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세계/ 니콜라스 라폴드/ 서나연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3만5000원
스튜디오 지브리의 원형을 세운 ‘이웃집 토토로’, 한 세기를 마무리한 걸작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평단의 극찬을 받은 만년의 판타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 주옥같은 애니메이션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 그가 그려낸 상상력 가득한 이들 세계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 영감의 원천은 도대체 무엇일까.
미야자키 하야오의 열렬한 팬으로서 영화 평론가이자 잡지 ‘필름 코멘트’의 편집장인 저자는 책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전체 필모그래피를 가로지르며 그 답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아동문학이 심어놓은 각성과 몽상의 감각, 전후 일본이라는 개인사와 어머니에 대한 기억,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목판화에서 우키요에로 이어지는 미술사적 계보 그리고 감독 자신의 창작 철학까지.
그리하여 열 개의 주제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세계를 해부한다. 감독의 이야기 구조에 영감을 준 작가, 그의 사실적 판타지에 영감을 준 실제 장소들, 문화재와 음식, 종교 등 일본의 유산이 그에게 준 영향과 개인적인 기억, 그에게 영감을 준 영화들과 인물들…. 그리고 미야자키 이야기의 핵심에 흐르는 무의식까지.
“미야자키의 영화에서 꿈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때로는 정상적인 현실에서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는 신호도 거의 주지 않은 채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이 세계에 거주하는 요괴와 정령들의 음모에 가려지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미야자키는 일본 판타지 문학과 민속 설화의 오랜 유산을 계승하고 있으며,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출전으로 공언한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작가 사후인 1934년 출판)과 같은 책들과 맥을 같이한다.”
책의 묘미 가운데 하나는 영화 속 장면 스틸과 영감의 원천이 된 이미지가 나란히 배치되어 보는 맛과 읽는 맛을 함께 준다는 점.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판화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는 하야오의 ‘벼랑 위의 포뇨’의 한 장면과, 무로마치 시대의 ‘사슴 만다라’는 ‘모노노케 히메’의 사슴신 시시가미와 나란히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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