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6일 ‘K-축구 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 든 뒤 한국 축구 시스템 전반을 손보겠다는 명분으로 출범시킨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지성 FIFA 분과위원회 위원을 공동위원장으로 내세우고,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에 전·현직 국가대표 등을 포함했다.
2019년,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스포츠계 인권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의 일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때도 해결책으로 ‘스포츠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 후 수년간 요란하게 권고안을 발표하며 스포츠혁신을 외쳤고, 이에 맞춰 모든 스포츠단체의 사정기구는 약속한 듯 ‘공정위원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7년이 지나 우리 스포츠계는 과연 개선됐을까? 최근 발생한 배재고 응원 사태 해결 과정을 보면 답이 나온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즉시 공정위원회를 열고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로 처리했다. 그러다가 여론의 뭇매에 다시 회의를 열어 징계를 1개월로 단축했다. 스스로 졸속 처리였음을 자인한 꼴이다.
축구계를 지켜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희망보다는 냉소가 앞선다. 너무나 똑같은 방법.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그 상황을 벗어나는 데에만 급급할 뿐이다. 대한체육회장이 다른 종목단체에 문제가 생길 때도 위원으로 참가할 것인지부터 의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문체부 산하 단체인 ‘프로축구발전위원회’다. 언제 출범했는지조차 모르는 이 기구는 축구 해설가 박문성씨가 이끌고 있다. 축구계에서는 정권의 실력자가 배후에 있다는 소문이다. 어쨌거나 그는 지금 문체부 차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구계의 실세다.
혁신위는 회장 선출 방법을 바꾼다면서 투표인단의 수를 늘린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과연 능력 있고 축구에 관심 있는 기업인이 선뜻 후보로 나설 수 있을까? 최근 상황을 보자니 ‘위원회, 혁신위 만능주의’가 또다시 한국 체육 행정을 망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월드컵 실패의 본질은 위원회 부족이나 제도적 미비에 있지 않다. 바로 ‘원팀(One Team)’이라는 공동 목표가 깨진 것이 이번 월드컵의 패인이다. 우승에 도전했다가 ‘탁구 갈등’으로 4강에 그친 2023 아시안컵과 상황이 똑같다.
국민이 진정 원하는 것은 ‘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이 아니다. 무너진 리더십을 바로 세우고, 선수들 사이에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협회 정상화가 우선이다.
성백유 대한장애인수영연맹 회장·전 언론중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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