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40)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는 흔히 이름 이니셜을 따 MBS로 불린다. 그는 사우디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90)의 아들이다. 2015년 즉위한 살만 국왕은 왕좌에 올랐을 때 이미 79세였다. 지난 2022년 73세 나이에 모친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영국 국왕 찰스 3세보다도 더 고령의 몸으로 국왕이 된 것이다. 병마에 시달리던 살만 국왕은 2022년 9월 아들 MBS에게 총리직을 비롯한 모든 권한을 넘기고 2선으로 물러났다. 조선 시대에 비유하면 사실상 상왕(上王)이 되는 길을 택한 셈이다.
MBS에겐 훗날 왕위 계승권을 놓고 다툴 수 있는 여러 형제가 있었다. 그들은 국왕이 되는 데 필요한 ‘스펙’을 쌓기 위해 미국 등 외국 명문대로 유학을 떠났다. 반면 MBS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왕립 킹사우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이렇게 국내에 머물면서 MBS는 자연스럽게 부왕(父王)과 접촉할 기회를 늘릴 수 있었다. 군주가 되자마자 80대에 접어든 살만 국왕으로선 자신의 곁을 지키며 살뜰하게 아버지를 챙기는 아들이 제일 마음에 들었을 수 있다. 2017년 살만 국왕은 당시 31세이던 MBS를 왕세자로 책봉한다고 전격 선포했다.
왕정 국가인 사우디는 왕족 인사가 정부 각료 등 요직을 차지하는 일이 잦았다. ‘2인자’가 된 MBS는 이들을 겨냥해 “그 누구도 부정부패 혐의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심지어 왕자나 장관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이른바 ‘피의 숙청’을 거친 뒤 MBS는 사우디에서 전권을 휘두르는 존재가 됐다. MBS의 비위를 거스르는 이들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다. ‘인권 외교’를 강조하는 미국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런 MBS를 인권 탄압 가해자로 몰아 혼내주려 했다. 하나 사우디의 막강한 ‘오일 머니’ 앞에 아무런 힘도 못 쓰고 말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사우디와의 30년 기한 원자력 협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협정문에는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의 길을 터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우디의 잠재적 핵 능력 보유를 사실상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MBS는 오래전부터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면 우리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의 핵 능력을 키워 핵무기 개발에 전념하는 이란을 견제하려는 것이 트럼프의 의도로 풀이된다. 뭐든 다 할 수 있는 남자란 의미에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통하는 MBS가 트럼프의 비호 아래 날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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