통한다.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46조 2항)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나 지역구 의원의 경우 아무래도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과 그 주민의 이익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구를 챙기는 데 도움이 되는 상임위의 인기가 높다. 국토교통위가 대표적이다. 이는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국토교통부와 그 산하 기관들을 담당한다. 자연히 국토위 위원이 되면 지역구에 인프라 예산을 내려보낼 수 있다. 최근 국민의힘 몫으로 배정된 국토위원장 자리를 놓고 3선 중진 의원들 간에 접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4선 유의동 의원까지 가세하며 당내 경선으로 이어졌다. 결국 의원총회 무기명 투표에서 이긴 유 의원이 그 자리를 가져가게 되었다.
의원들에겐 지역구를 챙기는 것 못지않게 언론 매체 등에 자주 출현해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다. 국민 사이에 인지도가 상승하면 다음 선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 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났다. 행정안전위 야당 간사 통보를 받은 재선 권영진 의원이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항의하는 도중 정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것이다. 당 안팎에선 ‘권 의원이 정보위 간사를 원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흥분한 것’이란 뒷말이 나왔다.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정보위 간사는 북한 정권 동향 등 국가안보에 관한 사안 브리핑을 통해 언론에 자주 노출되곤 한다. 그저 ‘상임위가 뭐고, 정치가 뭐길래’ 하는 생각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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